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로봇 석학에게 듣는다] 한재권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 “휴머노이드 승부는 데이터…결국 '일 잘하는 로봇'이 시장을 지배한다”

27일 안산시 상록구에 위치한 한양대학교 에리카캠퍼스 내 에이로봇에서 한재권 한양대학교 로봇공학과 교수가 최근 개발한 휴머노이드 '엘리스 5세대'를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27일 안산시 상록구에 위치한 한양대학교 에리카캠퍼스 내 에이로봇에서 한재권 한양대학교 로봇공학과 교수가 최근 개발한 휴머노이드 '엘리스 5세대'를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경쟁 본질은 얼마나 사람처럼 생겼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사람처럼 '일'을 잘하느냐 입니다.”

한재권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에이로봇 CTO)는 휴머노이드 미래를 이같이 설명했다. 앞으로의 경쟁은 하드웨어 성능보다 산업 현장에서 축적한 데이터와 이를 학습한 피지컬 AI 역량이 좌우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휴머노이드 산업이 이제 기술 시연을 넘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생산성을 증명해야 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특히 제조업 강국인 한국은 '일 잘하는 사람'이 많은 만큼 이를 데이터로 전환할 수 있다면 충분히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조선소를 휴머노이드 실증 무대로 선택한 이유와 2028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상용화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제시했다.

국내 휴머노이드 산업의 차세대 주자로 불리는 한 교수로부터 휴머노이드 산업의 핵심역량과 'CES 2027'을 관통할 로봇산업 주제에 대해 미리 들어봤다.

-최근 휴머노이드 산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무엇인가.

△올해 CES에서 가장 눈에 띈 변화는 휴머노이드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이었다. 과거에는 춤을 추거나 사람과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하는 모습이 주목받았다면, 이제는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얼마나 생산성을 낼 수 있는지가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한국 로봇 기업들이 제조업 현장에서 작업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결정적으로 현대차 아틀라스가 실제 공장에서 자율적으로 작업하는 모습을 보여줘 현장 산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단순한 시연보다 실제 현장에서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이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보인다.

중국 기업도 작년까지는 상업용 로봇 생산에서 올해 분위기가 바뀌었다. 우리처럼 공장에 들어가는 연습을 하고 있고 이제 진검승부가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글로벌 로봇·AI 경쟁에서 한국 기술 수준과 현재 위치는.

△지금 중국 로봇 산업이 전 세계를 거의 석권하고 있고 기술력 또한 한국을 앞서고 있다. 특히 하드웨어와 공급망,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로봇 제어 측면에서도 확실히 앞서 있지만 그 차이는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오픈AI나 구글이 자체 거대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잘 활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에 한국은 이제서야 독자적인 LLM을 만들기 시작했고 자체적인 AI 생태계가 구축되고 있다.

최근 로봇 AI 기술에 대해 중국과 미국을 빠르게 추격하는 상황이다.

27일 안산시 상록구에 위치한 한양대학교 에리카캠퍼스 내 에이로봇에서 한재권 한양대학교 로봇공학과 교수가 전자신문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27일 안산시 상록구에 위치한 한양대학교 에리카캠퍼스 내 에이로봇에서 한재권 한양대학교 로봇공학과 교수가 전자신문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앞으로 휴머노이드 산업 승패를 결정하는 요소는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점점 더 데이터 중요성이 드러날 것이다. 한국은 데이터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많은 사람이 AI 모델 자체의 성능에 주목하지만 실제 차이를 만드는 것은 데이터다.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기술도 중요하지만, 사람처럼 상황을 이해하고 작업을 수행하는 능력은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학습했느냐에 달려 있다.

특히 피지컬 AI에서 가장 가치 있는 데이터는 인간의 움직임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제조와 생산처럼 실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일하는 움직임'이 가장 중요한 데이터다.

-'일하는 움직임' 데이터는 어떻게 수집하나.

△초기에는 VR 장비 등을 활용해 작업자 움직임을 직접 기록하는 방식이었다. 최근에는 현장 영상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영상 데이터를 정교하게 처리하면 로봇이 충분히 학습할 수 있는 수준의 데이터로 전환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우리 에이로봇을 비롯한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도 유사하게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휴머노이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가.

△한국 제조업이 가진 경쟁력은 데이터 부분에서 강점이 될 수 있다. 데이터의 양과 품질만 놓고 보면 중국을 제외하고 한국만큼 좋은 환경을 갖춘 나라는 많지 않다.

한국 산업 현장에는 숙련된 작업자들이 오랜 기간 축적한 노하우가 존재하고, 효율적인 작업 방식과 높은 생산성이 그대로 몸에 배어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데이터로 축적하고 로봇이 학습할 수 있다면 한국만의 경쟁력을 만들 수 있다.

