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번의 실패가 창업가의 경력을 가로막는 '낙인'이 아니라 다음 도약을 위한 경험과 데이터가 될 수 있을까. 실패를 자산으로 삼아 다시 창업에 나서는 이들의 경험과 재도약을 위한 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가 대전에서 마련됐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하고 창업진흥원과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가 주관한 '2026 재도전 활성화 세미나'가 3일 대전스타트업파크 본부 2층에 마련된 '대전 재도전·혁신캠퍼스'에서 열렸다.
특히 세미나는 'UNBROKEN : 실패를 자산으로!'를 주제로 '2026 스타트업코리아 투자 위크(Startup Korea Investment Week)'와 연계해 진행했다.
행사에는 예비·재창업기업인과 투자자, 유관기관 관계자 등 70여명이 참석해 창업 실패를 딛고 재도약하기 위한 현실적인 전략과 정책적 해법을 모색했다.
세미나의 화두는 분명했다. 실패를 감추거나 지워야 할 이력이 아니라 새로운 성공을 만들어내는 경험의 자산으로 바라보자는 것이다.
행사 오프닝에서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총괄본부의 '재도전응원본부' 소개에 이어 실패에 대한 인식 전환과 사업 정리 과정에서 필요한 실무적 해법이 제시됐다.
KAIST 실패연구소 조성호 소장은 '성공을 위한 지름길, 실패의 재발견'을 주제로 연구와 교육, 창업 현장에서 실패가 갖는 의미를 짚었다.
조 소장은 실패를 단순한 좌절이 아닌 향후 의사결정과 성장에 활용할 수 있는 경험과 데이터로 바라볼 필요성을 강조하며, 실패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법무법인 미션 김성훈 대표변호사는 '재창업을 위한 스타트업 마무리 가이드'를 통해 사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창업가들이 실제로 마주하는 법적·현실적 문제를 설명했다.
사업 실패 이후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실패 자체뿐 아니라 폐업과 정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위험을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참석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현장의 열기는 패널토론에서 더욱 뜨거워졌다. '재창업기업이 말하는 재창업의 모든 것!'을 주제로 진행된 첫 번째 패널토론에는 실제 사업 실패를 경험하고 새로운 사업모델로 재도약한 창업가들이 참여했다.
체인로지스 김동현 대표는 초기 퀵서비스 사업의 한계를 경험한 뒤 자체 IT 시스템과 다회전 배송체계를 구축해 흑자 전환에 성공한 사례를 소개했다.
앰플랩 김진영 대표는 도소매업 폐업의 경험을 딛고 제조 현장의 AI 기반 MES 솔루션 개발에 뛰어들어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고 있는 과정을 공유했다.
커리어데이 강경민 대표 역시 플랫폼 사업의 확장성 한계를 경험한 뒤 사이드잡 매칭 서비스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며 재도약한 경험을 소개했다.
이들은 실패의 원인을 어떻게 분석했는지, 기존 사업을 언제 포기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했는지 등 재창업 과정에서 겪었던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단순히 '실패를 극복했다'는 성공담에 그치지 않고 사업모델을 바꾸는 피보팅 과정에서의 판단과 시행착오를 공유해 예비 재창업자들에게 현실적인 참고가 됐다는 평가다.
재창업을 개인의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만큼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두 번째 패널토론에서는 '재창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 제언'을 주제로 투자와 법률, 경영 현장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법무법인 미션 김성훈 대표변호사와 재도전 펀드를 운용하는 마젤란기술투자 서병희 대표, 재도전성공패키지 리본멘토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 고경선 이사가 패널로 참여했다.
이들은 재창업 기업이 다시 시장에 진입하고 스케일업하기 위해서는 자금 지원뿐 아니라 실패 과정에서 발생한 법률 문제 해결, 투자 연계, 현장 경영 지원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다시 창업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실패 경험을 가진 기업이 실제 성장단계까지 올라설 수 있도록 정책의 연속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세미나가 열린 '대전 재도전·혁신캠퍼스'도 이번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이곳은 대한민국 최초의 재창업 전용 공간으로, 메인 무대인 라운지를 비롯해 실패를 직접 체험하고 공감할 수 있는 '실패전시 Zone', 재창업 활동을 위한 '재창업 활동 Zone', '기획전시 Zone', 영상제작실 등 다양한 창업 지원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공식 행사가 끝난 뒤에는 '재도전 커뮤니티 구축을 위한 네트워킹'이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자유롭게 경험과 정보를 나누며 투자와 사업 협력 등 실질적인 비즈니스 연결 가능성을 모색했다.
박대희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자는 “오늘 이 자리는 과거 실패를 온전히 개인의 짐으로 떠넘기던 낡은 관행에 마침표를 찍고, 그 아픈 경험을 대한민국 혁신 성장의 소중한 데이터 자산으로 승화시키는 역사적인 분기점”이라고 말했다.
대전=양승민 기자 sm104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