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이 개발한 사족보행 로봇의 장거리 운용 연구 내용이 저명한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해당 로봇은 마라톤 풀코스를 배터리 교체 및 충전 없이 완주한 바 있어 이목을 끈 바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배충식)은 황보제민 기계공학과 교수팀이 개발한 사족보행로봇 '라이보2(RAIBO2)'의 장거리 주행 기술과 실제 마라톤 완주 결과가 네이처 본지에 게재됐다고 27일 밝혔다.
국내 수행 로봇 연구가 네이터 본지에 게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로, 국내 로봇 연구 기술력과 학술적 수준을 보여주는 결과로 평가된다.
라이보2는 2024년 11월 열린 상주 곶감 마라톤 대회에서 배터리를 충전하거나 교체하지 않고 풀코스 42.195km를 4시간 19분 52초 만에 완주했다. 사족보행로봇이 실제 마라톤 대회 풀코스를 완주한 세계 최초의 사례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 로봇을 장시간 운용하려면 순간적인 운동 성능뿐 아니라 에너지 효율과 발열, 배터리, 구동장치의 안정성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 이번 논문 핵심도 이것이다.
연구팀은 장거리 주행을 배터리나 모터 등 개별 부품의 성능 문제가 아니라 기계 구조와 전기 시스템, 보행 제어가 긴밀하게 연결된 '로봇 전체의 시스템 문제'로 접근했다.
사족보행로봇은 다리를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과정에서 구동장치뿐 아니라 전장과 기구부 등 여러 부분에서 에너지를 잃는다. 어느 한 부품의 효율만 높여서는 빠르고 안정적인 보행 성능과 긴 주행거리를 동시에 확보하기 어렵다.

연구팀은 로봇 전체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높은 보행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도록 기구와 전장, 구동 및 제어 시스템을 통합적으로 설계했다. 이를 통해 사족보행로봇이 장시간 안정적으로 움직이기 위해 어떤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설계 원리를 제시했다.
연구팀의 다음 과제는 한 대의 연구용 로봇에서 구현한 성능을 산업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옮기는 것이다.
황보 교수 연구실에서 출발한 KAIST 교원창업기업 라이온로보틱스는 이번 연구 성과를 실제 제품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연구용 시제품을 넘어 실제 현장에서 장시간 운용할 수 있는 사족보행로봇의 제품화와 양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황보제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사족보행로봇이 얼마나 멀리 달릴 수 있는지를 넘어, 높은 운동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 로봇 전체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를 실제 마라톤 데이터로 입증한 결과”라며 “연구실에서 구현한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산업 현장에서 누구나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연결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기계공학과 이충인 박사와 염동훈, 박정수 학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네이처에 23일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