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직 미국프로농구(NBA) 선수들이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신인 드래프트에 잇달아 지원 의사를 밝히면서 현지에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9일(한국시간) 폭스뉴스에 따르면 캐시 엥겔버트 WNBA 총재는 최근 리그 12개 구단에 성 정체성과 관련한 선수 출전 문제에 대한 사무국의 입장을 담은 문건을 전달했다.
엥겔버트는 해당 문건에서 최근 여자농구에서 트랜스젠더 선수의 참가 여부를 두고 여러 문의가 이어졌을 것으로 본다며, 앞으로도 이 사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리그 사무국이 관련 논의를 어떤 방식으로 다루고 있는지 각 구단에 설명했다.

논쟁의 불씨를 키운 것은 인디애나 피버의 소피 커닝햄의 발언이었다. 그는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자 스포츠 참여에 부정적인 견해를 공개적으로 내놨다.
커닝햄은 여자 선수들이 신체적으로 남성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어린 선수들이 사용하는 라커룸 환경 역시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 이후 원정 경기가 열린 시애틀과 포틀랜드 등에서는 반대 시위가 이어졌다. 반면 홈구장 인근에서는 보수 성향 단체들이 커닝햄을 지지하는 행사를 열면서 양측의 대립이 팬들 사이에서도 표면화됐다.
이런 가운데 전 NBA 선수 에네스 칸터 프리덤과 로이스 화이트가 WNBA 드래프트에 도전하겠다고 밝히면서 새로운 논란이 발생했다. 두 사람은 자신을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규정하겠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으며 리그의 선수 등록 기준을 비판적으로 시험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칸터는 WNBA가 내세우는 포용의 원칙과 현재 적용되는 출전 기준을 근거로 자신의 드래프트 참가 선언을 설명했다. 그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공격하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리그 구성원들이 강조해온 가치와 실제 규정이 모든 사람에게 같은 방식으로 적용되는지를 되묻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WNBA 단체협약(CBA) 13조에는 여성 선수의 리그 참가를 전제로 한 규정이 마련돼 있다. 다만 성 정체성이나 태어날 당시의 성별 지정 여부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제시돼 있지 않다.
WNBA의 선수 등록 조건이 다른 주요 프로스포츠와 다른 점은 해당 기준이 선수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에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이에 WNBA 선수협회(WNBPA)는 별도의 입장을 내고 공정성과 평등, 다양성, 포용을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특정 집단을 겨냥한 혐오나 공격은 사회적 불안과 갈등만 키울 수 있다며 선수노조가 정치적 논쟁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데에는 선을 그었다.
리그 관계자들의 입장 역시 하나로 모이지 않고 있다. 미네소타 링크스의 셰릴 리브 감독은 트랜스젠더 아동 역시 보호받아야 한다며 스포츠를 즐길 권리는 모든 어린이에게 보장돼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나타냈다.
반면 선수들의 신체적 조건과 성별 기준 등을 고려해 참가 요건을 보다 분명하게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사안이 확대되면서 엥겔버트 커미셔너는 각 구단 경영진과 예정된 회의에서 관련 문제를 정식으로 논의하고, 추가 의견 수렴 자리도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리그가 기존에 추구해온 가치에 맞춰 해당 사안을 조심스럽고 상호 존중하는 방식으로 다루겠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경기의 공정성과 경쟁의 신뢰성을 유지하는 것은 WNBA가 앞으로도 가장 중요하게 지켜야 할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