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 내 인공지능(AI) 도입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AI의 가치를 가장 정확히 평가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매일 AI를 능숙하게 쓰는 얼리어답터가 아니라 의외로 가장 먼저 의문을 제기하는 '회의론자'일 수 있다. 기업이 주목해야 할 것은 AI에 대한 회의론 자체가 아니라 그 의심 속에 담긴 현장의 고충과 시스템 개선의 신호다.
세일즈포스가 글로벌 사무직 근로자 15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영국·프랑스 응답자의 53%가 스스로를 'AI 회의론자'라고 답한 반면, 멕시코는 그 비율이 26%에 불과했다. 인도나 멕시코 등 일부 시장에서는 AI를 일상적인 업무 도구이자 성장의 기회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국내 역시 AI에 대한 기대감은 높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2025년 인터넷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44.5%가 생성형 AI를 경험했고, 66.8%가 AI의 사회적 영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AI 활용 경험이 많이 축적된 시장일수록 왜 신중하고 회의적인 태도가 커지는가'다. 그 답은 문화가 아니라 현장에서 체감한 '경험의 질'에 있다. 이제 기업이 던져야 할 질문은 “실제 업무 가치로 전환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다.
기업은 AI 도입을 하나의 '기술 프로젝트'로 보지만 직원은 자신의 '업무 성과와 생산성' 측면에서 냉정하게 평가한다. 내부 맥락을 모르는 동문서답, 반복되는 환각 오류, 기존 업무 시스템과 분리된 사용 환경은 AI를 혁신 도구가 아닌 '또 하나의 번거로운 숙제'로 만든다. 결과를 검증하고 수정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면 직원은 불만을 제기하는 대신 조용히 기존 방식으로 돌아간다.
이때 AI 활용률이 낮은 이유를 직원의 태도 탓으로 돌리는 것은 가장 쉬운 오진이다. 고객 정보, 계약 서류, 서비스 이력이 각기 다른 시스템에 흩어져 있는데 AI만 얹는다고 일하는 방식이 바뀌지 않는다. 파편화된 데이터 위에 세운 AI는 조직의 맥락을 이해할 수 없어 매번 다른 답을 내놓는다. 신뢰를 잃은 AI는 생산성을 높이는 자산이 아니라, 검증 비용만 키우는 '부채'가 된다.
AI가 비즈니스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조직에는 네 가지 공통 조건이 있다. 첫 번째는 직무별 맞춤형 교육이 지속된다. 두 번째로는 AI가 기존 업무 도구 흐름 안에 자연스럽게 통합되어 있다. 세 번째로는 답변의 데이터 출처와 근거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으며 보안이 담보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단순 답변을 넘어 영업·서비스·법무 등 역할별 업무 흐름을 이해하고 다음 행동까지 지원하는 '에이전틱 워크플로'가 작동한다.
기업 AX를 뒷받침하는 핵심은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이다. 데이터가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AI의 속도만 높이면 부정확한 판단만 빠르게 확산할 뿐이다. 최신 AI 모델을 쫓기보다, 기업의 데이터와 업무 규칙, 고객 맥락을 AI가 일관되게 이해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먼저다.
새로운 기술 도입 과정에서 시행착오는 피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실패를 조직의 학습 자산으로 전환하는 능력이다. 직원이 어디에서 AI 사용을 멈췄는지, 왜 수작업으로 돌아갔는지를 읽어내야 한다. AI에 의문을 제기하는 직원은 변화에 저항하는 사람이 아니다. 기업의 데이터와 시스템, 업무 설계에서 발생한 균열을 가장 먼저 감지해 낸 '혁신의 센서'다.
AI 투자의 진짜 성적표는 구매한 라이선스 수나 파일럿 프로젝트의 개수가 아니다. “직원이 내일도 AI를 다시 선택해 사용하는가”에 달려 있다.
박세진 세일즈포스 코리아 대표 jay.park@salesforc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