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기본조사 후보부지 공모 착수
기본·심층조사 거쳐 최종 부지 확정
2050년 중간저장·2060년 처분 목표

반세기 가까이 해법을 찾지 못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부지 선정이 내년부터 본궤도에 오른다. 정부가 올해 안에 전국을 대상으로 지질·과학적 기준에 맞지 않는 지역을 먼저 걸러낸 뒤 내년 기본조사 후보부지 공모에 착수한다. 고준위 방폐물 관리위원회 출범 1년 만에 법·제도 기반 구축을 넘어 실제 부지 확보를 위한 절차가 시작되는 것이다.
11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위원회는 올해 안에 '제3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확정하고 전 국토를 대상으로 한 부적합지역 배제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어 내년부터 기본조사 후보부지 공모에 나서기 위한 참여지역 지원방안도 구체화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부지선정 절차는 '조사계획 수립→부적합지역 배제→부지 공모→기본·심층조사→부지 확정' 순이다. 특정 지역을 후보지로 먼저 정한 뒤 적합성을 따지는 대신 전국을 대상으로 지질학적·과학적으로 부적합한 지역부터 객관적 기준에 따라 제외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부지선정에 속도를 내는 것은 고준위 방폐물 관리시설 확보에 장기간이 필요한 만큼 더 이상 절차를 늦추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특별법령에 따른 목표는 2050년 중간저장시설, 2060년 영구처분시설 운영이다. 위원회는 이번 부지선정 절차 착수를 이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한 첫 단계로 규정했다. 제3차 기본계획에는 사용후핵연료 발생 전망부터 부지선정·시설계획, 투자계획, 기술개발·인력양성까지 담아 2060년 영구처분시설 운영을 향한 향후 35년의 로드맵을 제시할 예정이다.
현재 원전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부지 내 습식저장조에 보관하고 있다. 향후 원전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을 거쳐 별도의 고준위 관리시설에 들어설 중간저장시설과 처분시설로 옮기는 것이 정부가 마련한 관리 단계다.
부지 선정의 최대 관건은 지역 수용성이다. 정부는 후보지역에 대한 기본·심층조사와 함께 유치지역 지원계획을 마련한다.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 주변지역에도 직접지원과 주민복지 등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지방정부가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사업계획을 수립하도록 할 계획이다.
위원회도 지난 1년간 제도적 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 지난해 9월 출범한 뒤 올해 2월부터 9월까지 본위원회를 8차례 열었다. 관련 학회·협회·연구기관·시민사회 등의 추천을 받아 전문가 35명으로 부지, 저장·운반, 처분, 소통 등 4개 전문위원회도 구성했다.
지난 4월에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부지적합성 조사계획'을 의결해 부지선정에 필요한 조사·평가 기준과 절차를 구체화했다. 영광·고창·장흥·울진 등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대표를 만나 의견을 수렴하고 분야별 전문위원회 의사록과 회의록도 공개하고 있다.
김현권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장은 “지난 1년이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와 기반을 만드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그 기반 위에서 국민과 지역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구체적인 해법을 하나씩 만들어가야 할 때”라며 “과학적 안전성을 가장 우선으로 하되 충분한 대화와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사회적 신뢰를 쌓아가겠다”고 말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