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026년 경기도 기후테크 스타트업 육성사업'에는 푸드테크·에코테크·카본테크·클린테크 등 4개 분야 11개 기업이 참여한다. 식물 바이오 파운드리와 종자 판별부터 재활용 플라스틱 선박 소재, 자원순환형 종이팩, 친환경 펄프몰드·세라믹 코팅제, 전고체 전해질막,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FEMS), 재사용 배터리 해체 자동화, 우주용 태양전지, 지붕형 태양광 플랫폼까지 해법도 다양하다.
이들 기업은 온실가스와 폐기물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산업 현장의 비용·효율·안전 문제를 풀며 사업성을 입증하고 있다. 전자신문은 11개 기업을 만나 기술의 원리와 경쟁력, 고객이 얻는 가치, 실증·사업화 성과를 살펴본다. 육성사업 참여 과정에서 해결한 과제와 투자유치, 국내외 시장진출 전략도 짚는다. 기술이 산업과 일상의 변화를 이끄는 기후 해법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11회에 걸쳐 소개한다.

차세대 배터리 소재기업 에이에스이티(대표 박석정)가 기존 리튬이온전지 생산공정에 적용할 수 있는 복합계 전고체 전해질막 상용화에 나섰다. 5.2암페어시(Ah)급 시험용 셀의 과충전·과방전 평가에서 화재·폭발이 발생하지 않았으며, 지난해 유치한 3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바탕으로 생산설비를 구축했다.
박 대표는 LG화학 배터리연구소에서 중대형 배터리를 개발했고 현대자동차와 르노자동차 프랑스 중앙연구소에서 수소연료전지와 차세대 동력 시스템을 연구했다. 개발부터 양산까지 경험하며 소재 성능뿐 아니라 기존 공정에서의 생산 가능성과 원가·수율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창업했다. 회사 인력의 90% 이상이 연구개발(R&D) 인력이다.
완전 전고체전지는 새로운 전극과 셀 구조, 생산설비가 필요해 상용화까지 검증할 과제가 많다. 에이에스이티는 먼저 기존 리튬이온전지의 폴리에틸렌(PE)·폴리프로필렌(PP) 분리막을 산화물과 고분자를 결합한 전해질막으로 대체하고 액체전해질 사용량을 줄이는 방식을 택했다. 양극과 음극에도 산화물 고체전해질을 적용해 이온 이동 경로를 보완하고, 낮은 온도에서 커지는 저항을 줄이려 한다.
회사 자체 평가에서 영하 20도 방전성능은 기존 PE 분리막 적용 조건에서 44%, 산화물 고체전해질 적용 조건에서 82%로 나타났다. 0도에서는 각각 90%와 96%, 영하 10도에서는 65%와 94%였다. 기존 생산설비를 활용해 반고체 배터리부터 적용한 뒤 완전 전고체전지로 넘어간다는 구상이다.
전해질막은 내열성이 높은 LLZO계 산화물과 유연성을 주는 고분자를 여러 층으로 결합한 구조다. 회사는 이 막이 리튬 덴드라이트의 관통을 억제하고 고온에서 형태를 유지해 내부 단락이 화재로 번질 위험을 낮출 것으로 본다.
180도에서 30분간 진행한 자체 열수축 평가에서 전해질막은 한 방향으로 수축하지 않았고 다른 방향의 수축률도 1% 미만이었다. 비교 시험에 사용한 양산 분리막은 두 방향 모두 65%를 넘었다.
에이에스이티는 자체 소재와 전해질막을 적용한 5.2Ah급, 약 290와트시/킬로그램(Wh/㎏) 수준의 시험용 셀도 제작했다.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62660-3 시험방법을 적용한 평가에서 과충전 때는 이상이 없었고, 과방전 때는 내부 단락이 발생했지만 화재나 폭발로 이어지지 않았다. 대형 셀과 배터리팩에서도 같은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하는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올해 4분기에는 10Ah 이상, 약 320Wh/㎏ 수준의 셀 개발을 목표로 한다. 이후 관통·압착·외부단락·열안정성 시험과 화재 확산 평가를 진행할 계획이다.

에이에스이티는 2025년 산업통상자원부의 기후테크 에너지초격차기술개발사업에 선정돼 10억원 규모의 정부 지원을 확보했다. 같은 해 9월에는 30억원 규모의 프리A 브릿지 투자를 유치한 뒤 산화물 합성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전해질막 제조에 필요한 드라이룸·클린룸과 롤투롤 설비를 확보했다. 소재 합성부터 막 생산과 셀 적용까지 공정을 연결해 대면적 생산에서도 일정한 품질과 수율을 확보하는 것이 과제다.
회사는 올해 산화물과 전해질막 판매를 시작하고 내년에는 위탁생산 방식으로 반고체·전고체 셀까지 판매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초기에는 범용 전기차보다 화재 안전성과 저온 성능이 중요한 휴머노이드·산업용 로봇, 전기이륜차와 국방용 배터리를 공략한다. 고객사 실증과 양산 실적을 쌓은 뒤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로 확대할 방침이다.
배터리 수명을 30% 늘려 신규 배터리 생산과 폐기량을 줄이는 것도 회사의 목표다. 다만 장기 수명 개선율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회사는 기존 PE 분리막을 쓴 셀과 같은 조건에서 충·방전을 반복하며 500회, 1000회 이후의 용량 유지율과 내부저항 변화를 비교할 예정이다. 실제 탄소 감축 효과도 배터리 사용 조건과 제조공정 등을 고려한 전 과정 평가(LCA)로 확인할 계획이다.
소재 개발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다. 산화물의 조성과 입도, 슬러리·코팅 조건, 셀 시험 결과를 내부 서버에 축적해 연구자가 과거 실험 데이터를 검색·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자체 데이터를 학습한 소형언어모델로 실험 후보를 좁혀 개발 기간을 줄인다는 구상이다.
경기도와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는 '2026년 경기도 기후테크 스타트업 육성사업'을 통해 에이에스이티의 기술 고도화와 사업화를 지원하고 있다.
박석정 대표는 “연구실에서만 좋은 소재가 아니라 실제 배터리 공장에서 양산할 수 있는 차세대 소재와 부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대면적·연속공정에서 균일한 품질과 수율을 확보하는 것이 사업화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터리를 덜 만들면서 더 오래, 더 안전하게 사용하는 것이 추구하는 방향”이라며 “실제 탄소 감축 효과는 향후 전 과정 평가로 검증하겠다”고 덧붙였다.
공동기획: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전자신문
평택=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