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데이터 만난 분자 지도, 정밀 치료 길 연다

하나의 질병을 유발하는 유전자는 굉장히 다양하지만, 특성이 유사한 유전자들을 따로 분류한다면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제를 빠르게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대규모 바이오 데이터 분석 기술로 분자들의 상관관계를 정리한 '지도'가 하나둘 구축되며 정밀 치료의 길이 열리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디지털바이오컴퓨팅연구단 공동 연구팀이 최근 자폐 스펙트럼 장애 위험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생쥐 모델을 분석해, 다양한 유전자 변이가 두 가지 상반된 전사체(유전자 활성 상태)로 수렴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관련 연구 개요.(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과학연구원(IBS)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디지털바이오컴퓨팅연구단 공동 연구팀이 최근 자폐 스펙트럼 장애 위험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생쥐 모델을 분석해, 다양한 유전자 변이가 두 가지 상반된 전사체(유전자 활성 상태)로 수렴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관련 연구 개요.(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과학연구원(IBS)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디지털바이오컴퓨팅연구단 공동 연구팀은 최근 자폐 스펙트럼 장애 위험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생쥐 모델을 분석해, 다양한 유전자 변이가 두 가지 상반된 전사체(유전자 활성 상태)로 수렴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사회적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의 어려움 등이 나타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원인 유전자만 12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연구는 특정 유전자나 소수 동물 모델의 개별적 분석에 머물러, 자폐가 어떠한 공통적인 생물학적 원리로 질환으로 이어지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시냅스 기능, 유전자 발현 조절, 세포 내 신호 전달 등에 관여하는 자폐 위험 유전자 17종을 선정했다. 각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는 생쥐 모델을 만들어 분석한 결과, 발병 원인 유전자는 다르더라도 분자 수준에서는 유전자 발현이 두 가지 일정한 패턴으로 나타났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디지털바이오컴퓨팅연구단 공동 연구팀이 최근 자폐 스펙트럼 장애 위험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생쥐 모델을 분석해, 다양한 유전자 변이가 두 가지 상반된 전사체(유전자 활성 상태)로 수렴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관련 연구 개요.(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과학연구원(IBS)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디지털바이오컴퓨팅연구단 공동 연구팀이 최근 자폐 스펙트럼 장애 위험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생쥐 모델을 분석해, 다양한 유전자 변이가 두 가지 상반된 전사체(유전자 활성 상태)로 수렴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관련 연구 개요.(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두 그룹은 약물 반응성에서도 차이가 났다. 신경세포 간 신호 전달을 담당하는 시냅스 유전자 발현이 감소하고, 유전자 발현 조절 유전자와 RNA 가공 유전자 발현은 증가한 '그룹1'은 항우울제와 기분안정제를 투여하자 회복 양상을 보였다. 그룹2는 약물마다 반응이 달라 일관된 회복 양상이 나타나진 않았다.

수많은 원인 유전자를 공통된 분자 상태를 기준으로 정리한 '분자 지도'로 환자 분자 상태에 맞는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는 셈이다.

김은준 IBS 연구단장은 “자폐는 원인 유전자가 매우 다양해 개별 유전자 연구만으로는 공통의 발병 원리를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면서 “다양한 유전적 원인을 공통된 분자적 특징으로 해석하는 새로운 연구 틀이 제시된 만큼 자폐 연구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분자 지도처럼 특정 유전자나 단백질의 상호작용 관계를 도식화하는 발상은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1960~70년대에는 세포들의 화학 반응을 분석한 '대사 경로도'를 그렸고, 2000년대에는 DNA 염기서열을 분석한 유전자 지도가 등장했다.

다만, 이들 개념은 단일 유전자와 질병의 연관성을 파악하는 데 그쳤다. 이번 자폐 연구처럼 원인 유전자만 1200개가 넘는 질환의 공통된 분자 상태를 찾는다는 '역발상'은 비교적 최근에야 등장했다. RNA 염기 서열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유전자를 넘어 세포와 조직 수천만개의 데이터도 한 번에 추출할 수 있게 된 덕이다.

컴퓨팅과 인공지능(AI) 역량 강화도 한몫한다. 이번 연구진도 KISTI의 슈퍼컴퓨팅 인프라와 고급 통계 기법으로 약 100만개의 세포핵과 유전자의 상호 연관성을 분석해, 자폐 생쥐 모델과 실제 자폐 환자의 뇌 전사체 데이터에서도 분자 패턴의 유사성을 확인했다.

분자 지도 구축 연구는 유전체 데이터와 결합해 세계적으로 활발하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브레인 이니셔티브는 2024년 인간 뇌를 구성하는 세포 유형과 그 분자적 특징을 지도화하는 'BICAN' 사업에 착수했다. 중국은 1000만개 면역세포의 데이터를 질환 기전과 정밀 면역치료에 활용하는 대규모 면역 다중오믹스 아틀라스 사업을 펼치고 있다. 스웨덴은 인체 단백질 전체의 발현 위치와 기능을 시각화한 분자 지도를 20년 전부터 세계 연구자에게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한국인 디지털 분자 지도 구축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6년간 235억원을 투입해 인간 유전자 발현 지도, 조직 특이 유전자 정보, 세포 클러스터 구조 등을 시각화해 제공한다. 한국인 정상 장기 데이터를 처음으로 집적화한 연구로, 세포와 장기 속에서 어떤 유전자와 단백질이 어디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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