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연구진이 반응 속도가 서로 다른 반도체를 쌓아 현재 변화 및 앞선 변화를 함께 처리하는 반도체 기술을 개발했다. 웨어러블 기기의 걷는 동작, 팔을 흔드는 동작 등 '움직임'의 흐름을 읽어내는 읽는데 활용 가능하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배충식)은 권지민 AI시스템학과 교수팀이 울산과학기술원(UNIST·총장 박종래), 포스텍(총장 김성근) 연구진과 이온을 담은 소재를 단단한 얇은 막으로 만들고, 이를 이용해 반응 속도가 다른 반도체 소자를 적층하는데 성공했다고 29일 밝혔다.
반도체에 전기를 가하면 소재 내 이온이 움직이면서 전류 흐름이 바뀐는데, 전기를 끊어도 이온이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데 시간이 걸린다. 연구팀은 이런 이온의 '느린 움직임'을 지난 신호를 알아보는 데 활용했다.
관건은 시간 조절이다. 기존에는 이온을 담는 물질이 주로 액체나 부드러운 젤이어서 반도체를 정교하게 만들고 여러 층으로 쌓기도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온을 담은 물질을 단단한 박막으로 만들고, 막 속 이온 양·두께를 조절했다. 그 결과 신호에 빠르게 반응하는 소자와 느리게 반응하는 소자를 만들 수 있었다. 두 소자를 층층이 쌓자 하나는 방금 들어온 신호에, 다른 하나는 조금 전부터 이어진 신호에 반응했다
연구팀은 네 차례 들어오는 신호가 켜지고 꺼지는 순서에 따라 만들어지는 16가지 패턴을 소자가 구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또 측정한 소자 반응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숫자 영상을 판별하는 시스템을 모델링했다. 그 결과 서로 다른 속도의 영상 신호에 대해 90% 이상 검증 정확도를 얻었다.
연구팀은 이 소자를 4인치 웨이퍼 크기로 제작하고 휘어지는 기판에도 구현했다. 소자의 전기적 특성은 제작 후 55개월에 걸친 측정에서도 안정적이었다.
권지민 교수는 “이번 소자는 기존 얇은 반도체 제작 공정으로 넓은 기판에 만들 수 있고, 여러 층으로 쌓을 수도 있다”며 “앞으로 스마트워치처럼 전력을 적게 써야 하는 기기에서 움직임과 몸의 신호를 읽는 AI 반도체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정학순 KAIST 연구교수가 제1저자로, 노용영 포스텍 교수와 권지민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에 6월 30일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