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게임쇼(TGS) 2026에서 한국 게임사가 일본 이용자를 상대로 신규 지식재산(IP)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출시 전 작품에도 2시간 안팎의 시연 대기열이 형성되고 일본 현지 게임매체가 전투와 연출을 구체적으로 조명하는 등 초기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다만 국내 대형사의 신작이 모바일 기반 서브컬처 장르에 집중된 점은 성과와 함께 과제로 남았다.
퍼블릭 데이가 진행된 19일과 20일 넥슨게임즈 '파레이돌리아'는 시연 대기시간이 150분을 넘어섰다. 엔씨가 퍼블리싱하는 디나미스원 '아스트라에 오라티오' 역시 개장 한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대기시간이 120분을 넘겼다. 42대 규모 시연 기기를 마련했지만 대기 공간이 가득 차 한동안 신규 입장을 제한할 정도였다.
두 작품 모두 이미 흥행한 IP의 후속작이 아니라 새롭게 세계관과 캐릭터를 구축한 신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파레이돌리아는 캐릭터와 함께 생활하는 '이세계 홈스테이' 감성과 실시간 요소를 결합한 턴제 전투를, 아스트라에 오라티오는 가상의 1989년 도쿄와 마법·행정을 결합한 신전기 세계관을 앞세웠다.
일본 현지 매체 반응도 '읽는 재미'와 시나리오·연출의 밀도, 실시간 대응을 결합한 전투 등을 비중 있게 소개했다. 4Gamer 등은 스토리와 아트, 게임 플레이를 하나의 경험으로 묶으려는 개발 방향과 향후 북미·유럽까지 겨냥한 글로벌 서비스 전략을 상세히 전했다. 신규 서브컬처 작품을 캐릭터 이미지보다 실제 게임성까지 평가 대상으로 끌어냈다는 점은 의미 있는 성과다.

스마일게이트와 넷마블도 일본 이용자에게 익숙한 캐릭터와 IP를 활용해 현지 접점을 넓혔다. 스마일게이트는 '미래시: 보이지 않는 미래'와 일본 만화 원작 '데드 어카운트: 두 개의 푸른 불꽃'을 선보였고, 넷마블은 일본 인기 만화·애니메이션 기반 '샹그릴라 프론티어: 일곱 최강종'과 글로벌 웹툰 IP를 활용한 '나 혼자만 레벨업: 카르마'를 내세웠다.
NHN플레이아트는 장기간 일본에서 서비스해온 '라인 디즈니 츠무츠무' '요괴워치 뿌니뿌니' '#콤파스'와 신작을 함께 전시했다. 신규 IP로 일본 시장에 진입하려는 게임사와 기존 팬덤을 기반으로 새로운 작품으로 관심을 확장하려는 전략이 동시에 나타났다.
올해 대형 콘솔 신작 가운데서는 시프트업이 세가·아틀러스 부스를 통해 일반 이용자에게 처음 선보인 '스텔라 블레이드' 닌텐도 스위치2 버전이 돋보였다. 기존 콘솔 버전의 액션과 비주얼을 휴대용 기기로 옮긴 최적화 완성도가 현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같은 변화는 일본 시장에 대한 선택과 집중으로 볼 수 있다. 일본 이용자가 선호하는 캐릭터 소비와 장기 라이브 서비스 시장을 겨냥해 국내 게임사가 강점을 가진 분야를 집중적으로 보여줬다.

반면 세가·캡콤·코나미·반다이남코 등 일본 게임사는 기존 IP를 기반으로 대형 PC·콘솔 신작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서브컬처 영역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한국 게임사가 일본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넓히려면 장르와 플랫폼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점도 확인됐다.
텐센트 레벨인피니트와 넷이즈 등 최근 글로벌 게임쇼에서 대규모 전시를 이어온 주요 중국 업체 상당수는 올해 TGS의 소비자 전시에서 빠졌다. 한 달 전 게임스컴에서 중국 게임사가 대규모로 참가했던 것과 대조된다.
남은 과제는 관심을 흥행으로 바꾸는 일이다. TGS에서 얻은 이용자 피드백을 실제 개발에 반영하고 초기 관심을 장기 팬덤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가 내년 출시를 앞둔 K게임의 성적을 가를 전망이다.
한편 올해 TGS는 30주년을 맞아 사상 처음 닷새 일정으로 확대됐지만 태풍 영향으로 마지막 날인 21일 행사가 전면 취소됐다. 주최 측은 강풍과 폭우, 대중교통 운행 차질 가능성을 고려해 20일까지 행사를 정상 진행하고 21일 일정을 취소하기로 했다. 역대 최대 규모로 외연을 넓힌 TGS였지만, 첫 5일 개최는 태풍이라는 변수 앞에서 완주하지 못했다.
지바(일본)=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