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코스닥, 퇴출만 서두르면 안돼”…中企·벤처, 상장·상폐 규제 손질 요구

정부가 부실·한계기업 퇴출을 위해 코스닥 상장폐지 기준을 대폭 강화하며 관리 종목 지정에 나선 가운데 중소·벤처업계가 속도 조절과 보완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부실기업은 신속하게 퇴출하되 시가총액과 주가 등 획일적인 기준으로 정상적인 혁신기업까지 시장에서 밀려나지 않도록 기술력과 성장성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상장 심사 장기화 등 코스닥 진입 과정의 규제도 함께 개선해 혁신기업의 성장시장이라는 본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1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벤처·스타트업 규제혁신 대토론회'에서 중소·벤처업계는 이구동성으로 이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성숙 국무총리를 비롯해 10개 관계부처와 중소·벤처·스타트업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했다.

중소·벤처·스타트업 규제혁신 대토론회가 1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렸다. 한성숙 국무총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중소·벤처·스타트업 규제혁신 대토론회가 1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렸다. 한성숙 국무총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이날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는 코스닥 시장 규제 개선이었다. 정부가 지난 7월부터 시가총액과 주가 등 상장폐지 기준을 강화한 가운데 강화된 기준에 따른 첫 관리종목 지정이 이뤄지는 시점과 맞물리면서 제도 보완 필요성이 현안으로 떠올랐다.

중소·벤처업계는 부실기업을 신속하게 퇴출해 코스닥 시장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는 정책 방향에는 공감했다. 다만 최근처럼 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시가총액이나 주가 등 정량적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기업의 실적이나 기술력, 성장 가능성과 관계없이 정상적인 기업까지 퇴출 위험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이날 한 총리에게 코스닥 상장폐지 기준에 대한 보완책 마련을 건의했다. 김 회장은 “재무 상태나 경영실적과 상관없이 투자자들이 코스닥을 팔아 코스피로 이동하는 등 시장 변동성으로 시가총액이 낮아지거나 동전주가 되는 억울한 기업들도 있다”며 “기업 실적이 아닌 시장 변동성 때문에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옥석을 가리는 대책을 만들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벤처기업협회도 상장폐지 기준의 속도 조절과 함께 기업의 특성을 고려한 보완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시가총액 200억원 미만 코스닥 기업은 149개사로 이 가운데 흑자기업이 45개사(30.2%)에 달했다. 내년 1월 시가총액 기준이 300억원으로 높아지면 지난달 말 기준 394개사가 적용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추산했다. 코스닥 상장사 4곳 중 1곳가량이 시가총액 기준에 따른 퇴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벤처업계는 기술특례상장기업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데 우려를 나타냈다. 기술개발과 사업화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혁신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일시적으로 이익 실현이 지연된 기업과 실제 부실기업이 같은 잣대로 평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벤처기업협회는 이에 시가총액 200억원 기준의 적용 유예를 검토하고 내년 1월 예정된 300억원 기준은 1년간 유예할 것을 건의했다. 매출액·영업이익 등 재무상황과 기술력, 성장성을 함께 고려해 상장폐지 제외·유예 기준을 마련하고 상장 5년 미만 기술특례상장기업에는 시가총액·동전주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방안도 제시했다.

코스닥 퇴출 기준을 강화하는 것과 동시에 혁신기업의 시장 진입은 보다 원활하게 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예비심사 기간의 실질적인 준수와 거래소·금융감독원 간 이중 심사 구조 개선, 공통서류 단일 제출 등을 요구했다.

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은 “부실기업의 신속한 퇴출에는 공감하지만 시가총액이 낮은 기업과 부실기업을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며 “내년 1월 예정된 시가총액 300억원 기준 시행을 최소 1년 유예하고, 정상적인 혁신기업이 시장 상황만으로 퇴출되지 않도록 복합적인 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코스닥에 우량기업과 부실기업이 혼재하면서 시장 전체의 신뢰가 떨어진 측면이 있다”며 “퇴출을 강화해 새로운 혁신기업에 기회를 주는 '다산다사'의 역동적인 시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최근 시장 급변과 업계의 부담을 감안해 내년 시가총액 기준을 300억원으로 높이는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로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중소·벤처·스타트업 규제혁신 대토론회가 1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렸다. 한성숙 국무총리가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중소·벤처·스타트업 규제혁신 대토론회가 1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렸다. 한성숙 국무총리가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이날 토론회에서는 코스닥 외에도 중소·벤처·스타트업의 성장 단계별 규제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제안이 쏟아졌다. 신산업 분야에서는 △규제샌드박스 제도 개선 △디지털자산산업의 법적 기준 마련 △인공지능(AI) 개발을 위한 데이터 규제 정비 △신·구산업 간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기구 마련 등이 제안됐다.

중소기업 성장 분야에서는 지방산업단지 입주업종 규제를 완화하고 정부 메가프로젝트에 중소기업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정부 조달사업에 납품대금 연동제를 도입하고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현실화하는 방안도 건의됐다.

현장 규제 개선 과제로는 여성 최고경영자(CEO)의 임신·출산 기간을 창업기업 업력 산정에서 제외해 창업지원사업 참여 기회를 보장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소상공인의 생계형 렌터카 차종 확대와 식용대두 할당관세 적용,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물량관리 체계 개선 등도 논의됐다.

한 총리는 “이해관계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서로 토론하고 공론화해 납득할 수 있는 방안들을 계속 만들어나가야 한다”며 “한 번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기업하기 좋은 환경으로 갈 수 있도록 규제 개선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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