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12월 비대면진료 정식 시행을 앞두고 의약품 배송이 제도 실효성을 좌우할 핵심 쟁점으로 다시 부상했다. 진료부터 처방까지 비대면으로 이뤄지지만 정작 환자가 처방약을 받기 위해 약국을 찾아가야 하는 불편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약배송 범위를 적극 확대하기 위해 의견 수렴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진료-처방-의약품 수령까지 연결되는 완결형 비대면진료가 실현될 지 주목된다.
30일 의료계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무조정실·보건복지부·중소벤처기업부 등이 비대면진료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약 배송 허용 범위 확대를 검토하기로 한 데 이어 대한의사협회가 의약품 배송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의료기관에 방문하기 어려워 비대면진료를 받은 환자가 처방약을 받기 위해 약국을 찾아가야 하는 것이 실질적인 환자 불편을 초래한다는 이유에서다.
비대면 약 배송은 코로나19를 시작으로 비대면진료가 국내 의료체계에 자리잡는 과정에서 꾸준히 제기돼온 문제다. 비대면으로 의사 진료 후 처방전까지 수령해도 정작 약국을 직접 방문해야 하는 현 체계가 제도 실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지속돼왔다. 비대면진료가 필요한 고령자나 거동 불편자 등이 의약품 수령으로 새로운 의료 접근성 장벽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계에서도 약국에서 직접 약을 수령해야 하는 현 구조가 제도 실효성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한다. 특히 처방약을 구하지 못해 여러 약국을 찾아다니거나 약 재고 현황을 문의해야 하는 소위 '약국 뺑뺑이'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5월부터 비대면진료 플랫폼에 약 재고정보와 조제 가능 여부를 실시간 제공하기 시작했다.
비대면 약 배송은 플랫폼 업계뿐만 아니라 의료계에서도 일정 범위 내에서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국회 스타트업연구모임 유니콘팜과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2023년 비대면진료 경험 의사 100명, 약사 100명, 환자 1000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의사 79%, 약사 85%, 환자 76.5%가 약 배송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조사에 참여한 약사 상당수가 약 배송이 환자 안전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반면 대한약사회는 약 배송에 강하게 반발하며 약 배송 전면 확대를 막겠다는 대응 방침을 공식화했다. 오는 12월 24일 비대면진료가 공식화되면 장애인, 희귀·감염 질환자 등 일부 취약계층에게만 예외적으로 약 배송을 허용하기로 한 사회적 합의를 뒤흔드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약사회는 의약품 배송이 자칫 배송 과정에서 변질·오배송이 생길 수 있고 약사의 대면 복약지도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의료용 마약류 유통과 오남용 창구로 활용될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한국소비자원은 정책 보고서에서 “미국, 영국, 일본 모두 비대면진료 시 의약품 처방·배송에 대해 비교적 규제를 완화했으나 마약류나 특정 의약품 처방에는 엄격한 제안을 두고 있다”며 “의약품 오남용 방지와 적정 복용을 지원하는 디지털 복약지도 시스템을 함께 구축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