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도시 단위 산학·직업교육 연합체(市域产教联合体)와 산업별 산학·직업교육 공동체(行业产教融合共同体)를 구분해야 한다. 도시 연합체는 한 도시·산업단지 고용과 생산수요를 기준으로 학교·기업·정부를 묶는다. 산업 공동체는 지역을 넘어 한 산업사슬 직무표준과 교육자원을 연결한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전자는 어느 지역에 어떤 인력을 공급할지를, 후자는 한 산업 기술변화를 교육에 어떻게 반영할지를 푸는 인력운영 시스템이다.
![[테크 차이나] 공장이 교실이 된다…중국은 기술인력 어떻게 산업에서 길러내나](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9/18/news-p.v1.20260918.61f47ef0dee84b11a94f2a74a8ae22be_Z1.png)
도시 연합체는 산업단지·도시 고용과 생산수요를 기준으로 학교와 기업을 묶는다. 산업 공동체는 지역을 넘어 하나의 산업사슬에 필요한 직무표준과 교육자원을 연결한다. 전자는 지역 인력배치와 정착, 후자는 산업 전체에서 통용되는 기술과 교육콘텐츠 확산을 담당한다.
반도체·전기차·로봇·스마트물류·바이오 제조는 이론교육만으로 익히기 어렵다. 장비 세대교체가 빠르고, 공정데이터와 품질규칙은 기업 안에 있으며, 학교가 최신 설비를 모두 보유하기도 어렵다. 기업은 졸업생을 다시 교육해야 하고, 학교는 취업률을 높여도 직무 적합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중국 교육부가 도시 연합체를 '교육기관의 물리적 집합'이 아니라 지역발전의 새로운 메커니즘으로 규정한 이유다. 연합체는 중등직업학교·고등직업학교·직업대학을 연결하고, 산업단지와 기업 인력수요를 교육에 반영한다. 지방정부는 토지·시설·재정과 조정역할을 맡고, 주도기업은 장비·기술·교사와 일자리를 제공한다. 학교는 전공과 교재·과정을 바꾼다.
교육부는 2027년까지 전공·교육과정·교재·교사·실습 선진 표준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취업률이 낮고 산업연계가 약한 전공에는 적색·황색 경고를 주고, 저고도경제·인공지능·첨단장비처럼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분야에는 신설 통로를 열도록 했다. 산업수요 예측이 대학 정원과 교과과정 앞단에 들어가는 구조다.
산업별 공동체는 더 넓다. 예를 들어 신에너지차 공동체는 완성차·배터리·모터·소프트웨어·정비와 충전인프라 기업, 여러 지역 학교를 묶을 수 있다. 도시 연합체가 한 지역 고용과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한다면 산업 공동체는 기술표준과 공급망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현장 사례도 기술 중심으로 변한다. 2026년 에코백스(科沃斯)와 쑤저우직업기술대(苏州职业技术大学)는 오픈소스 로봇 공간과 산교융합기지를 함께 열어 로봇 플랫폼·교재·실습·창업을 연결했다. 기업이 완성된 장비를 기증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기술표준과 개발환경을 학교에 개방하는 방식이다.
중국은 산교융합 내용을 네 가지 협력과 다섯 핵심 요소로 구체화한다. 학교와 기업은 인재양성·기술서비스·인력교류·취업을 함께 운영한다. 동시에 전공, 교육과정, 교재, 교사, 실습·훈련이라는 다섯 요소를 산업기술 변화에 맞춰 한꺼번에 개편한다. 2026년 교육부는 주도기업·고수준 학교·업종기관 책임자가 공동으로 이끄는 운영체계와 기업 기술자원 개방을 강조했다.
이 체계 출발점은 인력수요 예측이다. 연합체는 산업의 직무·기술 변화, 인원과 숙련 수준을 조사해 전공설정 가이드와 인재수요 보고서를 낸다. 학교는 인기학과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 산업 채용과 기술로드맵을 기준으로 정원을 조정한다. 공급이 아니라 수요에서 교육을 설계하려는 것이다.
