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뇌손상 1세 아동에 첫 '존엄사'… 윤리적 논쟁 불붙어

네덜란드 1~12세 중증 환아 대상 존엄사 규정 첫 사례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네덜란드 정부의 새로운 법안 지침에 따라, 중증 장애를 앓던 1세 아동이 존엄사(생명 연장 중단 및 조력 사망) 조치로 생을 마감한 가운데, 의료진 사이에서도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렸다.

29일(현지시간) CBS 뉴스에 따르면 네덜란드 인공임신중절 및 영유아·아동 생명종결 검토위원회(LZA-LP&K)는 존엄사가 실시된 아동(성별·신원 미공개)이 광범위하고 복구 불가능한 뇌 손상, 심각한 뇌성마비, 뇌전증(간질), 시각 장애 등을 앓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는 네덜란드가 1세 이상 12세 이하의 중증 환아를 대상으로 삶을 마감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한 이후 공식 보고된 첫 사례다.

해당 아동은 해외에서 26주 3일 만에 극소 저체중아로 태어난 후 패혈증을 비롯한 복합 중증 감염증을 겪었으며, 이후 MRI 검사를 통해 심각한 뇌 손상이 확인됐다. 만 2세를 앞둔 시점에서도 아동의 발달 연령은 생후 6주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심의위원회는 “운동 능력, 행동, 인성 등 인간으로서의 모든 영역이 심각하게 손상된 상태였으며 개선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고 이번 조치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치료 과정에서 모든 의료진이 존엄사 결정에 동의했던 것은 아니다. 주치의가 지역 외부의 독립적인 의사들에게 소견을 구했을 당시, 일부 의료진은 “아동이 지속적이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완화 치료나 발작 조절 약물 치료 등 대안이 존재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후 추가 치료가 시도되었으나 부작용이 심해 중단됐으며, 또 다른 독립 전문의가 아동의 고통이 명백하며 관련 규정의 요건을 충족한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최종 절차가 진행됐다. 위원회는 담당 의사가 적법한 주의 의무를 다해 절차를 이행했다고 최종 판정했다.

해당 아동의 생명을 종결한 담당 의사는 현지 공영 방송 NOS의 '니우스아우어(Nieuwsuur)'와 인터뷰에서 “세계적으로도 선례가 없는 절차였기에 의사로서 매우 취약한 위치에 놓인 기분이었다”며 “거의 1년 동안 다모클레스의 검이 머리 위에 걸려 있는 듯한 압박감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는 “이번 결정이 유사한 상황에 처한 다른 환아 부모들이 의사와 솔직하게 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네덜란드는 2002년 세계 최초로 존엄사를 법제화한 국가다. 2024년부터는 개선 가능성이 없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는 1세 이상 12세 미만 아동으로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규정을 도입했다. 위법하게 존엄사를 시행한 의사는 최대 12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 ET Ev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