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값 4배 뛰고 손님은 뚝…日 이자카야 벼랑 끝 내몰렸다

일본을 상징하는 외식 문화 중 하나인 이자카야 업계가 갈수록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일본을 상징하는 외식 문화 중 하나인 이자카야 업계가 갈수록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일본을 상징하는 외식 문화 중 하나인 이자카야 업계가 갈수록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쿄상공리서치(TSR) 자료를 인용해 올해 1~6월 일본 이자카야 관련 사업자의 도산 사례가 118건에 달했다고 전했다. 이는 TSR이 해당 자료를 집계한 1989년 이래 상반기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치다. 문을 닫은 업체 가운데 10명 이하를 고용한 소규모 사업자가 90%를 넘었다. TSR은 올해 연간 이자카야 도산 규모도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경영 현장에서 가장 큰 압박 요인으로 꼽히는 것은 원가 부담이다. 음식 재료값은 물론 전력과 가스 비용, 점포 임차료까지 함께 오르면서 가게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지출이 크게 늘었다. 그러나 가격을 급격히 조정하면 손님이 줄어들 수 있어 인상 폭을 충분히 반영하기도 어렵다. 매출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업주에게 남는 금액은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도쿄 고토구에서 약 20석 규모의 매장을 운영하는 '쿠라노스케'의 마쓰바라 가즈노리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방문객 수는 회복됐지만 순수익은 과거 수준으로 돌아오지 않았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밝혔다. 그는 지출을 줄이기 위해 음식 종류를 이전의 절반 정도로 축소하고, 약 6개월 간격으로 판매가격을 50엔씩 조정하고 있다. 하지만 비용 증가세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주요 메뉴에 쓰이는 가다랑어 가격 역시 큰 폭으로 뛰었다. 최근 2~3년 동안 도매가격이 종전보다 3~4배 수준으로 높아졌지만 메뉴 가격에 이를 그대로 반영하기는 어렵다. 마쓰바라는 가격을 지나치게 높이면 고객이 주문 자체를 꺼릴 수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고토 겐지 TSR 매니저는 원재료비와 공공요금, 임차료가 동시에 상승한 상황에서 업체 간 경쟁까지 심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에게 가격 상승분을 모두 부담시키지 못하는 가운데 이익률이 떨어진 것이 업계의 잇따른 도산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업계가 걱정하는 것은 비용 문제만이 아니다. 일본의 외식 및 음주 습관이 이전과 크게 달라지고 있다는 점도 이자카야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직장인들이 퇴근한 뒤 동료들과 이자카야에서 저녁을 먹고 술을 마신 뒤 다른 업소로 이동하는 일이 흔했다. 한 번의 회식이 2차, 3차로 이어지는 풍경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외식비를 아끼기 위해 마트나 편의점에서 술과 음식을 구입한 뒤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

식료품에 적용되는 소비세 부담이 향후 낮아질 경우 이런 변화가 더욱 뚜렷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외식보다 식재료와 주류를 직접 구입해 가정에서 즐기는 편이 가격 측면에서 유리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외식 시장 내 경쟁 구도 역시 이자카야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대형 외식업체와 패스트푸드 브랜드들이 시장을 넓히면서 소비자의 선택지가 다양해지고 있다. 후지경제그룹은 이자카야와 로바타야키 시장이 2035년 약 1조1000억엔으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2019년과 비교하면 31% 감소한 수준이다.

반대로 햄버거와 라멘, 회전초밥 등을 포함하는 패스트푸드 시장은 같은 기간 58% 확대돼 약 5조1000억엔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업계가 쇠퇴만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업주들은 단순히 가격을 낮춰 손님을 끌어들이는 방식에서 벗어나 매장만의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과거에는 역세권이라는 입지나 저렴한 가격, 술 무제한 등이 고객을 끌어들이는 핵심 요소였다면 최근에는 특색 있는 음식과 지역 술, 매장 분위기처럼 명확한 정체성을 가진 곳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와 다이스케 외식산업 애널리스트는 이자카야를 찾는 사람이 일괄적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소비 방식 자체가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처럼 습관적으로 방문하기보다는 자신만의 이유와 목적을 가지고 특정 매장을 고르는 고객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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