기업 참여방식은 현금출자만이 아니다. 주도기업은 생산설비와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실습데이터, 엔지니어 강사, 직무자격 기준, 인턴십과 채용기회를 제공한다. 학교는 기업 실제 프로젝트를 수업과 졸업과제에 넣고, 기업 직원 재교육도 맡는다. 기업이 기술표준과 현장을 내놓고 비용을 함께 부담해야 산교융합이 값싼 인력공급으로 축소되지 않는다. 산교융합은 학생교육과 재직자 훈련을 함께 수행하는 산업 인력 플랫폼이다.
에코백스와 쑤저우직업기술대가 로봇 오픈소스 공간과 산교융합기지를 구축한 사례는 기업이 완성장비를 기증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개발환경·교재·실습·창업을 연결하는 흐름을 보여준다. 기업 공정과 프로젝트가 교육 안으로 들어오고, 학교의 인재와 기술서비스가 다시 기업으로 돌아가는 순환이 핵심이다.
도시정부는 기업과 학교 사이 조정자다. 산업단지 인력수요를 모으고, 학교 전공개편과 공동실습센터, 기숙사·교통·취업서비스를 지원한다. 여러 기업이 같은 장비와 인력을 필요로 하면 공용훈련센터를 구축할 수 있다. 중소기업은 개별적으로 교육시설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도시 연합체 수혜가 크다.
주도기업은 기술표준과 직무를 제시한다. 그러나 한 기업의 내부 교육으로 좁아지면 학생 이동성과 중소기업의 참여가 제한된다. 산업 공동체는 여러 기업이 인정하는 공통능력과 자격을 만들고, 학생이 특정 기업을 떠나도 산업 전체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해야 한다.
학교는 교육기관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 단기 생산수요만 따라가면 기술이 바뀔 때 전공이 빠르게 낡는다. 기초과학·디지털 역량·안전·문제해결과 산업기술을 결합해 학생이 새로운 장비와 직무에 적응하도록 해야 한다.
중국이 이 제도를 '시역' 단위로 설계한 것도 이유가 있다. 학교는 교육 부문에, 산업단지는 개발구 관리기구에, 기업은 산업부문에, 취업서비스는 인력자원 부문에 속한다. 하나의 학교가 이 기관들을 따로 상대하면 의사결정이 느리다. 도시 연합체는 지방정부가 부처 간 조정과 재정을 묶고, 산업단지와 주도기업이 수요를 제시하며, 학교가 교육을 실행하는 공동 거버넌스다.
연합체 조직도는 대체로 이사회·운영사무국·전문위원회·학교와 기업 회원으로 구성된다. 이사회는 산업과 교육 목표를 정하고, 사무국은 인력수요 조사와 프로젝트·성과를 관리한다. 전문위원회는 전공과 직무표준, 장비·교재를 검토한다. 참여기업은 실습과 채용, 기술과 자원을 제공하고, 학교는 과정·교원·학생을 운영한다. 명확한 운영주체가 없으면 연합체는 느슨한 협의회가 된다.
다섯 핵심 요소는 단순한 수사도 아니다. 핵심 전공은 산업 성장성·지역수요와 학생 경력경로를 반영해야 하고, 핵심 과정은 실제 작업과 문제해결을 모듈로 구성해야 한다. 핵심 교재는 장비·표준 변화에 맞춰 기업과 공동으로 갱신하고, 핵심 교원은 교사 산업경험과 엔지니어 교육역량을 함께 요구한다. 핵심 실습기지는 학교 실험실뿐만 아니라 기업라인과 공용센터를 포함한다. 다섯 요소가 따로 움직이면 최신장비가 있어도 낡은 과정으로 교육하는 문제가 생긴다.
산업별 공동체는 기술 확산을 담당한다. 주도기업이 만든 직무표준과 교육콘텐츠를 여러 지역 학교와 협력사에 보급하고, 중소기업 재직자 훈련과 기술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플랫폼·스마트하드웨어·물류처럼 전국 사업망을 가진 기업은 지역마다 다른 교육을 반복하기보다 공동체를 통해 표준화할 수 있다. 반면에 기업 독점기술만 교육하면 공공교육이 사내연수로 축소될 수 있으므로 산업공통성과 개방성을 평가해야 한다.
