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연구원, 용인 반도체 전력 수요 대응 '경기도 에너지 고속도로' 제안

2050년 전력 사용량 현재의 두 배 전망
태양광·ESS 연계해 송전망 부담 완화 추진

경기도, 에너지 고속도로 구상.
경기도, 에너지 고속도로 구상.

경기연구원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조성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고속도로 유휴부지를 활용한 '경기도 에너지 고속도로' 구상을 제시했다.

3일 경기연구원의 연구보고서 '반도체 시대의 전력난, 고속도로 위에서 답을 찾다'에 따르면 2050년 경기도 연간 전력 사용량은 약 28만5000기가와트시(GWh)로, 현재의 두 배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 등이 본격 가동되면 경기남부를 중심으로 전력 공급망 확충이 주요 과제로 떠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단은 777만㎡ 규모로 조성되며, 삼성전자는 2052년까지 민간투자 360조원을 투입해 반도체 제조공장 6기 등을 구축할 계획이다. 정부도 용인 반도체 산단의 전력 수요를 10기가와트(GW) 이상으로 보고, 지역 발전력 보강과 영동권·중부권 발전력 연계를 통한 단계별 공급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연구원은 신규 송전탑과 송전선로 건설이 주민 반대, 토지 보상, 인허가 절차 등으로 장기간 걸리는 만큼 기존 고속도로 부지를 전력 인프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고속도로는 국가가 이미 확보한 기반시설이어서 지하 송배전 관로를 설치하면 사유지 보상과 입지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핵심은 서해안 간척지에서 생산되는 대규모 태양광 전력을 경기남부 반도체 산업단지로 연결하는 것이다. 시화·화옹·평택호 일대에서 생산 가능한 약 3GW 규모의 태양광 전력을 서해안고속도로와 평택시흥고속도로 축을 따라 용인 등 전력 수요지로 공급하는 구조다.

연구원은 이 방식을 활용하면 통상 13년 안팎이 걸리는 송전선로 건설 기간을 5~7년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29년부터 단계적으로 가동될 용인 반도체 생산시설의 전력 공급 시점 불일치를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고속도로 자체를 발전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도내 고속도로 비탈면, 성토부, 방음벽 등 약 840㎞ 구간의 유휴부지를 활용하면 588메가와트(MW) 규모 태양광 설비를 설치할 수 있다. 연간 발전량은 773GWh로 추산된다.

휴게소와 나들목 등 주요 거점에는 4MW급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설치하는 방안이 담겼다. 낮 시간대 태양광 잉여 전력을 저장한 뒤 전력 소비가 많은 시간대에 공급하면 기존 배전선로의 태양광 수용 한계를 14MW에서 18MW까지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업 방식은 주민참여형 모델로 설계했다. 도민과 지역 주민이 사업비의 4% 이상을 투자해 발전 수익을 배당받는 구조다. 연구원은 주민참여형으로 추진하면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 부담을 낮추고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행 체계로는 경기도와 한국도로공사, 한국전력공사 등 협력을 제안했다. 경기도는 정책 총괄과 국가 전력망 계획 반영을 맡고, 한국도로공사는 도로 부지와 관로를 제공한다. 한국전력공사는 송전 병목 해소와 전력망 운영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연구원은 1단계 사업으로 서해안 간척지 태양광을 연결하는 '서화성 집전 피더망'을 우선 추진한 뒤 경부·영동고속도로 등 경기남부 전역과 전국 고속도로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점산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반도체와 AI 산업의 성패는 필요한 전력을 제때, 친환경적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고속도로를 활용한 에너지망 구축은 주민 갈등과 토지 보상 문제를 줄일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도와 한국도로공사, 한국전력공사가 참여하는 전담 추진체를 조속히 구성해야 한다”며 “서화성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도로 기반 에너지망을 국가 차원의 전력 인프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수원=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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