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기초 연구를 지원한 사례가 확인됐다. 원자 단위로 얇은 '이차원 초전도체'의 특성을 다룬 연구로, 미래 양자 소자 기술과 연결될 수 있는 기초 성과다.
1일 업계에 따르면 MIT 연구진은 니오븀 다이셀레나이드(NbSe₂)라는 물질을 원자 몇 층 두께로 매우 얇게 만들어 전기적 특성을 정밀 측정한 결과를 지난달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게재했다.
초전도체는 전기 저항이 완전히 사라지는 물질이다. 이차원 초전도체는 이 물질을 원자 한 층~몇 층 두께로 아주 얇게 만든 것을 말한다. 두께가 원자 수준이라 '이차원(2D)'이라고 부른다.
다만 물질을 극도로 얇게 만들면 전자가 흐를 때 느끼는 '관성'이 커지는데, 이를 운동 인덕턴스(kinetic inductance)라고 한다. 넓은 도로에서 달리던 차가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움직임이 더 둔해지는 것과 비슷하다. 전자도 마찬가지로, 얇은 층에서는 '움직임이 무거워지는' 효과를 겪게 된다.
NbSe₂는 단층에서도 초전도성을 잘 유지하면서 이 값이 특히 높게 나온 사례로 주목받는다. MIT 연구진은 NbSe₂를 단층(원자 한 층)으로 만들었을 때 운동 인덕턴스가 1.2나노헨리 퍼 스퀘어(nH/□)까지 높아지는 것을 규명해 냈다. 운동 인덕턴스가 크면 같은 성능을 내는 부품을 훨씬 작게 만들 수 있다. 결국 회로 전체를 더 조밀하게 집적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이 논문에는 삼성전자의 '삼성 세미컨덕터 리서치 펀드(Samsung Semiconductor Research Fund)' 지원이 명시돼 있다. 미국 육군 연구소, 국립과학재단(NSF), 에너지부(DOE) 등 미국 정부 기관과 일본 학술진흥회가 함께 지원했다.
삼성전자가 이 연구에 투자한 목적은 단기 상용화보다는 장기적 기술 탐색에 있다. 이차원 초전도체와 같은 기초 성과는 당장 제품으로 연결되기 어렵지만, 10년 이상 앞을 내다볼 때 양자 소자나 초소형 전자부품의 핵심 기반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미리 기술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MIT와 지난해 8월 공동 워크숍을 여는 등 기초학문에 대한 연구 협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산업적 요구를 기초 학술연구와 연결해 반도체 기술혁신을 공동 설계한다는 취지다.
MIT는 이달에도 이차원 초전도체에 대한 최신 연구 성과를 선보였다. 이달 네이처를 통해 1인치(약 2.5cm)가 넘는 넓은 면적의 단층 NbSe₂를 공기 중에서 만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기존 NbSe₂는 공기 중에 노출되면 금방 산화돼 망가지고, 큰 면적으로 만들기 어려웠다. MIT 연구진은 아주 얇은 그래핀 물질 보호막을 깔아두고, 그 아래에서 NbSe₂를 키우는 방식을 사용했다. 연구진은 이 물질을 초전도 회로에 연결하는 기술도 개발했으며, 회로에 집적했을 때 운동 인덕턴스는 약 0.7 nH/□로 측정됐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