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 현장에서 생성형 AI가 내놓은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이를 해석하고 검증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교사마다 AI를 활용하는 방식과 범위는 달랐지만, AI가 학생의 생각을 대신해서는 안 되며 최종 판단과 피드백은 교사가 맡아야 한다는 데에는 의견이 모였다.
지난 6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6년 AI 활용 교육 콘퍼런스'와 '대한민국 과학·수학·정보 교사 콘퍼런스'에 참여한 교사들은 수업에 AI를 접목한 경험과 함께 과의존, 정보 오류, 평가 공정성 등 학교 현장이 마주한 과제를 전했다.
먼저 이명철 경기복정고등학교 교사는 AI 시대일수록 답을 얻는 능력보다 좋은 질문을 만드는 힘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한국사 수업에서 학생들이 만든 질문을 AI로 평가한다. 학생이 수업을 들은 뒤 질문을 만들어 구글 설문지에 제출하면, 교사가 기준을 설정한 AI가 질문을 세 단계로 분류한다.
단순한 사실 확인은 레벨 1, 역사적 사건의 원인을 찾거나 두 사건을 비교하는 질문은 레벨 2, 추가 탐구가 필요하거나 오늘날의 사회 현상과 연결되는 질문은 레벨 3이다. AI의 피드백을 받은 학생은 질문을 고쳐 다시 제출하고, 축적된 질문 가운데 하나를 골라 3~4쪽 분량의 탐구보고서를 작성한다.
이 교사는 “지난해 수업 중 AI 창을 열어놓고도 무엇을 물어봐야 할지 몰라 키보드를 치지 못하는 학생들을 봤다”며 “AI 시대에는 질문하는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수업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하미숙 부산 대연중학교 교사는 AI로 답을 얻는 것보다 읽고 판단하는 능력을 먼저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규 수학 시간에 생성형 AI를 사용하지 않는다. 학생들이 AI가 만든 답을 이해하지 못한 채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교육과정에서 배운 것보다 높은 수준의 코딩이 필요한 동아리 창작 활동 등에만 AI 활용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하 교사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능력은 AI가 주는 답변을 그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 이를 해석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생각을 AI에 전달하고, AI가 내놓은 결과를 읽고 판단하는 능력을 가르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AI가 제시한 정보를 검증하는 교육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챗GPT와 제미나이를 출처로 적는 학생도 있어 이들은 출처가 될 수 없다는 사실부터 가르쳐야 한다”며 “AI 답변을 그대로 믿지 않고 원출처를 확인하도록 중학교 단계부터 교과와 연계한 정보·AI 교육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박철진 광주 송정초등학교 교사 또한 AI가 만든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원출처를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AI가 생성한 정보의 출처를 학생들이 직접 밝히고, 포털과 검색엔진에서 같은 내용을 다시 확인하도록 지도한다.
박 교사는 “AI가 말하는 내용이 모두 사실은 아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계속 의심해보라고 한다”며 “AI가 만든 내용과 실제 출처를 비교해 사실인지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성원 서울 마포고등학교 교사는 AI가 생성한 정보의 오류를 줄이는 방안으로 여러 생성형 AI의 답을 서로 교차 검증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그는 “여러 생성형 AI를 활용해 상호 검증하게 하면 정확도를 높이고 필요한 정보만 골라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AI 활용 여부보다 학생이 AI를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는지가 새로운 학습 격차를 만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차이는 AI를 사용하는 학생과 사용하지 않는 학생 사이보다 AI를 주도적으로 사용하는 학생과 과제 전체를 맡기는 학생 사이에서 나타났다.
서 교사는 “AI를 잘 쓰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사이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며 “과제 결과만 평가하지 말고 한두 단계 추가 질문을 하거나 발표하게 하면 학생이 내용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AI가 학습 속도가 느리거나 자기 생각을 말하는 데 소극적인 학생의 표현과 소통에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도 부각됐다. 김상섭 대구 대남초등학교 교사는 챗봇이 먼저 질문을 던지면 학생이 답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글의 소재와 자신의 생각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AI와 질의응답하면서 아이디어가 생기면 모둠 친구들과 나눌 이야기거리가 생기고, 교사에게도 자신의 생각을 말할 기회가 생긴다”며 “AI가 소통을 방해한다고 단정하기보다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