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AI로 “왜 이런 색이 나오는지” 설명하는 신소재 개발 기술 만들었다

박진용 고려대 박사과정, 박성남 교수(교신저자) (왼쪽부터)
박진용 고려대 박사과정, 박성남 교수(교신저자) (왼쪽부터)

고려대학교 화학과 박성남 교수 연구팀이 신소재를 개발할 때 걸리는 시간을 줄여줄 수 있는 AI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화면(OLED), 암 진단용 형광 물질, 태양전지 같은 소재를 만드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Advanced Science (IF=14.1)' 에 지난달 27일 온라인 게재됐다.

OLED 소재나 형광 진단 물질은 액체(용매) 속에서 빛을 낸다. 그런데 어떤 액체에 넣느냐에 따라 같은 물질이라도 빛의 색과 밝기가 달라진다. 그동안 AI는 '이 물질을 이 액체에 넣으면 이런 색이 나온다'는 결과는 맞혔지만, 왜 그런 색이 나왔는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연구자들은 원인을 모른 채 물질을 다시 합성해 실험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했다.

연구팀은 분자를 하나의 덩어리로 보지 않고, 여러 개의 부품(작용기)으로 나눠 각 부품이 색 변화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계산하는 AI를 개발했다. 이 기술은 'SSC(Solvatochromic Subgroup Contribution)'로 명명됐다.

예를 들어 분자에 붙은 '아민' 작용기는 액체 종류에 따라 색이 크게 달라지게 만든 반면, '메틸' 작용기는 액체가 바뀌어도 색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방식으로 이 작용기 때문에 색이 이만큼 바뀌었다는 것을 숫자로 제시할 수 있다.

예측 정확도도 기존 AI 모델들보다 높았다. 더 주목할 점은 AI가 계산한 원인 분석 결과가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검증해 온 화학 법칙과 정확히 들어맞았다는 것이다. 단순히 답만 맞힌 것이 아니라 실제 화학 원리를 반영한 결과라는 의미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활용하면 연구자들이 물질을 직접 합성하기 전, 본 연구팀이 개발한 AI 모델을 활용해서 먼저 작용기를 바꿔가며 원하는 색이 나오는 분자 구조를 찾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형광 진단 물질, OLED 발광 소재, 태양전지 소재 등의 개발 속도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연구팀은 이 기술이 일반적인 유기 분자에 적용 가능하며, 고분자나 나노입자처럼 복잡한 물질에는 적용하기는 아직 어려운 단계라고 말했다.

박성남 교수는 “이번 연구는 복잡한 용매 효과에 화학적·물리적 통찰을 심층학습 모델에 직접 반영해, 높은 예측 정확도와 설명 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한 연구”라며, “향후 AI가 단순히 분자 물성을 예측하는 것을 넘어 물성을 결정하는 화학적 원인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원하는 특성을 갖는 새로운 분자와 소재를 설계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조호현 기자 hoh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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