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사태가 이재명 대통령의 '코스피 5000' 구상에 중대 시험대가 됐다는 외신 평가가 나왔다. 지난달 국내 증시를 뒤흔든 극심한 변동성에 개인투자자들이 등을 돌리면서 정부의 자본시장 개혁 정책도 신뢰를 시험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일(현지시간) '코스피 폭락에 무너진 개미들, 이재명 대통령을 비난하며 다시는 안 산다고 다짐한다(Crushed by Kospi Rout, Angry Koreans Rip Lee and Vow Not to Buy)'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 악화를 집중 조명했다.
매체는 지난 7월 코스피가 한 달 동안 22% 급락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월간 낙폭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월말 하루 동안 18% 급등하는 반등장이 연출됐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오히려 역대 최대 규모의 순매도에 나서며 시장을 떠났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정부가 지난 5월 도입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변동성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5~6월 약 78조원(542억달러)의 자금이 코스피로 유입됐지만, 고배율 레버리지 상품이 하락 국면에서 낙폭을 키우며 증시 급락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쏠림 구조도 변동성을 확대시킨 요인으로 지목했다. 지난 7월 삼성전자는 21%, SK하이닉스는 35% 각각 하락하며 지수 급락을 이끌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후반 김한경씨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그때는 코스피 광풍의 시대였다. 완전히 열기에 휩쓸렸다”며 “지금은 정말 무섭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한국 주식에 투자하지 않는 것, 그리고 그 규칙을 지키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7년 이상 투자했다는 김동우씨도 “이 정도 변동성은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한국 증시는 더 이상 투자 시장이 아니라 카지노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아파트를 담보로 5000만원을 대출받아 투자한 이정민씨 역시 “정부가 레버리지 ETF로 불에 기름을 부었다”며 “주식시장을 카지노처럼 만들어버렸다”고 지적했다.
랄레 아코너 이토로(eToro) 글로벌 시장 애널리스트는 이번 사태를 “쏠린 거래가 레버리지를 만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어 디레버리징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수 있다며 기술주와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정부의 대응을 둘러싼 비판도 이어졌다. 금융당국은 지난 7월 중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신규 상장을 중단하고 기본예탁금을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하는 등 규제 강화에 나섰지만, 이미 큰 손실을 본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치권에서도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관련 국민청원에는 3만5000명 이상이 참여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블룸버그에 “개인투자자들이 정부에 격노해 있다”며 “분노와 비판이 최고조에 달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사태가 이재명 대통령의 '코스피 5000' 구상과 자본시장 개혁 기조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한국 증시의 장기 성장 동력은 여전히 유효하다면서도 “시장이 낙폭을 회복하는 것보다 개인투자자들의 신뢰를 되찾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