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앤트로픽·오픈AI 등 빅테크 기업이 엔터프라이즈 등 기업용 인공지능(AI) 서비스 제공 시 서비스수준협약(SLA)을 체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정보기술(IT)서비스 업계에 따르면 오픈AI와 앤트로픽, 구글 클라우드 등은 고객사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양사 합의에 따라 SLA 계약을 체결한다. 미국 기업이 아닌 코히어 등 글로벌 AI기업도 기업간거래(B2B)에서는 양자 협의에 따라 SLA를 계약서에 추가한다.
기업에는 일정 수준 이상 서비스 안정성과 보상을 명시한 것으로, 대고객(B2C) 생성형 AI 서비스 장애 시에는 별도 보상 약관을 운영하지 않는 것과 대조적이다. 사실상 개인·기업 고객을 차별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LA는 IT서비스 제공자와 고객사 간 가용성·응답시간·복구시간 등 서비스 품질을 측정 가능한 목표로 정의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보상이나 페널티를 명시하는 공식 계약이다. 서비스 장애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보상이 이뤄진다는 의미다.
IT서비스업계 관계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고객사, 계약 수준과 요금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엔터프라이즈용 AI 서비스 제공 시 SLA를 다양한 형태로 명시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서비스 장애 등 문제가 발생하면 사업이나 매출 등에 바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오픈AI와 구글·앤트로픽 등 대고객(B2C) 유료 서비스 이용약관은 서비스를 있는 그대로 제공하며 '중단 없는 제공이나 오류가 없다'고 보증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문구를 명시하고 있다. 약관상 장애 보상 의무가 없는 것이다.
이렇듯 이용약관상 100% 안정적인 서비스 보장이나 장애 보상에 대한 의무가 없는 면책 조항을 삽입하는 것은 빅테크 기업의 일반적인 관례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대표적이다. 소비자보호법상 권리를 제한하지 않는 범위에서 항상 서비스를 중단 없이 또는 오류 없이 제공된다고 보장하지 않는다. 티빙·웨이브 등 국산 OTT가 정부 디지털콘텐츠 표준약관 등에 따라 장애 시 환불 또는 보상을 지원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생성형AI 유료 이용자들에 대한 실질적 보상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의 2025년 소비생활지표에 따르면 국내 생성형 AI 서비스 이용자 24.3%가 유료 구독자다. 4명 중 1명이 유료 이용자로 소비자 보호를 위한 대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말 '모두의 AI' 출시 등 AI 서비스 활용이 보편화될수록 서비스 장애 발생에 따른 피해와 보상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오픈AI·앤트로픽 등 빅테크도 국내법을 중시하는 만큼 정부가 장애 원인 등을 확인하고 적절한 조치가 나오도록 관리·감독하는 법·제도를 구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33조는 기간·부가통신사업자가 전기통신역무 제공 중단 등으로 이용자에 손해를 입힌 경우 배상을 명시하고 있다. 또 직전 3개월 하루 평균 국내 이용자가 100만명 이상이며 국내 전체 인터넷 트래픽의 1%를 차지하는 부가통신사업자에는 동법의 서비스 안전성 의무를 부과한다.
현재 네이버, 카카오, 구글, 메타, 쿠팡,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애플 등 9개사만 서비스 안정성 의무를 지고 있다. 장애 등 문제가 발생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들 기업에 안정성 확보 조치 이행 현황을 확인하기 위해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만큼 생성형 AI 서비스에 대해서도 이같은 제도 활용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다.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