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세플라스틱은 바다 위 뿐만 아니라 심해에서도 발견된다. 물보다 가벼운 미세플라스틱 조각이 어떻게 심해에 가라앉았을까.
백승호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생태위해성연구부 연구팀이 식물플랑크톤이 뿜어낸 점액이 미세플라스틱을 끌어 모아 바닷속으로 가라앉힌다는 것을 현장 실험으로 밝혀냈다. 실제 바다에 유사 환경을 구축해 실험·관찰하는 '메조코즘(mesocosm)' 방식을 사용했다.
연구팀은 경남 거제 해상에 직경 1m, 깊이 2.5m의 원통형 수조 다섯 개를 설치하고 각 수조에 바닷물과 식물플랑크톤을 채운 뒤, 질소·인 등 영양염을 수조마다 다른 농도로 투입했다. 강우량에 따라 하구와 연안의 영양염 농도가 달라지는 자연 현상을 재현한 것이다.
실험 시작 사흘 뒤, 영양염 조건에 따라 수조별로 식물플랑크톤의 증식 정도와 우세한 종류가 뚜렷하게 구분됐다. 영양염이 풍부한 수조는 규조류가 빠르게 늘어났고, 부족한 수조는 증식 속도가 느리고 우세 종도 달랐다.
연구팀은 이어 각 수조에 미세플라스틱 3000만개를 넣고 바닥에 가라앉은 양을 측정했다.
식물플랑크톤은 수명이 다할 때 점액을 분비하고, 이 점액은 여러 플랑크톤을 뭉치게 만들어 물보다 무거운 덩어리가 생성된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도 함께 뭉처져 바닷속으로 가라앉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가라앉은 양은 식물플랑크톤 생물량에 비례하지는 않았다. 식물플랑크톤이 가장 많은 수조에서 미세플라스틱의 11.6%가 가라앉은 반면 그 절반 수준인 수조에서는 34.1%가 가라앉았다.

분석 결과 식물플랑크톤 종류에 따라 차이가 생겼다. '규조류'가 주로 증식한 수조에서는 바닥에 가라앉은 미세플라스틱이 더 많았고, '와편모조류'가 주로 증식한 수조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규조류는 빠르게 증식하지만 수명은 짧아 상대적으로 점액을 많이 분비한다. 이 많은 점액이 미세플라스틱도 더 뭉치게 만들었다. 상대적으로 수명이 긴 와편모조류는 점액 분비량도 적어 미세플라스틱 덩어리 생성량이 적었다.
연구팀은 식물플랑크톤 점액이 사후 이틀 이내 만들어진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덩어리로 형성되는 데는 열흘가량이 걸렸고, 형성된 덩어리는 하루 평균 80m씩 가라앉았다.
백승호 연구원은 “영양염의 농도에 따라 달라지는 식물플랑크톤의 군집이 미세플라스틱의 해양 내 이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현장실험으로 확인했다”며 “해역별 생물 군집 정보와 계절과 해역마다 우세종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관찰해 미세플라스틱이 어디로 이동하고 어디에 쌓이는지를 규명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해양수산부가 해양 미세플라스틱 환경오염을 통합 관리하기 위해 마련한 '해양 미세플라스틱 유입·발생 및 환경거동 연구사업' 지원을 받았다.
부산=임동식 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