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파탄 내몰린 지자체…“'금괴 35㎏' 74억 쾌척” 익명 기부자 나타났다

기자회견하는 日 효고현. 사진=연합뉴스
기자회견하는 日 효고현. 사진=연합뉴스
日 효고현에…개인에게 받은 역대 최대 규모

재정난에 빠진 일본 효고현에 시가 약 8억3400만엔(약 74억원)에 달하는 금괴 35㎏이 익명으로 기부됐다. 효고현은 금괴를 매각해 기부자가 지정한 지역 진흥 사업에 사용할 계획이다.

17일 일본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효고현은 지난 16일 익명의 개인으로부터 금괴 35㎏을 기부받았다고 밝혔다. 금괴는 모두 70개로, 기부자는 지난 2월 효고현에 직접 기부 의사를 전달한 뒤 지난 8일까지 금괴를 순차적으로 전달했다.

효고현은 기부자의 신원을 보호하기 위해 이름과 연령, 기부 동기 등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기부는 효고현이 개인으로부터 받은 기부 가운데 최대 규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효고현은 기부자의 의향에 따라 금괴를 매각한 뒤 현의회 의결을 거쳐 기금으로 조성하고 지역 진흥 사업에 활용할 방침이다.

금괴를 직접 기부한 방식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본의 한 세무 전문가는 금을 매각한 뒤 현금으로 기부하는 경우 매각 수수료와 세금 등이 발생할 수 있지만, 금 자체를 기부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매각하면 세금 측면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기부가 주목받는 것은 효고현이 장기간 재정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효고현은 1995년 발생한 한신·아와지 대지진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후 복구와 지역 재건을 위해 대규모 지방채를 발행했으며, 지금까지 재해 복구에 투입된 비용은 약 2조3000억엔에 이른다.

재해 관련 지방채 가운데 약 1138억엔은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에는 일본의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까지 커지면서 재정 여건이 더욱 악화했다.

효고현은 지난달 지방채를 발행할 때 국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기채허가단체'로 지정됐다. 일본 광역지자체 가운데 재정 악화로 정부의 관리 대상에 가까운 단계까지 접근했다는 의미다.

이에 효고현은 내년부터 도로 보수와 공공시설 정비 등 투자 관련 지출을 10% 이상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약 74억원 규모의 금괴 기부는 효고현의 재정에 상당한 규모의 추가 재원을 제공하게 됐다. 다만 금괴 매각 대금은 기부자의 의향에 따라 지역 진흥 사업에 사용될 예정이다.

사이토 모토히코 효고현 지사는 기자회견에서 “현의 재정이 대단히 엄중한 상황에서 보내주신 따뜻한 후의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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