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개찰구 앞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았다. 교통카드를 찾을 필요도 없었다. 평소처럼 개찰구를 향해 걸어가자 자동으로 승차 처리가 이뤄졌다. 잠시 뒤 주머니 속 스마트폰에는 승차 완료 알림이 떴다.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찍는 익숙한 동작 하나가 사라졌다. '하이패스'가 지하철에서도 현실이 됐다.
티머니가 지난 7월 27일 서울 지하철 9호선 25개 역사에 도입한 '태그리스 결제'다.
태그리스 결제는 저전력 블루투스(BLE)를 기반으로 이용자를 인식해 별도로 교통카드나 스마트폰을 단말기에 접촉하지 않아도 승·하차와 결제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스마트폰을 주머니나 가방에 넣어둔 채 개찰구를 통과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모바일티머니' 앱에 교통카드를 등록한 뒤 '태그리스 결제 사용하기'를 설정하면 이용할 수 있다.
![[르포]지하철도 '하이패스'처럼…'태그리스' 하루 8600건 돌파](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8/19/news-g.v1.20260819.79863d784da74130a0346d6fac608f49_P1.jpg)
도입 초기지만 이용량은 빠르게 늘고 있다. 티머니에 따르면 서비스 첫날인 지난달 27일 서울 지하철 9호선 태그리스 일 거래량은 1814건이었다. 8월 들어 하루 7000건을 넘어섰고 지난 11일에는 8614건까지 증가했다. 약 2주 만에 하루 거래량이 첫날의 5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20~40대 직장인층의 이용률이 높았다.
현장에서도 태그리스 전용 개찰구를 이용하는 시민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스마트폰을 손에 들거나 교통카드를 꺼내는 대신 평소 걷던 속도로 개찰구를 통과했다. 9호선으로 출퇴근하는 30대 직장인 박준석씨는 “출퇴근 시간에는 사람도 많고 가방이나 짐을 들고 있을 때가 많아 교통카드나 스마트폰을 꺼내 찍는 것도 번거롭게 느껴질 때가 있다”며 “태그리스는 한 번 익숙해지니 훨씬 편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용 패턴에서도 출퇴근 수요가 두드러진다. 주말보다 평일 거래량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단순한 신기술 체험을 넘어 일상적인 대중교통 이용 과정에서 태그리스 결제를 사용하는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직접 이용해보니 가장 큰 차이는 개찰구 앞에서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다. 사람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에도 스마트폰이나 교통카드를 찾기 위해 걸음을 늦출 필요 없이 그대로 개찰구를 통과할 수 있었다. 양손에 짐이나 우산을 들고 있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휠체어 이용자나 임산부, 노인 등 교통약자의 이용 편의도 높일 수 있다.
태그리스는 교통카드 결제 방식과 병행해 운영되고 있다. 티머니는 2023년 우이신설경전철을 시작으로 2025년 5월 인천 지하철에 태그리스를 도입했고, 지난 7월에는 서울 지하철 9호선 1단계 구간인 개화역~신논현역 25개 역사로 정식 서비스를 확대했다. 서울버스 일부 구간에서도 지난해 10월부터 시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관건은 확산에 있다. 현재 서울 지하철에서는 9호선 일부 구간에만 적용돼 태그리스만으로 모든 이동을 끝내기는 어렵다. 지하철 노선과 버스 등 대중교통 전반으로 적용 범위가 넓어져야 이용자가 교통카드를 꺼내지 않고 이동하는 경험도 일상화될 수 있다.
개찰구에 카드를 찍는 것은 수십 년간 당연하게 여겨졌던 지하철 이용 방식이다. 태그리스는 그 짧은 동작 하나를 없애는 기술이다. 서비스가 확산된다면 교통카드를 '찍고 타는' 방식에서 '그냥 지나가는' 방식으로 대중교통 이용 풍경도 달라질 수 있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