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기술특례상장 기업들이 강화된 시가총액 기준에 따라 무더기로 퇴출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년부터 시가총액 상장폐지 기준이 300억원으로 높아지면서 아직 본격적인 매출과 이익을 내기 전인 상장 초기 기술기업까지 퇴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래 성장성을 보고 상장의 문을 열어준 기술특례제도의 취지와 일률적인 시가총액 퇴출 기준이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가 최근 주가 및 시가총액 기준 미달로 관리종목에 지정한 기업 가운데 샤페론, 에이비온, 노을, E8 등 4개사가 기술특례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기업으로 파악됐다.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바탕으로 상장 문턱을 넘은 기업들이 강화된 퇴출 기준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온 것이다.

문제는 시가총액 기준이 앞으로 더 높아진다는 점이다. 정부는 코스닥 부실기업 퇴출을 촉진하기 위해 시가총액 상장폐지 기준을 올해 7월 200억원으로 높인 데 이어 내년 1월부터 300억원으로 추가 상향할 예정이다. 당초 2028년 적용 예정이었던 300억원 기준을 1년 앞당겼다.
이에 따라 기술특례상장 기업의 관리종목 지정 및 상장폐지 위험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내년 적용 예정인 시가총액 300억원 기준을 적용할 경우(지난달 31일 기준) 상장폐지 요건 적용 대상에 포함되는 기술특례상장 기업은 26개사에 달한다. 현재 한국거래소는 데이터베이스(DB)화해 공개하고 있는 기술성장트랙 상장 자료가 최근 5년(2021년 8월17일~2026년 7월13일)으로 한정돼 있다. 때문에 적용 대상 기업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다른 의미에서는 이들이 상장한 지 5년이 되지 않은 기업들이라는 점이다. 시가총액이 기준을 밑돌아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되면, 이들은 일정 기간동안 기준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업계에서는 기술특례상장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시가총액 기준이 제도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기술특례상장은 현재의 매출과 이익보다 보유 기술의 경쟁력과 향후 성장 가능성을 평가해 상장을 허용하는 제도다. 특히 바이오·딥테크 기업은 연구개발(R&D)과 임상, 제품 상용화 등을 거쳐 본격적인 매출을 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관리 종목으로 지정된 기술특례기업 중에서도 바이오 기업이 다수를 차지했다.
상장 당시에는 미래 성장성을 인정해 실적 요건을 완화하면서, 상장 이후에는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큰 시가총액을 획일적인 퇴출 잣대로 적용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게 업계 주장이다. 증시 침체나 특정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만으로도 기술 개발이나 사업 진행 상황과 무관하게 상장 초기 기업이 퇴출 위험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벤처업계는 상장 초기 기술특례기업에는 별도의 보완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상장 이후 경과 기간과 기술 개발 성과, R&D 진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거나 일정 기간 시가총액 기준 적용을 유예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은 “정책은 속도만큼이나 방향과 지속가능한 효과가 중요하다”며 “우선 내년 1월로 예정된 시가총액 300억원 기준 시행을 최소 1년 유예하고, 특히 상장 5년 미만 기술특례상장 기업에 대해서는 시가총액이 아닌 객관적인 복합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