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장을 우량기업군과 일반기업군 등으로 구분하는 '코스닥 승강제' 도입이 속도조절에 들어갔다. 당초 7월 말 개편안을 내놓을 예정이었으나 발표 일정이 늦춰진 데다, 연내 방안이 확정되더라도 실제 적용은 내년 하반기부터 이뤄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은 코스닥 세그먼트 개편안을 놓고 막바지 의견 수렴과 세부 기준 조정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월 말 '코스닥시장 30주년 행사'에서 구체적인 개편안을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뒀으나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업계 의견 등을 추가로 검토하면서 일정이 다시 늦춰졌다.

특히 금융당국이 제도 도입 속도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상당 부분 고려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세그먼트 구분이 기업에 사실상의 '등급'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는 만큼 충분한 준비기간 없이 시행할 경우 기업가치와 투자 등에 예상치 못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개편안이 연내 발표되더라도 실제 적용까지는 준비기간을 두고 내년부터 시행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거래소는 현재 공식적으로는 시행 시기를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제도 설계에서도 벤처·혁신기업의 특성을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상위 세그먼트 진입 기준을 단순 수익성이나 시가총액 중심으로 정하지 않고 안정성과 성장성, 시장평가 등을 함께 고려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현재 이익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매출이나 이익이 빠르게 성장하는 기술·벤처기업에 상위 세그먼트 진입 기회를 열어두겠다는 취지다.
벤처업계가 그동안 요구해온 '시장성'도 제도 설계 과정에서 상당 부분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벤처업계는 획일적인 재무 기준을 적용할 경우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이 높거나 본격적인 성장기에 진입한 혁신기업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향후 쟁점은 상위 세그먼트에 포함되지 않는 '스탠다드' 영역 기업에 어떤 정책적 유인을 제공할지다. 벤처업계에서는 상위 기업에만 지수·ETF 개발이나 기관투자 확대 등의 혜택이 집중될 경우 일반 세그먼트 기업이 사실상 '2부 리그'로 인식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벤처업계는 스탠다드 영역에 속한 기업에도 성장 단계에 맞는 별도의 인센티브와 투자 유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승강제가 기업을 단순히 구분하는 제도가 아니라 기업의 성장을 유도하고 상위 세그먼트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러차례 자문회의를 거치면서 처음 계획했던 개편안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도 종합적으로 반영되고 있는 분위기”라며 “세부적인 기술 요소까지 조율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제도 윤곽은 28일부터 다음 달 16일까지 열리는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2026'를 거치며 보다 선명해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이 기간 코스닥 경쟁력 강화 정책 논의와 별도 세미나 등을 통해 시장 참여자들의 의견을 추가적으로 수렴한다는 방침이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