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벤처스튜디오 방식으로 설립된 기업을 '창업기업'으로 별도 인정하는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액셀러레이터(AC) 등 창업기획자가 아이디어 단계부터 자본과 인력을 투입해 직접 만든 기업이 지분 구조 때문에 창업기업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제도적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최근 초기투자 시장에서 새로운 창업 모델로 주목받는 벤처스튜디오를 본격 육성하기 위한 후속 제도 정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기부는 벤처스튜디오 모델로 탄생한 기업에 대해 일정 요건을 심사해 창업기업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벤처스튜디오는 이미 설립된 스타트업을 찾아 투자하는 기존 벤처캐피털(VC)이나 AC와 출발점부터 다르다. 투자자가 유망한 기업을 '찾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발굴해 아이디어를 만들고, 창업자와 팀을 구성해 직접 회사를 세운다. 초기 자금 투자뿐 아니라 제품·서비스 개발, 후속 투자 유치, 경영까지 함께하는 일종의 '공동창업자'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기술은 있지만 직접 회사를 설립하고 운영하기 어려운 연구자나 전문가의 창업을 돕는 방식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의료·바이오 분야에서는 의사나 연구자가 현장에서 발견한 기술과 아이디어에 집중하고, 벤처스튜디오가 법인 설립과 사업 개발, 투자 유치 등을 맡는 공동창업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 등을 탄생시킨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이 대표적인 벤처스튜디오로 꼽힌다.
앞서 중기부는 지난해 8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창업기획자의 경영지배 목적 투자를 허용하는 범위를 넓혀 벤처스튜디오 방식의 자회사 설립·운영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벤처스튜디오가 직접 만든 기업을 기존 창업기업 제도에 어떻게 담을지는 풀리지 않은 숙제로 남았다. 현행 제도에서는 법인을 새로 세웠다고 모두 창업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기존 기업과 신설 기업 간 지분·지배관계나 사업의 연속성 등에 따라 창업기업 인정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 벤처스튜디오의 경우 초기 단계에서 AC 등이 신설 기업의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새로운 창업'임에도 창업기획자의 자회사로 분류돼 창업기업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한다.
중기부가 추진하는 방안은 실제 벤처스튜디오 방식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기업인지를 심사해 창업기업 지위를 인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창업기업으로 인정받으면 모태펀드 투자와 TIPS·LIPS 등 정부의 다양한 창업 지원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길도 함께 열린다.
중기부 관계자는 “창업지원법 시행령과 하위 고시 등에 예외 조항을 둬 창업기획자가 설립한 신설법인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창업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제도 하나를 바꾼다고 벤처스튜디오가 바로 활성화되는 것은 아닌 만큼 단계적으로 추가 제도 정비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