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에서 첫 디지털자산기본법안이 발의된 지 1년 2개월이 넘었지만 정부안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지난해 연내 제출, 올해 1분기 처리 목표가 잇따라 무산되면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등 신사업을 준비하는 업계도 사업 기준조차 정하지 못한 채 법안만 기다리고 있다. 정부가 다시 연내 입법을 강조하고 있지만 반복된 지연에 업계의 불확실성은 커지는 모습이다.
25일 국회에 따르면 현재 디지털자산·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 10건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지난해 6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디지털자산기본법 대표발의를 시작으로 여야 의원들이 경쟁적으로 법안을 내놨다. 의원안은 쌓여 있지만 입법 과정에서 기준점 역할을 할 정부안은 나오지 않았다.
정부안 제출 시점은 계속 뒤로 밀렸다. 지난해 8월에는 10월 제출이 거론됐지만 무산됐고, 10월에는 다시 '연내 제출'로 늦춰졌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당시 관계부처 협의가 거의 막바지 조율 중이라고 밝혔지만 연내 제출도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 들어 정부는 1분기 처리를 목표로 제시했지만 또다시 무산됐고, 현재는 다시 연내 입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법안이 늦어진 가장 큰 이유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구조를 둘러싼 이견이다. 은행이 발행 법인의 지분 50%를 초과해 보유하도록 할지를 놓고 금융당국과 한국은행, 정치권·업계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지난해 정부안 제출이 해를 넘겼다. 올해 들어서는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15~20%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까지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정부안의 골격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국회에서 정부안은 다 마련돼 있다면서도 일부 쟁점에 이견이 있어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올해를 넘기지 않고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답했지만 구체적인 제출 시점을 못 박지는 않았다.
업계에서는 입법 지연이 길어질수록 제도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준비하는 은행과 핀테크·가상자산 사업자들은 하염없이 법안이 나오길 기다리는 중이다. 발행 주체와 인가 요건, 준비자산 관리 등 기본적인 사업 기준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인 사업 모델을 짜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는 신사업만 늦어지는 것이 아니다. 현재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이용자 자산 보호와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 거래소의 상장·공시 기준을 어떻게 법제화할지, 스테이블코인 발행자가 준비자산을 어떻게 관리하고 이용자의 상환 요구를 어떻게 보장할지 등은 2단계 입법 과제로 남아 있다. 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도 정비는 늦어지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솔직히 올해는 통과될 줄 알았다”며 “정부가 계속 말로는 처리한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밀렸기 때문에 연내 처리 될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