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제우스의 법 시행령

서울의 한 영화관 오디세이 홍보물.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영화관 오디세이 홍보물. [사진=연합뉴스]

영화 '오디세이'가 누적 관객 1200만명을 넘었다. 국내에서 개봉된 외화 역대 순위 5위에 올랐다. 관객 입소문과 함께 고대 그리스의 규범이 널리 알려졌다. 바로 '제우스의 법'이다.

영화에는 제우스의 법이 여러 차례 언급된다. 이는 낯선 이방인과 손님을 무조건 환대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고대 그리스의 도덕적 규범 '크세니아(Xenia)'를 가리킨다. 법을 지켜야 하는 이유는 주인공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가 설명한다.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나그네를 대접하라. 변장한 신일 수도 있으니.”

2700여년 지난 지금도 낯선 손님은 끊이지 않는다. 다만 모습이 달라졌다. 법률 서비스 문턱을 낮추는 '리걸테크', 근거리 이동의 틈을 메우는 '공유 모빌리티' 등 새로운 기술이다.

신기술에 제우스의 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기술은 길 잃은 나그네가 아닌, 기존 질서를 재편하는 존재다. 이해 관계자와 합의를 이루고, 안전과 책임을 확보한 뒤 문호를 개방하는 게 타당하다.

문제는 신기술을 문전박대하는 태도다. 변호사 중개 플랫폼 로톡이 대표적이다. 운영사 로앤컴퍼니는 2015년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변호사법 위반 협의로 고발된 후 8년이 지나서야 갈등을 풀었다. 그러나 비변호사를 대상으로 한 리걸테크 서비스는 여전히 금지돼 있다. 그 사이 챗GPT, 클로드 등 해외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는 일반인의 법률 상담 영역을 파고들고 있다.

공유형 모빌리티도 마찬가지다. 서울시는 최근 무단 방치된 공유 전기자전거 1대당 견인료 4만원을 부과하는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는 공유 전기자전거 증가에 대응한 주차공간 확충 정책보다 규제가 앞서 산업을 위축시킨다고 우려한다.


낯선 기술을 문밖에 세워두는 게 능사는 아니다. 들어올 자리를 내주고, 그만큼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환대라는 대원칙 아래, 법이 현실에 맞게 작동하도록 세부 규칙을 마련하는 '제우스의 법 시행령'이 필요한 이유다.

플랫폼유통부 현대인 기자
플랫폼유통부 현대인 기자

현대인 기자 modernm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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