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광고도 디지털 시대를 맞고 있다. 국민의 미디어 이용행태가 달라지면서 정부와 공공기관의 광고 역시 전통매체에서 온라인과 디지털 플랫폼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한정된 예산으로 보다 많은 국민에게 정책을 알리기 위해 효율적인 매체를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변화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정부광고의 디지털 전환은 곧 유튜브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으로의 이동을 의미해야 하는가?
정부광고는 일반 기업의 상품광고와 성격이 다르다. 상품광고는 구매 가능성이 높은 소비자에게 효율적으로 도달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정부광고는 국민에게 필요한 정책과 공공정보를 가능한 한 빠짐없이 전달해야 한다. 효율성 못지않게 보편적 도달이라는 공익적 가치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의 디지털 중심 광고 집행에는 생각해볼 대목이 있다. 유튜브 프리미엄처럼 광고가 제거되는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광고를 회피하는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디지털 광고만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국민이 존재한다. 정부 정책을 알려야 할 대상이 디지털 광고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TV는 여전히 강력한 보편매체다. 가정뿐 아니라 숙박시설, 사업장, 병원과 공공장소 등 다양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 특히 고령층을 포함해 디지털 미디어 이용이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국민에게 TV의 역할은 여전히 크다. 실제 2025년 언론수용자 조사에서도 TV는 뉴스 이용 매체 가운데 가장 높은 이용률을 기록했다.
그렇다고 과거 방식의 TV광고로 돌아가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TV도 이미 디지털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소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를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TV 광고는 유료방송 셋톱박스 빅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성별·연령·관심사와 시·도, 시·군·구 단위까지 광고 대상을 세분화할 수 있다. TV가 가진 대화면과 높은 몰입도에 디지털 광고의 정밀 타기팅과 성과 측정 기능을 결합한 것이다.
비용 효율성도 주목할 만하다. 관련 업계 자료에 따르면 중소PP 디지털 TV 광고의 평균 CPM은 5000원 선이어서 글로벌 OTT 평균 단가인 2만~5만원보다 효율성이 좋다. 특히 광고를 끝까지 시청한 경우를 기준으로 과금하고 중도 이탈 시 광고비를 청구하지 않는 상품도 가능하다. 실시간 집행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국민 세금으로 집행되는 정부광고가 요구받는 투명성과 효율성에 부합한다.
또 하나 생각해야 할 것은 정부광고가 어디에 쓰이고, 그 재원이 다시 어떤 생태계를 만드는가이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이유로 정부광고가 소수 글로벌 플랫폼에 과도하게 집중된다면 국내 미디어 산업에는 그만큼 돌아오는 것이 줄어든다. 반대로 일정 부분을 국내 중소PP에 집행하면 광고 수익은 다시 콘텐츠 제작으로 이어지고, 좋은 콘텐츠는 시청자를 불러오며 국내 미디어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재원이 된다. 정부광고가 정책을 알리는 동시에 미디어 생태계의 선순환에도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광고의 디지털 전환을 늦추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 제대로 디지털화하자는 제안이다. 온라인과 모바일, 글로벌 플랫폼의 장점은 활용하되 TV가 가진 보편적 도달력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광고 방식도 함께 활용해야 한다.
정부광고의 효율성을 단순히 '얼마나 싸게 많이 노출했는가'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얼마나 다양한 국민에게 빈틈없이 도달했는가, 국민의 세금이 얼마나 투명하게 집행됐는가, 그리고 그 재원이 우리 미디어 생태계에 어떤 공익적 가치를 남겼는가까지 함께 봐야 한다.
이제 정부광고에도 새로운 미디어 믹스가 필요하다. 디지털의 효율성과 TV의 보편성, 그리고 국내 미디어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한다면 중소PP의 디지털TV 광고는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는 선택지다.
정부광고의 디지털 전환, 그 답이 반드시 글로벌 OTT일 필요는 없다.
박성호 한국케이블TV PP협의회장 stiger9@cn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