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기술유출의 '보이지 않는 손' 그 사각지대를 없앤다

김용선 지식재산처장
김용선 지식재산처장

오늘날 글로벌 기술 경쟁의 최전선에는 '인재'가 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AI)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기업들이 핵심 연구자를 확보하기 위해 파격적인 보상과 연구환경을 내걸고 치열한 영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첨단기술의 경쟁력이 결국 사람의 지식과 경험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재확인하는 장면이다.

기업이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고 인재가 자신의 역량을 펼칠 곳을 선택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며 헌법에서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재 이동의 자유가 이전 직장의 영업비밀까지 가져갈 자유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정상적인 인재영입과 기술탈취 사이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분명한 선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경계를 의도적으로 무너뜨리는 '보이지 않는 손'의 존재다. 핵심인력에게 접근해 이직을 유도하며 영업비밀을 빼내도록 요구하고, 이를 원하는 기업이나 제3자에게 전달하는 이른바 '이직 알선 브로커'가 대표적이다.

아무리 높은 성벽을 쌓더라도 내부에서 누군가 문을 열면 방어선은 무너지게 마련이다. 더 위험한 것은 성문 밖에서 내부자를 유혹하고, 문을 여는 방법과 대가까지 제시하는 사람이다. 브로커는 단순히 사람과 일자리를 연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유출대상을 물색하고, 핵심인력과 수혜자를 연결하며, 기술이 넘어가는 전 과정을 기획하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기능한다.

그동안 법 집행은 주로 영업비밀을 직접 반출한 내부자와 이를 취득한 기업에 집중돼 왔다. 반면 범행을 설계하고 유출을 성사시킨 브로커는 법적 근거가 없어 영업비밀 침해의 공범으로 처벌하기 어려웠다. 결국 무등록·무허가 직업소개 행위에 초점을 맞춰 '직업안정법' 위반으로 처벌하는 데 그쳤다. 기업은 존립을 위협받을 만큼 큰 피해를 입는데, 범행의 핵심 연결고리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지 못하는 불균형이 있었던 것이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기술유출의 연결고리도 강력히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에 의미가 있다. 개정안은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소개·알선하거나 이를 유인하는 행위를 위법행위로 규정함으로써, 직접 영업비밀을 빼내지 않았더라도 핵심인력과 수혜자를 연결하고 유출을 부추긴 자에게 직접 유출한 것과 동일한 수준의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했다.

기술유출은 한 기업만의 피해로 끝나지 않는다. 수많은 연구자와 기술자가 쌓아 올린 시간과 노력, 기업의 투자, 국가의 연구개발 자원이 한순간에 해외 경쟁자의 손으로 넘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반도체·배터리·인공지능과 같은 첨단산업의 기술유출은 산업경쟁력을 넘어 경제안보까지 위협하는 문제다.

물론 법률만으로 모든 기술유출을 막을 수는 없다. 기업도 핵심정보에 대한 접근권한을 세분화하고, 퇴직자와 협력업체에 대한 보안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핵심인재의 기여가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보상체계와 조직문화도 마련해야 한다. 기술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방어선은 결국 사람에 대한 신뢰와 합당한 대우이기 때문이다.

지식재산처는 이번 법 개정을 출발점으로 기술유출의 '보이지 않는 손'까지 찾아내고, 남아 있는 보호의 사각지대를 촘촘히 메워나갈 계획이다. 기업의 노력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조직적·지능적 탈취 행위에 대해서는 국가가 공정한 경쟁의 잣대를 명확히 세워나갈 것이다.

김용선 지식재산처장 iprkhan@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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