다만 데이터가 많아도 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연결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구슬이 서 말인데 꿰지 못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다양한 실증사업을 더욱 확대해 실제 산업 현장에서 로봇이 사람과 함께 작업하며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개별 기업이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데이터 확보 전략이 필요하다.

-휴머노이드 시장에서 최종 승자를 가르는 기준은.

△결국에는 “일 잘하는 로봇이 이긴다”라고 봤을 때 시장은 가장 저렴한 로봇보다 가장 일을 잘하는 로봇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기업이 로봇을 도입하는 기준은 생산성과 작업 완성도다. 사람도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업무 능력을 가장 먼저 보듯, 기업 역시 로봇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일을 수행하는지를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게 될 것이다.

-휴머노이드의 첫 번째 실증 무대로 조선소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휴머노이드 이족 보행 로봇 '앨리스' 시리즈를 개발하면서 가장 먼저 고민한 것은 “우리나라 어느 산업에서 가장 가치 있게 활용될 수 있는가”였다. 그 고민에 대한 답이 조선소였다.

조선소 산업만을 본 것은 아니다. 이는 일반 제조업 현장에 투입하고 있는 바퀴로 이동하는 세미 휴머노이드 로봇인 '앨리스 M' 시리즈를 선보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다만 조선소를 휴머노이드의 범용성을 가장 효과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공간으로 판단했다.

조선소에는 순찰과 점검, 청소, 자재 운반, 설비 확인, 용접 준비 등 수많은 작업이 존재한다. 각각의 작업마다 별도의 로봇을 만드는 것은 경제성이 떨어지지만, 휴머노이드 한 대가 사람의 작업 방식을 데이터로 학습해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현재는 순찰과 안전 점검 등 비교적 단순한 업무부터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야간 순찰이나 당직 업무처럼 사람이 수행하기 부담스러운 작업은 로봇이 맡는 것이 효율적이다. 이후 청소와 설비 관리 등으로 역할을 확대하고 궁극적으로는 용접 작업까지 수행하는 것이 목표다.

다만 용접 자체보다 그 이전 단계의 다양한 작업이 더 중요하다. 조선소에서는 용접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공정과 반복 업무가 훨씬 많다. 결국 사람처럼 여러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가 필요하다.

휴머노이드 장점은 하나의 로봇으로 데이터만 바꿔가며 다양한 역할 수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PC나 스마트폰처럼 하나의 플랫폼에 데이터를 어떻게 학습하느냐에 따라 용도가 달라질 수 있다.

같은 하드웨어가 전혀 다른 작업을 수행할 수 있고, 산업 현장에서는 그만큼 활용 범위도 넓어지면서 경제성과 효율성을 갖추게 된다.

국내 조선업은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며, 반복적이고 위험한 작업도 적지 않다. 휴머노이드가 이러한 업무를 보완한다면 대한민국의 기간 산업인 조선업의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강화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에이로봇은 조선소를 중심으로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향후에는 단순 반복 작업을 넘어 스스로 주변 상황을 판단하고 돌발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는 지능형 휴머노이드를 개발할 예정이다.

27일 안산시 상록구에 위치한 한양대학교 에리카캠퍼스 내 에이로봇에서 한재권 한양대학교 로봇공학과 교수가 최근 개발한 휴머노이드 '엘리스 5세대'를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27일 안산시 상록구에 위치한 한양대학교 에리카캠퍼스 내 에이로봇에서 한재권 한양대학교 로봇공학과 교수가 최근 개발한 휴머노이드 '엘리스 5세대'를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돌발 상황에 대응하는 자율 작업은 어떻게 구현할 수 있나.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대응하는 능력 역시 데이터가 좌우한다고 봤다. 로봇이 특정 상황과 유사한 작업을 충분히 학습했다면 새로운 상황에서도 대응 방식을 추론해 움직일 수 있다.

로봇에도 생성형 AI의 할루시네이션과 유사한 '행동 오류'가 있다. 물체를 집으라는 명령을 잘 수행하지 못하고 물체 옆의 허공을 잡는 등 정확한 행동을 못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정확한 행동의 비율이 높아질 것이다.

-휴머노이드 상용화가 본격화되는 시점은 언제로 보는가.

△휴머노이드 산업이 2028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는 기술 개발과 실증 중심이지만 주요 기업들이 대량 생산 체계를 구축하면서 제조 단가가 빠르게 낮아지고, 인력 부족이 심각한 제조 현장을 중심으로 실제 도입이 본격화될 것이다.

이 시점에 제대로 된 로봇을 생산·공급하고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했는지가 시장의 승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한다. 피지컬 AI 데이터가 일정 수준을 넘어설 경우 생성형 AI 시장을 급격히 확대한 챗GPT와 같은 특이점이 휴머노이드 산업에도 나타날 수 있다.

