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7일 누리호가 다섯 번째 발사에서 정상궤도 진입과 주탑재위성 분리에 성공했다. 누리호 역대 최다인 15기의 위성을 실었고, 이 가운데 5기는 저궤도 초소형 군집위성이다. 우리나라도 위성의 양산과 군집운용을 본격화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이번 군집은 지구관측용이지만 우주 인프라를 실질적인 이용 가치로 바꿔야 한다는 과제는 위성통신에서도 다르지 않다.
이제 산업정책은 그 위에서 어떤 상업서비스를 만들고 누가 지속 가능한 수익을 낼 것인지에 답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네트워크와 인프라 구축에 강점을 보여 왔지만 이를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서비스 사업모델로 연결하는 데는 아쉬움이 있었다. 저궤도 위성시대에도 이 약점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위성을 몇 기 만들고 쏘아 올리는지를 넘어, 누가 어떤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까지 정책의 시야를 넓혀야 한다.
위성통신 사업의 출발점은 궤도와 주파수다. 사업자가 위성망의 궤도와 주파수 이용계획을 세우면 각국 정부가 주관청으로서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국제등록과 조정을 추진한다. 기업의 기술과 투자만으로 사업 기반이 완성되지 않는다. 국가가 국제적 자원 확보에 함께 나서야 한다.
국제조정 대상 위성망에서는 선접수 위성망을 우선 고려하며 접수 순서는 후발 위성망의 간섭 조정 부담에 영향을 준다. 다만 먼저 등록했다고 특정 궤도나 주파수를 전 세계에서 독점하는 것은 아니다. 후발국도 기존 위성망을 보호하고 조정 조건을 충족하면 같은 대역을 사용할 수 있다. 그래도 선점이 늦을수록 이용 가능한 조합과 사업의 자유도는 줄어들 수 있다. 정해진 기간 내 실제 운용과 배치 의무도 이행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은 주요 위성망의 등록 현황과 실제 배치, 서비스 권역을 분석하는 국가 궤도·주파수 자원 지도를 구축해야 한다. 국내 기업이 개발을 마친 뒤 남은 자원을 찾는 방식으로는 늦다. 연구개발 기획 단계부터 국제등록과 조정 협상, 발사와 운용을 하나의 일정으로 관리하고 전문인력과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
위성사업의 기본 무대는 세계시장이다. 저궤도 위성은 여러 나라 상공을 이동하고 대규모 위성군의 구축과 교체 비용은 폭넓은 수요를 통해 회수해야 한다. 해상·항공 통신과 도서·산간 연결, 재난 대응의 가치도 국경을 넘어선다. 국내 시장의 개방만을 논의해서는 우리 기업의 성장 전략을 세우기 어렵다. 글로벌 사업자의 국내 진입과 국내 사업자의 해외 진출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전파법과 전기통신사업법도 이를 뒷받침하도록 정비해야 한다. 주파수 분배와 공동사용, 이용권 임대, 무선국 허가, 국경 간 공급 승인은 각각 존재하지만 하나의 위성서비스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예측하기 어렵다. 국제등록만으로 국내 서비스 권한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위성과 관문국이 해외에 있고 수많은 위성과 단말이 하나의 망으로 움직이는 환경에 맞춰 진입 절차와 책임을 일관되게 정리해야 한다.
우선 위성군 단위로 허가하고 동일한 제원의 단말은 묶어 처리하는 체계가 있어야 한다. 국내 진입 승인에는 간섭 방지와 이용자 보호, 사이버보안, 서비스 중단 대응 의무를 연결해야 한다. 국내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고 외국 운영자에게 자료 제출과 시정조치 협력을 요구할 실효적 근거도 필요하다. 국내 위성망에는 단계별 배치와 충돌회피, 수명 종료 후 폐기 등 운용 책임도 함께 정해야 한다. 권리 제한과 의무 부과의 핵심은 법률에 두고 기술적 세부사항은 하위 규정에서 구체화해야 한다.
28㎓ 대역은 제도 개편의 실천 과제다. 국내 분배표상 27.5~29.5㎓에는 고정위성업무가 포함돼 있지만 이동통신 용도 지정과 국내 주석이 위성 활용을 제약한다. 5G 특화망을 포함한 실제 이용 현황과 보호 필요성을 확인하고 위성도 사용할 수 있도록 용도와 조건을 정비해야 한다. 지역과 출력, 안테나 방향, 관문국 위치 등에 따른 공동사용을 검증하고 가능한 구간부터 단계적으로 허용할 필요가 있다.
일반 스마트폰과 위성을 직접 연결하는 통신도 준비해야 한다. 전용 단말을 사용하는 광대역 위성통신과는 주파수와 협력 구조가 다르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2024년 지상망 보완 위성통신 제도를 마련하며 주파수 분배와 임대, 위성 허가와 단말 규칙을 연계했다. 우리도 지상 사업자의 권리와 기존 이용자를 보호하면서 협력할 수 있는 절차를 갖춰야 한다.

경쟁정책의 원칙은 명확하다. 스타링크, 유텔샛 원웹, 아마존 레오라는 글로벌 3사에 동등한 경쟁 기회를 줘야 한다. 선발 사업자의 도입에 맞춰 정비한 제도가 다른 대역이나 기술방식을 사용하는 후발 사업자의 진입을 막아서는 안 된다. 같은 위험에는 같은 보호 기준을 적용하고 기술적 차이는 합리적인 심사 조건에 반영해야 한다. 기준은 공개하고 절차는 예측 가능하게 만들어 앞으로 진입할 국내외 사업자에게도 적용해야 한다. 공급자가 다양해져야 이용자의 선택권이 넓어지고 국내 기업도 여러 위성망을 활용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이러한 전환에는 정책의 실행력과 시장의 검증이 필요하다. FCC가 2023년 우주국을 출범시킨 사례처럼 우리도 위성통신 정책의 전담 추진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우주항공청 등 관계기관이 국제등록, 전파 이용, 사업 진입과 산업 육성을 조정하고 산업계·전문가와 제도 개편 일정을 구체화해야 한다. 초기부터 서비스 기업이 연구개발에 참여해 고객의 수요를 위성망과 단말 설계에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 실증과 공공 수요는 초기 서비스의 성능과 사업성을 검증하는 기회로 활용하되 민간 고객의 선택과 매출로 이어지는지 평가해야 한다.
누리호의 성과를 산업의 성과로 연결할 다음 주체는 우리 기업이다. 글로벌 3사가 공정하게 경쟁하는 기반 위에서 국내 사업자도 상업용 서비스 경쟁에 함께 참여해야 한다. 국제 공동사업과 독자 위성망, 단말·안테나·관문국은 물론 해운·항공·재난 현장에 맞는 서비스로 세계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정부는 궤도·주파수 확보와 공정한 규칙을 뒷받침하고 기업은 투자와 서비스 혁신으로 응답해야 한다. 발사·제작·운용 역량에 상업서비스 경쟁력을 더하는 것이 저궤도 위성시대 한국의 과제다.
권오상 디지털미래연구소 대표·연세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osang.kweon@dfi.re.kr
〈필자〉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미국 American University Washington College of Law에서 LL.M. 과정을 마치고, 연세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체류 중에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서 Legal Intern으로 근무하며 방송·통신 규제와 정책 실무를 경험했다. 또, 정보통신정책연구원과 공공기관에서 ICT.미디어 정책 및 관련 사업 전반에 걸쳐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 현재는 연세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이자 디지털미래연구소 대표로서 디지털, 인공지능, 모빌리티 등 미래 의제와 방송·통신·미디어·ICT 분야의 정부 정책 연구 및 기업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