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국감]美 청구서에 쏟아진 질타… 김정관 “국익·상업성 최우선”

산업통상부가 2000억달러 규모 대미 전략투자에 대해 국익을 최우선으로 후속 절차를 차질 없이 밟겠다고 6일 밝혔다. 우리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세계시장 진출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지난 1일 한미 양국이 공동 발표한 대미 투자 프로젝트와 관련해 “우리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나아가 세계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는 기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산업부가 앞서 발표한 추진계획은 지난해 11월 체결한 한미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 후속 조치다. △텍사스 가스복합화력 발전사업 △한미 원전 프레임워크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등 세 분야의 협력을 담았다.

하지만 이날 국감에선 천문학적 자금이 투입되는 해당 사업의 상업성 논란과 국회 사전 보고 누락, 한미 간 발표 내용의 엇박자 등을 둘러싼 강도높은 질타가 쏟아지며 험로를 예고했다.

자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증 안 된 알래스카, 끌려가나”…쏟아진 상업성 질타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부의 타당성 검증조차 끝나지 않은 500억달러 규모 알래스카 LNG 사업(프로젝트 노스)을 미국이 기정사실화한 것을 두고 '외교적 신뢰 타격'이라고 비판했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0년간 경제성이 없어 추진되지 않았던 사업에 대해 미국 측이 팩트시트에 '작업 착수 합의'를 명시하며 투자를 기정사실화했다”며 “경제성과 타당성 검증조차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한미 간 엇갈린 발표로 관세 보복의 빌미를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곧 서명하지 않으면 관세율을 두 배로 올릴 것'이라고 압박한 상황에서 정부가 성급하게 끌려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사업성이 낮아서 그동안 안 됐던 건 맞다”면서도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환경 변화를 거론했다. 그는 “중동 전쟁을 거치면서 중동산 LNG 도입과 파나마 운하 통항에 차질이 생겨 새로운 전략적 가치가 생겼다”며 “알래스카 프로젝트가 성공해 LNG를 가져올 수 있다면 전략적인 가치는 분명히 있다”고 반박했다. 또 과거 민간 중심이던 사업이 미국 연방정부 주도로 전환된 점도 사업성을 재평가할 수 있는 긍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미국이 투자를 기정사실로 했다는 지적에는 “검토에 착수했다는 의미는 누차 말씀드렸듯이 상업적 합리성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라며 “팩트시트는 한미 양국이 동일하게 공동 공개했던 자료로 국회에 숨긴 것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대미 투자 프로젝트의 외부용역 발주를 둘러싼 문서 유출 공방도 벌어졌다. 최 의원이 산업부 내부 문서를 근거로 “프로젝트 1~3호의 투자 타당성 분석 외부용역이 발주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추궁하자, 김 장관은 “해당 용역의 2호와 3호는 알래스카 프로젝트와 전혀 관련이 없다”며 “대외 보안이 보장되는 전제하에 구체적인 내용을 별도 설명하겠다”고 답했다.

같은날 열린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대미 투자의 상업성과 선급금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1호 사업인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소(223억달러)에 이미 24억달러가 송금된 점을 지적하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의 전력구매계약(PPA)이 최종 체결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상업성을 충족했다고 판단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일정한 범위 안에서 가격이 체결된다는 전제하에 검토했다”고 해명했다. 이 부총리는 대형 원전 건설을 위한 100억달러 선급금 지급과 알래스카 LNG 사업에 대해서도 “미국 측의 구체적인 사업 조건을 바탕으로 상업적 합리성이 최종 검증되고 국내법상 절차가 완비된 뒤에 투자를 결정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미투자 넘어 산업 체질 개선…초광역특구·제조AI 생태계 속도전

김 장관은 국감 업무보고를 통해 산업부 핵심 정책 청사진도 함께 제시했다. 우선 수도권 일극 체제를 타파하기 위해 '5극 3특 권역별 성장엔진' 육성에 박차를 가한다. 연내 지방정부 주도로 권역별 육성계획을 완성하고, 과감한 규제 완화를 담은 '초광역특구법'을 제정해 재정·금융·세제 등 7대 패키지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기업의 지방 투자를 적극 뒷받침할 계획이다.

제조업의 근본적 체질 개선을 위한 제조 인공지능 전환(M.AX)에도 속도를 낸다. 2030년까지 전국 주요 산업단지에 500개의 AI 팩토리를 구축하고, 내년부터는 공정 전반을 AI가 자율적으로 통제하는 '풀스택 AI 팩토리' 기술 개발과 실증에 착수한다. 특히 현장 숙련공의 노하우인 '제조 암묵지' 200개를 디지털화해 '국가 제조데이터 라이브러리'로 집적하는 사업도 내년부터 추진한다.

중동 전쟁 등으로 불거진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자원 안보 체계도 대대적으로 개편한다. 산업부는 2035년까지 원유의 비(非)중동 의존도를 50%까지 끌어올리고, 천연가스의 특정 국가 의존도를 30%대 미만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위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재원 조달 창구인 '자원안보기금'을 신설하고, 한국광해광업공단의 핵심광물 해외투자 기능 복원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또 K-소비재와 원전 등 전략 품목을 앞세워 중동·중남미 등 신흥시장을 개척해 '수출 5강' 도약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김 장관은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의 출발점으로 삼아 기업이 필요로 하는 곳은 신속하게 지원하고, 기존의 방식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새로운 해법을 찾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손지혜 기자 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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