챗GPT 역시 GPT-3.5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기술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중심이었다. 하지만 GPT-3.5부터 일정 수준 이상의 데이터가 축적되고 임계점을 넘어가면서 일반 사용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로 급격히 확산됐다.

휴머노이드 산업도 2028년부터 상용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데이터가 축적되고 임계점을 넘어가면 챗GPT와 같은 순간이 올 것이다.

-휴머노이드 산업에서 AI와 반도체 역할은 무엇인가.

△휴머노이드 산업의 성장은 로봇 기술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 AI와 반도체, 소프트웨어, 제조 기술이 함께 발전해야 비로소 산업 생태계가 완성된다.

로봇이 아무리 많은 데이터를 학습하더라도 이를 실시간으로 추론하고 움직이기 위해서는 AI 반도체 성능이 뒷받침돼야 한다. 결국 피지컬 AI 시대에는 반도체가 로봇의 두뇌 역할을 수행하게 되며, 저전력으로 높은 연산 성능을 구현하는 기술이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다.

최근 국내 AI 반도체 기업들이 정부와 민간 투자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점도 긍정적이다. 현재는 데이터센터 중심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이러한 기술은 향후 휴머노이드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기반 기술이다. 국내 AI 반도체 산업이 성장할수록 휴머노이드 공급망 역시 함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결국 반도체와 AI, 로봇이 각각 독립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연결될 때 국내 휴머노이드 산업도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다.

27일 안산시 상록구에 위치한 한양대학교 에리카캠퍼스 내 에이로봇에서 한재권 한양대학교 로봇공학과 교수가 최근 개발한 휴머노이드 '엘리스 5세대'를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27일 안산시 상록구에 위치한 한양대학교 에리카캠퍼스 내 에이로봇에서 한재권 한양대학교 로봇공학과 교수가 최근 개발한 휴머노이드 '엘리스 5세대'를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시대가 본격화되면 어떤 인재가 가장 필요한가.

△휴머노이드 시대라고 해서 사람 역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로봇을 만드는 기술뿐이 아니라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어떤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어떻게 학습시킬 것인지 이해하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휴머노이드 산업은 특정 분야의 기술만 이해하는 인재보다 하드웨어와 AI를 함께 이해하는 융합형 인재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본다.

휴머노이드는 기계와 전자, 제어,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기술이 결합되는 분야인 만큼 전공 간 경계를 넘나드는 융합적 사고가 필요하다.

에이로봇 역시 하드웨어부터 AI까지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풀스택을 구축했다. 대학 연구실에서부터 같이 성장한 인재들과 산업 현장의 풍부한 경험을 가진 인재까지 다양한 전공과 경력의 연구원들이 융합되어 함께 협업 중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는 기술 속도전으로 인해 기술 격차를 좁히는 것에 매진하고 있다. 또한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올해 말부터 자체 공장 착공을 목표하고 있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내년 말에 공장을 준공하고 대량생산을 시작해서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이 본격화되는 2028년에는 중국 로봇과 경쟁할 수 있는 가격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앞으로도 실증사업을 확대해 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고, AI와 로봇 기술을 결합해 '일 잘하는 로봇'를 만드는 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정부와 산업계가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기술 경쟁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가 차원의 전략이다. 한국이 중국과 미국을 단기간에 따라잡기 위해서는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피지컬 AI 시대에는 양질의 산업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고 공유할 수 있는지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기반이 탄탄하고 숙련된 작업자 데이터도 풍부하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활용하는 시스템은 아직 부족하다.

기업들이 다양한 실증사업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고, 산업 현장에서 확보되는 데이터를 표준화하여 국가 차원의 자산으로 연결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한재권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 프로필〉

한재권 교수는 1975년생으로 고려대 기계공학과에 입학해 학사, 석사과정을 마치고 버지니아공과대 기계공학과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로보티즈 수석연구원(2006~2015), 제1기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민간위원(2017~2018), 교육부 미래교육위원회 위원(2019~2021) 등을 역임했다. 미국 최고 성인 크기 휴머노이드 로봇 'CHARLI' 설계 제작, 로보컵 휴머노이드 어덜트사이즈 테크니컬챌린지 2년 연속 우승(2023~2024) 등 로봇 공학 분야에서 우수한 성과를 일궈냈다. 2018년부터 한양대학교 ERICA 로봇공학과에서 조교수로 시작하며 현재 종신교수로 재직 중이며 (주)에이로봇 CTO(최고기술책임자)를 겸직하고 있다.

조호현 기자 hohyun@etnews.com

  • ET Ev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