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1만5000여개 공공 정보시스템의 중요도 등급을 재분류하고 확정했다. 등급별 재해복구(DR) 목표시간과 구축 방식을 구체화한 것으로 공공 DR 시장이 본격 개화할 전망이다.
27일 행정안전부는 지난 4월부터 추진해 온 공공 정보시스템 등급 전면 재분류를 마무리하고, 1만 5033개 시스템에 대한 새로운 등급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재분류는 지난해 9월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당시, 사용자 수가 적다는 이유로 낮은 등급을 받아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큼에도 복구가 늦어졌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했다.
행안부는 기관이나 사용자 수가 아닌 국민 관점에서 서비스 중요도를 중심으로 A1에서 A4 단계로 등급 체계를 개편하고, 모든 공공 정보시스템에 대한 전면 재분류를 진행했다.
대상 정보시스템에 대해 민간 전문가 자문 등 실무 검토와 일반행정·지방행정·안전·경제·사회 등 5개 분과위원회 심사를 거쳤으며, 지난 26일 정보시스템 등급심의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최종 등급을 결정했다.
심의 결과 A1 등급 73개(0.5%), A2 등급 157개(1.0%), A3 등급 671개(4.5%), A4 등급 1만 4132개(94.0%)로 결정됐다. 위원회는 각 기관이 신청한 내용 중 국민의 생명·안전 및 일상생활과 직결되는 정보시스템은 등급을 상향하고, 시스템 중요도에 비해 높게 신청된 경우에는 등급을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국가핵심인 A1 등급 73개는 국민안전 22개, 관세행정 15개, 재정금융 11개, 보건복지 11개, 행정기반 8개, 국토교통 6개 등이다. 구체적으로 112시스템, 산불상황 관제시스템, 정부24, 주민등록시스템, 수출입 통관 시스템 등 국민 생활과 국가 기능에 직결되는 서비스가 포함됐다.
이번에 확정된 등급은 '행정기관 및 공공기관 정보시스템 안정성 고시'에 규정한 등급별 재해복구 목표시간(RTO)과 연동된다. A1 등급 시스템은 재난 발생 후 1시간 이내 복구가 의무화된다. 실시간 연동되는 액티브-액티브 DR을 구축해야 가능하다. A2는 3~12시간 이내, A3는 1~5일 이내, A4는 3주 이내로 복구 목표시간을 세분화했다.
이에 따라 DR 시장의 성장세도 한층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행안부는 올해 총 3463억원 규모의 '재해복구시스템 구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 국정자원 대전센터에 위치한 97개 시스템을 대상으로 정보화전략계획(ISP) 수립부터 일부 시스템의 본사업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재분류로 액티브-액티브, 액티브-스탠바이 방식의 DR 대상인 A1·A2 등급 시스템은 230여개, 서비스수준협약(SLA) 체결이 의무화되는 A1·A2·A3 등급 시스템은 총 900여개로 확정됐다. DR·SLA 시장의 본격 개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매년 안정적인 예산 편성이 뒷받침되는 정책 연속성이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구현모 정보시스템 등급심의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전면 등급 재분류는 촘촘한 심의를 거쳐 1만 5033개 정보시스템 하나하나를 국민 생활 영향도 관점에서 신중하게 심의했다”며 “확정된 등급에 맞춰 실효성 있는 DR 체계가 제대로 구축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민재 행안부 차관은 “이번 전면 재분류는 정보시스템의 중요도를 사용자 수가 아닌 국민의 눈높이에서 다시 살펴본 것”이라며 “확정된 등급을 토대로 중요한 시스템은 더욱 촘촘히 보호하고, 어떠한 재난이나 장애 상황에서도 국민이 필요한 행정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관리 체계를 지속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