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차례 협의만 해도 가맹본부 비용 수천만원
중소 가맹본부나 비가입 점주에도 타격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단체 간 협의를 의무화하는 제도 도입을 앞두고 단체 비가입 점주와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협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각종 요구가 전체 가맹점 운영비나 상품 가격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전날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 의견서에는 가맹점주 단체와의 협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용을 자체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담았다.
개정안은 일정 요건을 갖춘 가맹점주 단체를 등록하고, 등록 단체가 협의를 요청하면 가맹본부가 응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행 예고안에서는 동일 영업표지 가맹점주의 10% 이상 또는 1000명 이상이 가입하면 단체 등록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한 가맹본부에 여러 단체가 등록해 각각 협의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협회는 가맹점 100개 규모 본부에 3개의 등록 단체가 있고, 각 단체가 연간 최대 6차례 협의를 요청하며 요청 1건당 2차례 회의를 진행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이 경우 연간 비용은 약 6953만원으로 추산됐다. 가맹점 100개 미만 본부는 약 4702만원으로 계산됐다.
비용에는 안건 검토와 자료 조사, 회의 진행, 회의록 작성·보관, 법률자문, 대관 업무, 시스템 비용과 인건비·운영비 등이 포함됐다. 협회는 단체와 협의 횟수가 늘어날수록 비용과 업무가 누적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가 우려하는 것은 비용 자체보다 그에 따른 2차 영향이다. 특히 중소 가맹본부는 별도 협의 인력을 두기 어려워 기존 인력이 반복적인 협의 업무를 맡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가맹점 지원이나 신제품 개발, 마케팅 등에 투입할 자원이 줄어들 수 있다. 비용 증가분이 가맹수수료나 물류·상품 가격 등에 반영되면 가맹점주를 넘어 소비자에게까지 부담이 전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비가입 점주에 대한 대표성 문제도 있다. 등록 단체는 전체 가맹점주 가운데 일부의 가입으로 구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고안은 가입률 30% 미만 단체가 협의를 요청할 경우 미가입 점주의 의견을 별도로 수렴하도록 했지만, 응답률이나 찬성 기준, 무응답 처리 방식 등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공정위는 지난 8월 예고안에서 단체 등록 요건을 10% 이상 또는 1000명 이상 가입으로 정하고 최소 30명 요건을 뒀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지난 11일 가맹본부 간담회에서 소규모 가맹본부의 점주 배제를 막기 위해 30명 하한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가맹점주 측은 등록 문턱을 더 낮춰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가맹본부 측은 단체 난립과 대표성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협회는 등록비율을 40% 수준으로 높이거나, 10%를 유지할 경우 대표단체 중심의 협의창구 단일화와 전체 점주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협회 관계자는 “일부 점주 단체의 요구가 전체 가맹점주의 요구처럼 받아들여지는 상황이 우려된다”며 “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더 많은 가맹점주에게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상시적으로 수천만원의 비용이 발생하면 중소 가맹본부의 존속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전체 가맹점주의 의견이 균형 있게 반영될 수 있는 제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지난 14일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의견수렴을 마쳤다. 제출 의견을 검토해 이르면 이달 중 수정안을 마련한 뒤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국무회의 의결, 공포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개정안은 오는 12월 31일 시행된다.
윤소진 기자 so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