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반도체나 이차전지 내부 결함을 찾아내는 비파괴검사 혁신 기술을 개발했다.
디지스트(DGIST·총장 이건우)는 로봇및기계전자공학과 한상윤·유재석 교수 공동 연구팀이 반도체 제조 공정을 활용해 머리카락 굵기보다 작은 초소형 광(光) 초음파 센서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이 센서는 대상 물체에 직접 닿지 않고 공기를 통해 전달되는 메가헤르츠(㎒)급 초음파를 정밀하게 잡아낼 수 있어 비파괴검사 기술에 혁신을 몰고 것이란 평가다.
비파괴검사는 오염이나 손상에 민감한 첨단 부품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대안으로 공기를 통해 초음파를 쏘고 받는 '비접촉식' 방식이 꼽히지만, 공기 중에서는 초음파 신호가 급격히 약해지는 문제가 있다. 특히 미세 결함을 찾기 위해서는 높은 주파수(㎒급)가 필요한데, 주파수가 높을수록 신호 감쇠가 더 심해져 '고주파·고감도·초소형' 특성을 모두 만족하는 센서 개발은 오랜 난제로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빛을 이용해 소리(초음파)의 미세한 떨림을 읽어내는 광학식 방식으로 이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했다. 반도체 산업에서 널리 쓰이는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을 활용해, 빛이 지나가는 광 회로와 소리에 의해 진동하는 미세 기계 구조물(초박막 캔틸레버)을 단일 반도체 칩 위에 함께 구현해 낸 것이다.
초음파가 센서에 닿아 미세 기계 구조물을 위아래로 진동시키면, 그 옆을 지나는 빛의 파장과 세기가 미세하게 변하게 된다. 센서는 이 빛의 변화를 읽어내 초음파 신호로 변환한다. 기존 광학 센서들처럼 부피가 큰 렌즈 부품이나 복잡한 조립 공정 없이, 단일 반도체 공정만으로 '광-기계식 초음파 수신기'를 하나의 칩에 완성한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다.
이번에 개발한 센서는 감지부 크기가 0.0004㎟(가로 30㎛×세로 13.5㎛)로 머리카락 굵기보다 작으면서도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한다. 상용화된 기존 초음파 센서와 비교한 결과, 유효 감지 면적당 수신 응답이 무려 2만5000배 이상 높게 측정됐다. 공기 중 신호 감쇠라는 물리적 한계를 초고감도 설계로 극복한 것이다.
특히 이 기술은 기존 8인치 실리콘 웨이퍼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해 대량 생산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설계 도면만 바꾸면 다양한 주파수의 센서를 하나의 웨이퍼에 동시에 새겨 넣을 수 있어, 통신 중심이던 실리콘 포토닉스 생태계를 산업용 계측과 의료 영상 분야로 확장하는 핵심 독자 기술이 될 전망이다.

한상윤 교수는 “이번 연구는 복잡하게 부품을 조립할 필요 없이 반도체 소자 하나로 초음파 센서를 만들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라며 “앞으로 수십 개의 수신기를 한 칩에 모은 고밀도 배열형 광 초음파 시스템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유재석 교수는 “오염에 민감한 반도체 웨이퍼나 이차전지, 복합 소재의 비접촉 검사는 물론 의료·바이오 영상 분야로도 활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와 한국연구재단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GIST 한상윤·유재석 교수와 김정원 KAIST 교수가 교신저자로, DGIST 남상우 석박사통합과정생과 김재현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이창호 전남대 교수 연구팀이 공동 수행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광학 분야 국제 저명 학술지인 '포토닉스 리서치(Photonics Research)'에 게재됐다.
한편, 한상윤 교수는 실리콘 포토닉스 기반 차세대 AI 인프라의 한계를 극복하는 지능형 광집적회로 기술분야 선구자다. 빛으로 연산하는 컴퓨팅, AI 클러스터 초고속 연결, 초경량 AR 글래스 및 고해상도 라이다, 빛으로 듣는 초음파 센싱 등이 주요 연구분야다. 현재 이종집적 다중소재 광집적회로 칩렛 관련 최대 규모 과제인 한-EU 반도체 공동연구를 총괄하고 있다.
대구=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