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IP거래 활성화, 고차방정식 해결 위한 변수 정리해 본다](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8/26/news-p.v1.20260826.efb9faaa6aad4413a96c53d0a4afc225_P1.png)
얼마 전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지식재산(IP) 거래 활성화가 더디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관련 업무가 여러 기관에 분산돼 있어 통합이 쉽지 않고 또 IP거래 특수성이 있어 단기간에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취지의 설명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허기술로 대표되는 IP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지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부는 이미 10년 전부터 '시장주도 IP·기술거래 활성화 방안'과 같은 대책을 통해 같은 문제를 반복적으로 진단해 왔다. 그때도 지적된 원인은 공급자와 수요자 간 정보 비대칭, 기술성과 사업성 괴리, 취약한 권리 보호 환경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진단이 되풀이된다는 것은, 이 문제가 조직 개편이나 기능 통합 같은 행정적 조치로는 풀리지 않는 성격의 문제라는 뜻이다.
IP 기술 거래는 하나의 변수로 풀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여러 요소가 동시에 얽혀 있는 '고차방정식'에 가깝다. IP 가치평가, 사업화 가능성, 기업 수요, 투자 환경, 시장 구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이런 구조에서는 단편적인 제도 개선이나 부처 간 업무 재배치만으로는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그 구조적 원인은 대략 여섯 갈래로 좁혀진다.
첫째, 정보 비대칭이다. IP 거래시장에서는 기초적인 정보비대칭 문제가 존재한다. IP 활용을 희망하는 수요 기업이 애초에 어떤 기술이 시장에 나와 있는지조차 파악할 경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것은 “어떤 기술이 거래·이전 가능한 상태로 나와 있는가”를 보여주는 매칭·거래 플랫폼인데 NTB기술은행, IP거래소, 각 대학·공공연 TLO 시스템 등이 서로 다른 부처와 기관 산하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고, 정보 품질과 갱신 주기도 제각각이어서, 수요자 입장에서는 탐색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조차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공급자 정보를 늘리는 것 못지않게, 수요자가 그 정보에 실질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경로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IP 거래 지원 정책 자체에서 비롯되는 혼선이다. 대표 사례가 IP가치평가다. 과거 특허청은 IP 가치평가 업무가 변리사법상 '감정' 업무에 해당하므로 법률자격자 업무영역이라고 행정심판 과정에서 의견을 낸 바 있다. 그러나 가치평가는 권리의 유효성이나 침해 여부를 가리는 법률 판단이 아니라, 기술 시장성과 사업성, 미래 현금흐름을 추정하는 시장 판단에 가깝다. 이 둘을 구분하지 않은 채 가치평가를 절차·법률 전문성 영역으로 묶어버리면, 정작 시장을 읽는 역량을 가진 주체가 이 시장에 진입할 통로 자체가 제도적으로 좁아진다. 정부가 가치평가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판이 달라지는데, 정작 정부 스스로 그 성격 규정에서 혼선을 자초하고 있다. 과거 특허청 해석대로라면, 지금 IP 기술 거래 시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수많은 가치평가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들춰내면 뼈아픈 이야기지만 IP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명확한 재정립이 필요하다.
셋째, IP거래 중개 주체들의 전문성 문제다. IP 거래·평가·사업화를 매개하는 IP 서비스업, 즉 시장의 동맥 역할을 하는 주체들의 전문성이 충분히 자리 잡지 못했다. 가치평가와 거래 중개가 무엇을 요구하는 전문영역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축적된 논의가 부족하다 보니, 사실상 특별한 전문성 없이도 관련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고, 그 결과 서비스 품질 편차가 크다. 특히 다수의 특허법인(특허사무소)은 법률 대리라는 본래 업무 이외 진단과 컨설팅, 가치평가, 거래 중개, 사업화 지원까지 IP 비즈니스 전 단계를 한 조직이 수행하는 기형적인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다. 서로 다른 전문성과 이해관계가 요구되는 단계들이 한 지붕 아래 묶이면, 각 단계 품질을 담보할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기 어렵다. 앞서 지적한 정책적 혼선과 이 전문성 부재는 서로를 강화한다.
넷째, 기술성과 사업성 괴리다. 좋은 기술이 곧 잘 팔리는 기술이라는 통념과 달리, 실제로는 후속 개발이 더 필요하거나 활용에 제약이 있는 기술이 적지 않다. 이 간극을 메우려면 가치평가 단계에서부터 기술의 완성도뿐만 아니라 사업화 가능성을 함께 짚어내는 평가 체계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평가와 사업화 지원이 분리된 구조에서는, 평가서상으로는 우수한 기술이 시장에서는 외면받는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다섯째, 거래 이후 리스크다. IP 거래는 계약이 성사되는 순간이 아니라, 그 이후 사업화돼 매출로 이어지는 과정 전체로 봐야 한다. 그러나 거래된 기술이 제품·서비스로 이어지기까지는 추가 개발비, 인증, 시장 진입 등 상당한 리스크가 남아 있고, 이 구간에서 정책금융이나 투자와 연계가 끊기면 거래 자체가 위축된다. 기술 거래와 사업화 금융을 별개의 정책 영역으로 다룰 것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설계해야 하는 이유다.
여섯째, 정책 실행자 경험과 역량이다. 지식재산처 공무원들은 다른 부처에 비해 역량이나 능력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산업 육성 정책을 직접 설계하고 집행해 본 경험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산업을 육성하려면 필요시 새로운 법적 근거를 만들고, 그 법을 토대로 정책과 예산을 투입하는 역량이 요구된다. 그러나 특허청은 오랫동안 심사·심판이라는 절차 중심 기능을 수행해 온 조직으로, 이런 산업 육성형 입법과 정책 설계를 직접 해본 경험을 가진 인력은 상대적으로 두텁지 못했다. 타 업종별 협회나 기관 방문해서 인사 나누고 지원사업 배정해 주는 것은 가장 손쉽고 단편적인 지원 시책의 하나다. 지식재산처로의 전환이 이름뿐인 확장이 아니려면, 이런 입법·정책 설계 경험과 역량을 갖추고 시장 관점에서 산업 육성 정책을 수립, 집행해야 한다. 거듭 얘기하지만 이는 현재 구성원들 능력 유무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업무 특성에 적정한 능력이 무엇인지를 냉정하게 따져 보자는 것이다.
이 여섯 갈래는 각각 다른 부서, 다른 예산, 다른 법률 근거를 가진 영역일 수 있다. 그러나 기업과 시장이 체감하는 것은 이 여섯 가지가 하나로 이어지는 '탐색-평가-거래-사업화' 흐름이다. 정책이 이 흐름을 기준으로 재설계되지 않는 한, 아무리 기능을 통합해도 시장의 체감은 달라지지 않는다. 10년 전에도, 지금도 같은 진단이 반복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IP 거래 활성화는 단순한 정책 과제가 아니다. 여러 요소가 맞물린 복합적인 문제이고, 이미 오래된 문제이며, 그렇기 때문에 해법 역시 기능 통합이라는 단순한 답이 될 수 없다. 이 '고차방정식'은 기능을 통합한다고 풀리지 않는다. 정보 접근성을 열고, 가치평가를 둘러싼 정책 혼선을 정리하고, 시장 중개 주체 전문성을 세우고, 기술성과 사업성의 간극을 좁히고, 거래 이후 리스크를 사업화·투자로 이어주고, 이를 설계할 정책 역량을 갖추는 일. 이 여섯 조건이 하나의 흐름으로 맞물릴 때, 비로소 방정식은 풀리기 시작한다.
봉명환 포디피앤씨 대표 bmh0062@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