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최근 2030년 K컬처 시장 목표를 400조원, 수출 목표를 1100억달러로 높였다. 새 기준의 2025년 잠정치는 각각 274조원과 718억달러로 추정된다. 5년간 시장은 126조원, 수출은 382억달러 늘어야 한다. 필요한 연평균 성장률은 각각 7.9%, 8.9%다. 호서대 연구의 연 5.5% 기준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2030년 시장은 약 358조원, 수출은 약 938억달러에 그친다. 높아진 목표를 뒷받침할 유통 인프라가 필요하다.
새 목표에는 콘텐츠와 예술뿐 아니라 방한관광, K푸드, K뷰티, K패션이 포함된다. 드라마와 예능, 영화가 세계인의 관심을 만들고, 그 관심이 상품 구매와 관광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콘텐츠가 해외 시청자에게 안정적으로 도달하지 못하면 1100억달러의 연결 고리도 약해진다.
K콘텐츠의 병목은 이제 제작 능력보다 유통 주도권에 있다. 글로벌 플랫폼은 세계 시장을 열어줬지만 특정 사업자에 대한 의존이 커지면 이용자 데이터와 유통 조건, 지식재산권, 수익 배분에서 국내 산업의 협상력은 약해진다. 작품의 흥행 성과를 다음 작품과 국내 창작 생태계로 돌리는 구조도 취약해진다.
방송, 영화, 애니메이션을 묶은 K-OTT 핵심 분야는 2023년 국내 콘텐츠 매출의 21.0%를 차지했지만 수출 비중은 9.2%에 머물렀다. 국내 매출 비중과 비교하면 수출 비중이 절반에도 못 미친다. 바로 이 간극이 K-OTT가 메워야 할 성장 여력이다.
K-OTT는 단순한 또 하나의 영상 채널이 아니다. 콘텐츠를 포트폴리오로 묶고 자막과 더빙, 현지 마케팅, 결제, 추천 데이터를 축적해 해외 이용자와 장기 관계를 만드는 산업 기반이다. 웹툰과 웹소설을 영상화하고 다시 게임, 공연, 캐릭터와 상품으로 확장하는 지식재산권 생태계의 중심이기도 하다. 유통 창구를 보유해야 흥행 이후의 데이터와 부가가치가 국내에 남는다.
산업분석 결과 K-OTT 영상 장르의 생산유발계수는 2.068로 타 콘텐츠 분야의 1.827보다 13.2% 높았다. 수출전환 효율도 12.7% 높았다. 글로벌 OTT에 의존할수록 국내 영상제작 시장은 OTT 예산규모에 갇히게 된다. 또한 글로벌OTT의 국내 콘텐츠 시장 지배력이 확대되면 우수한 작품이 글로벌 플랫폼으로 집중될 가능성 높아. 이는 국내 방송사와OTT의 콘텐츠 경쟁력을 약화 시키고, 다시 글로벌 플랫폼 의존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티빙과 웨이브의 통합 논의도 같은 관점에서 봐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시한 2024년 시장점유율은 티빙 21.2%, 웨이브 12.4%였다. 단순 합계 33.6%는 넷플릭스의 33.9%에 근접한다. 기업결합은 조건부 승인을 받았고 양사는 결합상품과 오리지널 교류를 시작했지만 최종 통합은 지연되고 있다. 두 플랫폼의 콘텐츠, 이용자, 기술과 데이터를 결집해 제작 투자 안정성을 높이고, 콘텐츠 포트폴리오를 확대하여 해외 현지화와 패키지 유통 능력을 키워야 한다.
정책도 정교해야 한다. 1100억달러 목표는 소비재와 관광까지 포함하므로 이를 순수 콘텐츠 수출과 혼용해 투자액을 부풀려서는 안 된다. 직접 콘텐츠 수출 목표를 별도로 두고, 수출 실적과 지식재산권 보유, 창작자 환류를 조건으로 정책금융과 세제 지원을 설계해야 한다. 현지화, 해외 마케팅, 데이터 인프라처럼 개별 제작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공통 비용도 함께 지원해야 한다. 요금과 소비자 선택권, 제작사와의 공정한 수익 배분 역시 보장해야 한다.
K-OTT의 규모화는 국내 시장점유율 경쟁을 넘어 글로벌 유통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반이다. 안정적인 콘텐츠 투자와 해외 유통을 통해 발생한 성과가 다시 국내 제작 생태계로 환류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통합의 중요한 의미다.
글로벌 OTT를 배제하자는 것이 아니다. 협력하되 선택지가 있어야 한다. K-OTT는 K콘텐츠의 유통 주권과 협상력을 지키는 수출 인프라다. 콘텐츠의 성공을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바꾸려면 잘 만드는 힘에 더해 끝까지 유통하고 수익을 다시 투자하는 힘을 갖춰야 한다.
이원희 호서대 경영대학원 ESG경영 주임교수 whlee@hoseo.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