재정 지속성도 중요하다. 초기에는 정부가 실습센터와 장비를 지원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 교육비·기술서비스·재직자 훈련비가 운영 재원이 돼야 한다. 졸업생을 채용하는 기업이 비용을 거의 부담하지 않으면 학교에만 부담이 쌓이고 장비가 노후화된다. 중국이 기업 현금·장비 투입을 강조하는 것은 교육 수요자가 비용도 분담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한국에서는 기업이 학교에 주문하는 인력의 숫자가 경기변동에 따라 빠르게 바뀔 수 있다. 따라서 특정 회사 채용약정만으로 정원을 늘리기보다 여러 기업 공동수요와 장기산업전망을 반영해야 한다. 학교·기업·지자체가 3년마다 기술·직무 전망을 갱신하고, 과정 폐지·전환과 학생 보호계획을 함께 마련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직업교육은 생산직 인력만 공급하는 체계가 아니다. 고등직업대학과 응용형 대학은 기업의 공정개선, 자동화·검사, 제품설계와 기술서비스를 수행한다. 학생과 교사가 기업의 작은 기술문제를 해결하고, 결과를 교육과정으로 다시 가져온다. 대형 대학 원천연구와 중소기업의 현장개선 사이를 잇는 역할이다.
중국 혁신연합체·과학기술 부사장·산교융합연합체가 연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혁신연합체가 공동기술을 개발하면 과학기술 부사장이 기업 안에서 적용을 이끌고, 산교융합연합체가 이를 운용할 기술인력을 공급한다. 연구·사업화·인력의 세 시스템을 분리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첫째, 기업이 협약식과 브랜드 제공에만 참여할 수 있다. 학교가 대부분 비용을 부담하고 기업은 인턴과 채용만 얻는다면 산교융합이 아니라 값싼 인력공급이다. 기업 현금·장비·교사·채용과 공동과제 기여를 공개해야 한다.
둘째, 실습이 단순노동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 학생이 교육목표와 무관한 반복작업을 하고, 임금·안전·보험이 불명확하면 산학협력 신뢰가 무너진다. 실습내용, 지도자, 평가와 노동보호 기준이 필요하다.
셋째, 장비와 과정이 특정기업에 종속될 수 있다. 한 회사 소프트웨어와 장비만 배우면 학생 이동성이 낮아지고 학교가 기업의 판매채널이 될 수 있다. 공통표준과 여러 공급업체의 기술을 함께 다뤄야 한다.
넷째, 성과를 취업률만으로 보면 저임금·단기고용이 좋은 성과로 보일 수 있다. 임금, 직무일치도, 1~3년 유지율, 기업 생산성·기술개선과 재직자 훈련성과를 함께 봐야 한다.
다섯째, 지역 보호가 생길 수 있다. 도시가 인재 지역정착만 요구하면 학생 선택권과 전국 노동시장이 제한된다. 지역산업에 필요한 기술을 가르치되 자격과 학점이 다른 지역에서도 인정돼야 한다.
한국의 계약학과·마이스터고·폴리텍·RISE도 기업수요를 반영하지만 사업별로 분리돼 있다. 정부는 산업별 인력수요 예측과 전공·과정·장비·교원·실습기지를 하나의 체계로 연결해야 한다. 기업은 채용약정뿐만 아니라 장비·엔지니어·공동교육비와 실제 프로젝트를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
지자체는 대학별 지원금을 나누기보다 지역 공용 훈련·실증센터를 만들고 중소기업이 함께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대학과 직업학교는 기업별 맞춤교육과 산업 전체에서 통용되는 기초역량을 균형 있게 설계해야 한다. 대기업은 협력사 직원과 교사 재교육까지 공급망 역량으로 봐야 한다.
금융권은 학교 수와 협약건수보다 인력부족이 기업 증설과 생산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봐야 한다.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은 연합체를 통해 인력채용뿐만 아니라 장비와 교원, 공동연구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도 현지 직업학교와 공동과정을 만들 수 있지만 학생보호, 지식재산권과 기술유출을 계약으로 관리해야 한다.
중국 도시 연합체는 직업교육을 산업정책 뒤편에서 전면으로 끌어낸다. 공장을 교실로 만든다는 말의 핵심은 학생을 생산라인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기업 기술과 장비, 채용수요를 교육시스템 안에 책임 있게 넣는 데 있다. 한국 산업계가 물어야 할 질문은 계약학과를 몇 개 만들 것인가가 아니다. 우리 지역의 학교와 기업은 다음 5년의 장비·공정·직무 변화를 함께 설계하고 있는가.
박지민 36kr코리아 공동 대표 3guowill@krstar.c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