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8시 증시 시대] KRX 애프터마켓 출범…유동성 확대 시험대

한국거래소 전경
한국거래소 전경

일부 대형주에 한정됐던 국내 주식 야간거래가 코스피·코스닥 시장 전반으로 넓어진다. 한국거래소(KRX)가 애프터마켓을 열면서 투자자는 더 많은 종목을 오후 8시까지 사고팔 수 있게 된다.

KRX 애프터마켓은 14일부터 정규시장 종료 후인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4시간 동안 운영된다. 총 38개 증권사가 참여할 예정이며 이들의 시장점유율 합계는 95.2%에 달한다. 개인투자자도 평소 이용하던 주요 증권사를 통해 야간거래에 참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

가장 큰 변화는 장 마감 후에도 정규장처럼 주식을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기존 KRX 시간외단일가 시장에서는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10분마다 주문을 모아 거래를 체결했다. 앞으로는 이 시장이 폐지되고 매수·매도 가격이 맞으면 주문이 즉시 체결된다. 시간외 대량·바스켓매매도 오후 8시까지 연장된다.

가격변동 범위도 넓어진다. 기존 시간외단일가 시장은 당일 종가를 기준으로 ±10%까지만 움직일 수 있었지만, 애프터마켓에는 정규장과 동일하게 전일 종가를 기준으로 하루 ±30%의 가격제한폭이 적용된다. 정규장에서 전일 종가보다 20% 오른 종목은 애프터마켓에서 상한가까지 추가로 10%포인트 더 오를 수 있다.

다만 애프터마켓은 정규장의 단순 연장이 아니라 별도의 시간외시장이다. 해당 종목의 공식 종가는 오후 3시30분에 결정된 가격으로 유지된다. 장 마감 이후 나온 기업 공시나 미국 증시 선물, 환율 등 새로운 정보가 애프터마켓 가격에는 반영되지만 이 가격이 당일 공식 종가를 바꾸는 것은 아니다.

[밤 8시 증시 시대] KRX 애프터마켓 출범…유동성 확대 시험대

거래 종목은 넥스트레이드(NXT)보다 크게 늘어난다. NXT가 유동성이 풍부한 600여개 종목을 선정해 거래하는 것과 달리 KRX는 코넥스를 제외한 코스피·코스닥 주식과 주식예탁증권(DR)을 폭넓게 편입한다. 당일 정규장에서 거래되지 않은 종목과 관리종목, 투자경고·위험종목, 이상급등종목, 초저유동종목 등 시장관리가 필요한 종목은 제외한다.

두 시장이 내세우는 강점은 다르다. KRX는 거래할 수 있는 종목이 많고 기존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을 활용할 수 있다. NXT는 오후 3시30분부터 KRX보다 30분 먼저 애프터마켓을 열며, 비교적 낮은 거래수수료와 중간가호가·스톱지정가호가 등 다양한 주문 방식을 제공한다. 투자자가 거래소를 따로 지정하지 않으면 증권사는 가격과 체결 가능성, 거래비용 등을 비교해 투자자에게 더 유리한 시장으로 주문을 보낸다.

거래시간 연장은 투자 편의를 넘어 글로벌 거래소 간 주문 유치 경쟁과도 맞닿아 있다.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은 현재 하루 16시간인 거래시간을 23시간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아시아 투자자가 미국 정규장이 열릴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현지 시간에 미국 주식을 거래하도록 해 글로벌 유동성을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KRX 역시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이동과 글로벌 거래소의 거래시간 확대에 대응하려면 국내 증시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넥스트레이드
넥스트레이드

앞으로 주목할 점은 KRX 진입이 야간시장의 신규 수요를 키울지, 아니면 기존 NXT 거래량을 두 시장이 나눠 갖는 데 그칠지 여부다. NXT 전체 거래대금 가운데 애프터마켓 비중은 약 20%로, 정규장 종료 후에도 적지 않은 투자 수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RX가 거래 대상을 코스피·코스닥 시장 전반으로 넓히면서 장 마감 후 공시나 해외시장 변동에 대응하려는 수요가 추가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신규 수요가 충분히 늘지 않으면 기존 거래량이 시간대와 거래소별로 분산될 수 있다. 특히 거래가 적은 중소형주는 매수·매도 호가 간격이 벌어지고 적은 주문에도 가격이 크게 움직일 수 있다. KRX는 정규장과 동일한 변동성완화장치(VI)를 적용하고 저유동 종목에는 애프터마켓 전용 시장조성자를 운영해 유동성을 공급할 계획이다. 공매도에도 정규장과 같은 업틱룰 등 시장관리 규제가 적용된다.

이번 개장은 당초 계획보다 후퇴한 '1단계 거래시간 연장'이라는 한계도 있다. 거래소가 거래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은 제외됐다. 최근 증시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야간 ETF 거래가 시장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와 유동성공급자(LP)의 가격·괴리율 관리 부담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거래소는 기초자산의 시장 안정성과 유동성, 관리체계가 검증된 이후 도입 시기를 다시 논의할 방침이다.

오전 7시부터 거래하는 KRX 프리마켓 개장도 증권사의 전산 개발과 인력 운영 부담, 미체결 주문을 시장 간 이전하는 시스템 구축 문제로 2027년 말까지 미뤄졌다. KRX가 구상한 프리마켓·정규장·애프터마켓을 잇는 12시간 거래체제는 아직 완성되지 못했다.

KRX는 “애프터마켓 개설은 투자자 접근성과 시장 경쟁력을 제고해 우리 증시가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하는 첫 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증시 인프라의 경쟁력을 지속 강화하기 위해 글로벌 거래소의 시간연장 동향을 지속 모니터링하며 향후 단계적인 거래시간 연장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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