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 전략 자원 분류…허가 받아야만 채굴 가능
이권다툼 범죄 늘고 환경 문제 부작용도 우려
한 달 내내 일해도 손에 쥐는 돈이 턱없이 부족한 쿠바에서 주민들이 금을 찾아 산으로 몰려들고 있다. 금 채굴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단속 위험까지 감수하고 불법 채굴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스페인어권 매체 인포바에 따르면 카마구에이, 라스투나스, 시에고데아빌라 등 쿠바 동부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불법 금 채굴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쿠바에서 금은 '국가 전략 자원'으로 분류된다. 정부 허가를 받은 국영기업이나 외국계 기업만 채굴할 수 있어 일반 주민의 금 채굴은 불법이다.
그럼에도 주민들이 광산으로 향하는 것은 금이 다른 일자리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수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현지 시장에서 정제된 금 1g은 6만 쿠바 페소(약 11만원) 이상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운이 좋지 않아 하루 3000페소 정도를 버는 데 그치더라도 일반적인 직장인 소득과 비교하면 상당한 금액이다.
쿠바 국가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공식 평균 월급은 6930페소였다. 하루 3000페소를 번다고 가정하면 이틀 남짓한 채굴로 한 달 평균 월급에 가까운 돈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셈이다.
현지에서 금을 캐는 헤수스는 “큰 금덩어리일 필요도 없다”며 “금 흔적이 있는 돌이나 품질이 낮은 금가루만 찾아도 충분히 돈이 된다”고 말했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기존 생업을 포기하고 채굴에 뛰어드는 청년들도 나타나고 있다. 가축을 기르거나 농사를 짓던 주민들까지 금을 찾아 산과 들로 향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금을 둘러싼 이권 다툼이 새로운 범죄를 낳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의 접근이 쉽지 않은 비공식 채굴 현장에서는 금을 둘러싼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는 무장한 사설 경비까지 등장했고, 마을에서는 폭력과 절도 등 각종 범죄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불법 채굴 자체가 범죄인 탓에 피해를 입어도 경찰에 신고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도둑이나 강도의 표적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주민들이 교대로 채굴 현장을 지키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과이마로 주민 엘로이사 리베로는 “마을이 외지인들로 가득 찼고, 일부는 돈이 수중에 들어오자마자 술을 마시며 문제를 일으킨다”며 “싸움과 오토바이 질주가 일상이 됐는데도 경찰은 방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 문제도 불법 금 채굴의 또 다른 부작용으로 지목된다.
채굴꾼들은 금이 섞인 흙과 돌을 물에 씻어낸 뒤 금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수은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은은 독성이 강한 물질인 만큼 토양이나 식수원으로 흘러들 경우 심각한 환경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쿠바 당국도 단속에 나섰다. 당국은 불법 채굴 현장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 수백 명을 체포하고 채굴 장비를 압수했다.
그러나 경제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불법 금 채굴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당장 먹고살 돈이 필요한 주민들에게 금광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뛰어들 수밖에 없는 새로운 생계 수단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