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파수 할당·재할당 대가를 사업자의 수익과 설비투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동일한 조건의 주파수를 재할당할 경우 사업자별 가격 차등을 두기보다 동일한 단위가격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국전파정책학회는 지난 25일 한국항공대학교에서 'AI 확산에 따른 전파정책의 방향'을 주제로 2026년 종합학술대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행사에서는 모바일 주파수 이용기술과 표준화, 저궤도 위성·드론, 주파수 정책과 무선국 검사, 5G 특화망 등 주요 전파정책과 기술 현안을 놓고 산·학·연 전문가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개회식에서는 김진기 한국전파정책학회장의 인사말과 박윤규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의 축사에 이어 박덕규 목원대학교 명예교수가 '나의 전파정책 여정'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진행했다.
주파수 정책 세션에서는 미국·중국·유럽의 AI 인프라와 이동통신망, 주파수 정책을 비교하고 국내 정책에 대한 시사점을 논의했다.
김지환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그룹장은 미국은 빅테크가 AI 인프라 구축을 주도하고 이동통신사는 보유한 망 자산을 엣지 AI 추론 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국가 주도 AI 인프라 구축에 이동통신사가 참여하고 있으며 6㎓ 대역을 6G용으로 배정해 기존 5G망과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유럽은 이동통신사의 투자 여력이 상대적으로 제한된 가운데 소버린 AI 구축에 부분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6㎓ 대역 활용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은 디지털네트워크법(DNA)을 통해 주파수 할당 조건과 재할당 대가 등을 개선해 통신사업자의 투자 여력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주파수 할당대가를 사업자의 투자와 네트워크 성과까지 고려해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변희섭 한림대학교 교수는 할당대가가 지나치게 낮으면 주파수 초과수요와 비효율적 이용이 발생할 수 있고, 반대로 과도하게 높으면 시장 진입장벽과 경쟁 약화,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변 교수는 향후 주파수 대가 제도가 사업자의 투자와 커버리지, 품질 성과와 연동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경매와 2차시장을 활용한 적정가치 발견 기능을 강화하고 사업자의 수익과 설비투자를 함께 고려하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할당 과정에서는 동일 조건의 주파수에 동일한 가격을 적용하는 것이 해외의 일반적인 방식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여인갑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박사는 해외 사례를 분석한 결과 최초 할당 당시 가격 차이가 있었던 경우에도 재할당 단계에서는 대부분 동일가격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재할당 대가는 과거 가격을 그대로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현재 주파수의 경제적 가치를 다시 평가하는 방식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 박사는 동일 대역에서 기술·면허 조건이 같다면 사업자와 관계없이 동일한 단위가격을 적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가격 차등이 필요한 경우에는 블록 품질이나 권리·의무 차이, 경쟁 촉진 등 객관적인 근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지훈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은 “전파법에 규정된 '주파수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할당대가를 산정해야 한다”며 “AI·6G 시대를 위한 주파수 정책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궁경 기자 nk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