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보안군이 지난 2022년 히잡 반대 시위가 촉발한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살인과 고문, 성폭력을 조직적으로 자행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5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국제앰네스티 발표를 인용해 이란 당국이 지난 2022년 9월 발생한 '마흐사 아미니' 사건과 관련해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잔혹한 진압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당시 시위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22)가 구금 중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시작됐다. 아미니의 사망 원인 규명을 촉구하는 시위는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로 확산했고, 이란 정부는 이에 무력 진압으로 맞서며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유출된 국가 문서와 공식 성명에 따르면 이란 당국은 “단호하고 가혹한 대응”을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유출된 지시서 중 하나에는 “무자비하게 대응하고 필요하다면 사망에 이르게 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국제앰네스티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인된 시위대 등 시민 사망자는 최소 377명에 달하며, 이 중 56명은 어린이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정식 체포영장 없이 자의적으로 구금한 상태에서 성폭행을 가한 사례도 최소 16건 이상 기록됐다. 성폭행 피해자 중에는 남성도 있었으며, 10대 소년 · 소녀 등 미성년자도 포함됐다.
보고서는 당국 요원들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둔기나 유리병, 호스, 신체 부위 등을 이용해 참혹한 성폭행을 가했다고 고발했다. 이는 앞서 의료진이 “여성 시위대의 특정 신체 부위를 향한 총격을 가해 영구 장애를 얻을 수 있다”고 고발한 내용을 담은 당시 언론 보도와도 일치한다.
국제앰네스티 측은 수년간 누적된 진압 세력에 대한 면책 특권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아녜스 칼라마르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현장 요원들은 고위 관리들과 연결된 엄격한 지휘 체계 하에서 움직였다”며 “이는 명백한 반인도적 범죄”라고 강조했다.
단체는 현재 사망한 알리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와 모하마드 바게리 전 이란군 참모총장 등을 포함한 당시 이란 정부 및 군 고위 관계자 87명에 대해 반인도적 범죄 혐의로 국제적인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