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연구진이 전극부터 가스 유로까지 연료전지 내부의 물질 이동 경로를 통합 설계해 고온 연료전지의 고출력 운전을 제한해 온 산소 공급 부족과 인산 관리 문제를 동시에 해결했다.
한국연구재단은 장세근 국민대 교수 연구팀이 기존의 두꺼운 가스확산층을 얇은 다공성 다중벽 탄소나노튜브(MWCNT) 시트로 대체하고, 그래핀 코팅 3차원 다공성 니켈 폼 채널을 적용해 고온 고분자전해질막 연료전지(HT-PEMFC)의 물질전달 성능을 높였다고 10일 밝혔다.
수소연료전지 활용 범위가 대형 상용차와 선박, 발전 시스템 등으로 확대되면서 높은 출력과 효율을 확보할 수 있는 고온 고분자전해질막 연료전지가 주목받고 있다.
고온 연료전지는 120~200℃에서 별도 가습 없이 운전할 수 있고, 연료 속 불순물에 대한 내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높은 전류를 요구하는 고출력 운전에서는 산소가 촉매층까지 원활하게 전달되지 못하고, 전해질로 사용되는 인산이 전극 내부에 축적되거나 외부로 빠져나가면서 성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특히 고성능 촉매와 전해질 소재를 적용하더라도 물질전달 과정에서 병목이 발생하면 소재 자체의 성능이 실제 연료전지 출력 향상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극과 가스 유로를 각각 개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산소와 인산의 이동 경로 전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설계했다.
우선 기존의 두꺼운 가스확산층 대신 약 10마이크로미터(㎛ )두께의 친수화 MWCNT 시트를 촉매층과 일체화했다.
얇은 MWCNT 시트는 산소가 촉매층까지 이동하는 거리를 단축하고 다공성 네트워크를 통해 전극의 기계적 안정성을 확보했다. 전극 내부 특정 지점에 몰리는 인산 일부를 다공성 구조 전체로 재분배해 인산이 전극 기공을 막는 현상도 줄였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기존 사형 분리판 유로를 그래핀으로 코팅한 3차원 다공성 니켈 폼 채널로 대체했다.
3차원으로 연결된 니켈 폼의 기공 구조는 반응에 필요한 산소를 전극 전체에 보다 균일하게 전달한다. 니켈 폼 표면에 적용한 소수성 그래핀 코팅은 인산이 전극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도 억제한다.
전극 내부에서는 인산의 국부적인 축적을 완화하고 외부에서는 인산 유출을 막는 방식으로 산소 공급과 인산 관리 문제를 동시에 개선한 셈이다.
두 기술을 함께 적용한 결과 산소와 인산의 이동이 원활해지면서 물질전달 저항이 크게 감소했다. 연구팀은 160℃에서 최대 출력밀도 1.03W/㎠를 달성했다.
이번 연구는 고성능 전해질과 촉매 개발에 집중해 온 기존 접근에서 나아가 전극 구조와 가스 공급 경로까지 통합적으로 설계함으로써 소재 성능을 실제 셀 출력으로 연결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향후 대면적 셀과 여러 개의 셀을 연결한 스택에서도 성능과 장기 내구성이 확인되고 대량생산 공정과 경제성이 확보되면 상용차와 선박, 분산발전 등 높은 출력이 요구되는 연료전지 시스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장세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물질전달 병목을 줄여 차세대 이온쌍 전해질막과 고성능 촉매 등 우수한 소재의 특성이 실제 연료전지 셀 출력으로 이어지는 설계 방향을 제시했다”며 “향후 대면적 연료전지 셀과 스택에서 성능과 장기 내구성을 검증하고 대량생산 공정과 경제성을 확보하면 상용차, 선박, 분산발전 등 고출력·고효율 에너지시스템에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