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원자 4개가 '한 팀'처럼…희귀금속 없는 고성능 촉매 개발

주족원소 촉매 설계 방식의 비교도. (홍승윤 교수)
주족원소 촉매 설계 방식의 비교도. (홍승윤 교수)

값비싼 희귀금속 없이 자연에 풍부한 황 원자 여러 개가 협력해 복잡한 유기분자의 화학반응을 촉진하는 새로운 촉매가 개발됐다. 의약품·농약처럼 구조가 복잡한 분자를 합성 마지막 단계에서 원하는 형태로 바꾸는 데 활용할 수 있어 신약 후보물질 발굴 등으로 응용 가능성이 기대된다.

한국연구재단은 홍승윤 서울대 교수 연구팀이 여러 주족원소가 하나의 촉매 중심처럼 협동하도록 설계한 '다원자 주족원소 촉매'를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촉매는 적은 양으로도 화학반응을 빠르고 선택적으로 일어나게 해 의약품과 농약, 첨단소재 등 고부가가치 물질 생산에 활용되는 핵심 기술이다.

현재 널리 사용되는 촉매 상당수는 팔라듐 등 전이금속을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이들 금속은 매장량이 적어 가격과 공급 안정성에 한계가 있고 일부는 독성 문제도 지적된다.

이에 탄소와 질소, 산소, 황 등 자연에 풍부한 주족원소를 촉매로 활용하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주족원소는 전자를 유연하게 주고받기 어렵고 반응성을 조절하는 데 한계가 있어 고성능 촉매로 활용하기 쉽지 않았다.

연구팀은 원자 하나의 성질을 조절하는 기존 촉매 설계에서 벗어나 여러 원자가 동시에 협력하도록 만드는 방식을 택했다.

탄소 원자 하나를 중심으로 황 원자 네 개를 입체적으로 배치해 황 원자들이 직접 결합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공간을 통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도록 했다. 이를 통해 개별 원자가 독립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황 원자가 하나의 촉매 중심처럼 작동하도록 구현했다.

연구팀은 개발한 촉매를 할로젠화 반응에 적용했다. 할로젠화는 염소와 브로민, 아이오딘 등 할로젠 원소를 특정 분자에 붙이는 반응으로 의약품 효능을 조절하거나 다른 화합물로 전환하기 위한 중간체를 만드는 데 활용된다.

실험 결과 개발한 촉매는 기존 주족원소 기반 방법보다 높은 반응성과 넓은 기질 적용 범위를 보였다.

특히 기존 방법으로 반응시키기 어려웠던 의약품과 농약 유사 분자에도 적용할 수 있어 이미 상당 부분 합성된 복잡한 분자를 마지막 단계에서 변형하는 '후기 단계 기능화'에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 같은 방식은 하나의 기본 분자 구조를 바탕으로 다양한 유도체를 빠르게 만들 수 있어 신약 후보물질이나 기능성 화합물 탐색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연구팀은 다원자 협력이 촉매 성능을 높이는 원리도 규명했다.

반응 과정에서 한 황 원자가 할로젠을 분자에 전달할 때 직접 결합하지 않은 다른 황 원자들이 공간을 통해 전자적 영향을 미쳐 황과 할로젠 사이 결합을 약화시키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할로젠 전달 반응이 보다 쉽게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촉매 설계의 단위를 단일 원자에서 여러 원자의 협력 구조로 확장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홍승윤 교수는 “이번 연구는 촉매 설계의 단위를 원자 하나에서 여러 원자의 협력으로 넓힌 것”이라며 “원자들을 공간적으로 잘 배치하면 원자 하나로는 얻기 어려운 성질과 반응성을 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다른 주족원소와 다양한 화학반응으로 연구를 확대하고 촉매의 안정성과 대량 생산 가능성을 높여 실제 산업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카탈리시스'에 지난달 2일 온라인 게재됐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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