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업무의 필수 도구로 자리잡으면서 새로운 'AI 빈부격차'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업과 기관의 AI 활용이 증가할수록 토큰 등 투입되는 비용이 확대되는 반면, AI를 활용하지 못할 경우 업무 속도와 품질이 크게 떨어질 것이란 인식도 뚜렷했다. 향후 AI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경제적 여력과 역량이 기업·개인의 생산성을 가르는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자신문이 창간 44주년을 맞아 AI 관리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AI 윤리·신뢰 인식 조사'에 따르면 생성형 AI와 AI 에이전트 사용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을 물은 결과 응답자 143명 가운데 120명(83.9%)가 AI 비용이 주요 IT 투자비용 중 하나가 되거나 그 이상으로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구체적으로 'AI 사용이 늘어날수록 비용 부담이 커져 주요 IT 투자비용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응답이 64명(44.8%)으로 가장 많았다. '토큰·API 사용량 증가에 따라 예상보다 큰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와 '기업의 주요 경영비용으로 자리 잡아 부서별·직원별 AI 사용량 자체를 관리·통제해야 할 수준이 될 것'이라는 응답도 각각 28명(19.6%)에 달했다.
현재 클라우드·소프트웨어 이용료 수준과 비슷한 새로운 비용 항목이 될 것이라는 응답도 22명(15.4%)였다. 기존 IT·소프트웨어 비용에 비해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본 응답자는 단 1명(0.7%)에 그쳤다. 사실상 응답자의 99.3%가 AI가 기존 비용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새로운 비용 항목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내다본 셈이다.
문제는 AI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미 AI가 업무 생산성과 직결되는 도구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AI를 사용할 수 없게 될 경우 업무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는 98명(68.5%)이 '대체는 가능하지만 소요 시간이 늘어나거나 결과물의 품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상당수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거나 성과에 상당한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응답도 24명(16.8%)이었다. 응답자의 85.3%가 AI를 이용할 수 없게 될 경우 업무 생산성이 저하되거나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AI 없이도 대부분 일을 할 수 있어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응답은 8명(5.6%), 기존 방식으로 즉시 대체할 수 있고 속도와 품질 저하도 거의 없을 것이라는 답은 13명(9.1%)에 그쳤다.

AI 사용량에 따라 비용이 발생하는 구조에서는 기업의 자금력 차이가 곧 AI 활용량 차이로 연결될 수 있다. 자금력이 충분한 기업은 고성능 AI 모델과 각종 API, AI 에이전트를 대규모로 도입해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지만 비용 여력이 부족한 기업은 사용량 자체를 제한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설문에 참여한 한 응답자는 “이용 기회의 불평등, 활용 교육의 편차 등으로 오는 디지털 및 AI 격차가 경제·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면서 “AI 기술의 혜택이 특정 계층이나 기업에 집중되지 않도록 공공 차원의 인프라 지원과 전 국민 대상의 AI 문해력 교육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응답자들도 AI 확산 과정에서 중요한 과제로 “AI 사용의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을 꼽았으며, “경제적 여력에 따른 AI 사용 격차와 정보 불평등”을 향후 AI 사회의 주요 우려로 제시했다.
AI투자와 사람에 대한 투자를 어떻게 배분할지도 새로운 경영 판단 요인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 응답자는 가까운 미래 국가와 기업이 “AI와 인건비 중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에 대한 경제적 판단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AI 비용 문제는 기업 간 격차에 그치지 않고 조직 내부의 격차로도 이어질 수 있다. AI가 주요 경영비용이 될 경우 기업은 부서나 직원별 AI 사용량을 관리해야 하는데, 수익이나 생산성 기여도가 높은 업무에는 고성능 AI와 충분한 토큰을 배정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우선순위가 낮은 업무에서는 AI 사용 한도를 제한하는 식의 자원 배분도 가능해진다.
기업 현장에서도 비용과 교육을 함께 고려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기업이 AI를 적극 활용하기 위한 조건으로 비용 예측과 데이터 보안을 꼽으며 “단순 AI 도입으로 검색만 하는 데 그치지 않도록 실무진을 대상으로 AI 활용 교육이 주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