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총장직무대행 박진호) 학생들이 노벨화학상 수상자와 만나 실패를 발견으로 이어 가는 연구자의 태도를 배웠다.
지난 1일 RC교육센터에서 2025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오마르 M. 야기(Omar M. Yaghi) 중국 칭화대 석좌교수와 학부생·대학원생 간 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만남은 '나주 글로벌 에너지포럼 2026' 참석차 KENTECH을 찾은 야기 교수와 켄텍 오명환 교수가 공동연구를 이어 온 인연을 계기로 마련됐다.
야기 교수는 금속-유기 골격체(MOF)를 개발하고 '망상화학(Reticular Chemistry)' 분야를 개척한 세계적인 화학자다. 학생들은 야기 교수에게 새로운 연구 주제를 찾는 방법부터 성과가 보이지 않는 시간을 견디는 자세까지, 연구 현장의 고민을 담은 질문을 던졌다.
대화의 중심에는 실험과 실패를 바라보는 태도가 있었다. 야기 교수는 기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은 실험에서도 자연에 관한 새로운 사실을 얻는다고 강조했다. 흔히 실패라고 부르는 결과도 다음 실험을 이끄는 근거가 되고, 그렇게 쌓인 사실이 결국 발견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학생들에게 결과에 낙담해 멈추기보다 실험을 계속하며 새로운 사실을 배워 가라고 당부했다.
야기 교수는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거나 어렵다고 여기는 문제라면 오히려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왔다며 연구 주제를 선택하는 기준도 들려줬다. 금속 이온과 유기 분자를 연결해 미세한 빈 공간을 만드는 MOF, 분자 수준의 실을 직물처럼 엮는 분자 직조(molecular weaving) 연구도 이러한 호기심과 도전에서 출발했다고 소개했다.
발견을 현실의 문제 해결로 연결하는 과정에서도 의문과 비판은 계속됐다고 전했다. MOF가 비싸고 불안정해 실제로 쓰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실험으로 사실을 확인하고 한계를 보완하며 응용 범위를 넓혀 왔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노력은 공기 중 수분을 모아 물을 얻고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로 이어지며 물 부족과 기후변화에 대응할 가능성을 키웠다.
학생들은 세계적인 과학자가 들려준 고민과 도전의 경험을 통해 자신의 연구와 진로를 바라볼 새로운 동기를 얻었다. 야기 교수의 조언은 학생들이 에너지와 환경의 난제를 해결하는 연구자로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진호 총장직무대행은 “노벨상 수상자와 직접 대화하며 얻은 자극은 학생들에게 오랫동안 남을 자산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세계적 석학과 학생이 만나는 기회를 꾸준히 넓혀 에너지 분야를 이끌 인재를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남광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