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中企정책에 산업별 육성 입힌다…신성장 4대 분야 집중

정부가 중소기업 정책의 무게중심을 단순한 '기업 지원'에서 '기업 성장'으로 옮긴다. 연구개발(R&D)·융자·수출 등 개별 사업별로 기업을 지원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먼저 선별한 뒤 자금은 물론 규제, 실증, 데이터, 판로까지 성장에 필요한 수단을 장기간 연결하는 방식이다. 신안보·제약바이오·기후테크·K-소비재를 시작으로 중소기업 정책에 '산업별 육성' 개념도 본격 도입한다.

정부가 27일 내놓은 '신성장 분야 혁신기업 육성 방안'은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에 '산업별 육성'이라는 새로운 축이 더해진다. 중소벤처기업부의 R&D·창업·투자·금융·수출 정책에 관계부처가 가진 시설·데이터·규제·조달 등을 결합해 신안보·제약바이오·기후테크·K-소비재 분야 유망기업의 성장 병목을 풀겠다는 구상이다.

기업이 필요할 때마다 개별 지원사업을 찾아다니는 방식도 바뀐다. 정부가 매년 신성장 분야 혁신기업 300개사를 선정한 뒤 기업별 진단을 거쳐 R&D와 사업화, 금융, 수출, 인력 등을 패키지로 제공한다. 우선 2년간 지원하고 단계별 목표인 마일스톤 달성 여부에 따라 3년을 추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중소기업 정책 패러다임 전환
중소기업 정책 패러다임 전환

특히 4대 신성장 분야별로 기업이 실제 성장 과정에서 마주하는 장애물을 겨냥한 맞춤형 정책을 마련한다. 신안보에서는 전문 투자기관을 신설해 정부가 100% 직접 투자한다. AI·드론·로봇·우주항공·첨단소재·사이버안보 등 전략 분야 기업을 대상으로 군 부대와 데이터를 실증·시험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공공수요 연계 R&D와 안보 분야 조달·획득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기술을 보유하고도 군 현장에서 시험할 기회와 초기 수요를 확보하기 어려웠던 기업들의 사업화 문턱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제약바이오에서는 병원과 연구자의 창업을 활성화하고 대형병원의 의료데이터와 장비를 제약·바이오 벤처가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다. 국내 벤처가 개발한 기술이 실제 사업화와 해외 진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글로벌 제약사와의 기술거래 계약도 촉진한다.

기후테크는 기술 개발 이후 규제와 실증에서 막히는 문제를 겨냥한다. 규제특례를 신설하고 대기업·공공기관을 활용한 실증 테스트베드를 확대한다. 기후테크 특화펀드를 늘리는 동시에 공공기관이 혁신제품을 먼저 구매하는 시범구매를 확대해 초기 판로 확보도 돕는다.

K-소비재는 해외 유통망 입점 지원과 현지 규제 대응, 지식재산권(IP) 침해 대응을 강화한다. 외국인 관광객과 접점이 많은 국내 지역에는 K-뷰티 클러스터를 구축해 해외 바이어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수출거점으로 육성한다. 정부는 신안보에 이어 제약바이오·기후테크·K-소비재 분야별 세부 대책을 오는 10월까지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이처럼 중기부가 특정 산업을 정해 집중 육성에 나서는 것은 큰 변화다. 지금까지 기업 규모나 업력, 정책수단을 기준으로 지원사업을 설계했다면 앞으로는 국가적으로 육성할 산업을 선정하고 해당 분야의 유망기업에 여러 정책수단을 결집하는 '산업별 성장정책'을 병행한다. 4대 분야도 고정하지 않고 시장과 기술 변화에 따라 추가할 방침이다.

박용순 중기부 중소기업정책실장은 “그동안 중기부가 분야별 정책을 많이 하지 않았지만 내년부터 4대 신성장 분야 중소기업을 본격 육성할 것”이라며 “4개 분야로 고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 상황과 기술 흐름에 따라 새로운 분야가 추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이같은 정책의 청사진이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느냐다. 의료데이터 활용이나 기후테크 규제, 군 조달·획득 체계 등은 단일 부처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부처별로 흩어진 지원 수단을 기업 단위에서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실행력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성장기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강화되면서 영세·전통 중소기업이 지원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정책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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