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T, 차세대 자성 제어 기술 가능성 제시…'멀티페로익 이종접합' 연구 동향 종합

2D 물질 기반 멀티페로익 이종접합의 자기·전기 결합 원리.
2D 물질 기반 멀티페로익 이종접합의 자기·전기 결합 원리.

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임기철)은 이상한 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이 자석의 방향을 바꾸는 데 많은 전류를 사용하는 대신 전기장으로 자성을 제어해 전력 소모를 줄이는 기술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실제 소자 구현을 위한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고 10일 밝혔다.

특히 기존 산화물의 한계를 보완할 대안으로 종이처럼 얇은 2차원(2D) 물질에 주목해 서로 다른 물질을 자유롭게 조합하고 쌓는 순서와 각도까지 조절할 수 있는 장점과 활용 가능성을 정리했다.

컴퓨터의 정보를 저장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아주 작은 자석이 서로 반대 방향을 향하는 두 상태를 '0'과 '1'로 구분해 정보를 기록하는 것이다. 하드디스크와 자기메모리 등이 이러한 원리를 이용한다.

자석을 이용하면 전원이 꺼진 뒤에도 정보를 유지할 수 있지만, 저장된 정보를 바꾸려면 자석의 방향도 바꿔야 한다. 특히 자기메모리에서는 자석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 많은 전류를 흘리는(전류를 사용하는) 방식이 활용되는데, 이 과정에서 열이 발생해 에너지가 소모되는 한계가 있다.

이에 많은 전류를 흘리는 대신 전압을 이용해 자석의 상태를 바꾸는 기술이 저전력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수도관에 비유하면 전압은 물을 밀어내는 '수압', 전류는 그 압력에 따라 실제로 흐르는 '물의 양'과 같다. 많은 전류가 흐를수록 열로 인한 에너지 손실이 커지는 만큼, 전압을 이용해 자성을 제어하면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전압에 잘 반응하는 성질과 강한 자성을 하나의 물질에서 동시에 구현하기는 쉽지 않다.

연구자들은 전압에 반응하는 물질과 자성을 띠는 물질을 각각 만든 뒤 서로 맞붙이는 '멀티페로익(multiferroic)' 이종접합에 주목해 왔다. 전압을 가하면 한쪽 물질의 전하 배치가 달라지거나 미세한 변형이 일어나고, 이러한 변화가 맞닿은 자성층에 전달되면서 자석이 향하는 방향 등에 영향을 주는 원리다.

최근에는 이러한 멀티페로익 이종접합을 종이처럼 얇은 2D 물질을 층층이 쌓은 '반데르발스 이종접합'으로 구현하는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기존 산화물 기반 이종접합은 블록의 크기나 모양이 다르면 잘 끼워지지 않듯이 서로 다른 물질을 쌓을 때 원자 배열이 서로 맞지 않으면 구조적 변형이나 결함이 생길 수 있다.

반면 2D 물질은 층과 층 사이가 비교적 약한 힘으로 결합한다. 덕분에 서로 다른 물질도 원자층 단위로 차곡차곡 쌓을 수 있어 다양한 특성을 가진 물질을 조합하고 원자 수준의 정밀한 경계면을 만드는 데 유리하다. 어떤 물질을 쌓느냐뿐 아니라 층을 겹치는 순서와 각도까지 조절할 수 있어, 두 물질 사이의 상호작용을 다양하게 설계할 수 있다.

왼쪽부터 이상한 교수, 이동현 석박사통합과정생, 양지웅 박사후연구원, 오인혁 박사과정생.
왼쪽부터 이상한 교수, 이동현 석박사통합과정생, 양지웅 박사후연구원, 오인혁 박사과정생.

연구진은 이러한 특성을 이용해 전압과 자성의 결합을 조절하는 다양한 구조와 전자의 스핀이라는 자기적 성질을 정보 저장과 처리에 활용하는 차세대 스핀트로닉스 소자로의 확장 가능성을 함께 정리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2D 물질 기반 멀티페로익 이종접합을 실제 소자로 구현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도 제시했다. 우선 넓은 면적에서도 균일한 2D 물질을 만들고, 실온에서도 자성과 전압에 대한 반응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작동 온도, 자기·전기 결합 정도, 에너지 소모 등을 같은 기준으로 평가해 서로 다른 연구 결과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두 물질이 맞닿는 경계면의 품질이 중요하다. 2D 물질은 원자 몇 층 수준으로 매우 얇기 때문에 미세한 오염이나 결함만 생겨도 한쪽 물질의 변화가 자성층으로 전달되는 효과가 약해질 수 있다. 연구팀은 오염을 최소화한 제작 공정과 보호 기술 등을 통해 깨끗하고 안정적인 경계면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시했다.

이상한 교수는 “인공지능(AI) 시대에 늘어나는 컴퓨팅 에너지 소모를 줄이려면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방식 자체를 바꿀 필요가 있다”며 “이번 리뷰 논문은 전압으로 자성을 제어하는 멀티페로익 기술의 발전 흐름을 기존 산화물부터 2D 물질까지 종합하고 저전력 메모리·로직 소자로 발전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를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전남광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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