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혁신의 속도전 속에서 국내 AI 산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법적 걸림돌 하나가 마침내 해소됐다. AI 기술 개발 및 성능 개선을 위한 개인정보 처리 특례를 신설하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공포돼 2027년 3월 9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영상, 음성, 비정형 데이터 등 가명·익명 처리만으로는 학습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거나 모델 성능이 급격히 저하되던 분야에서, 안전장치와 사전 심의를 전제로 원본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법적 물꼬가 터진 것이다. 이번 개정은 단순한 규제 완화를 넘어, 대한민국 AI 생태계가 기술적·제도적 불확실성을 딛고 도약할 수 있는 중대한 전환점이라 평가한다.
이번 특례 제도의 핵심은 '데이터의 유연한 활용'과 '개인정보의 철저한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정교하게 설계된 요건과 절차에 있다. 개인정보를 목적 외로 이용해 AI를 개발하려는 기업이나 연구기관은 세 가지 실체적 요건을 엄격히 충족해야 한다. 첫째, 익명이나 가명 처리로는 원하는 AI 기술 개발이나 성능 개선이 불가능하다는 '대체 불가능성'을 입증해야 한다. 둘째, 기술적·관리적·물리적 안전조치를 완벽히 이행한 안전한 처리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셋째, 공공의 이익 또는 사회적 이익 증진을 목적으로 해야 하며, 정보주체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현저히 낮아야 한다. 이러한 요건에 대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사전 심의·의결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특례 적용이 가능해진다.
법적·제도적 관점에서 이번 특례 도입이 가지는 해석적 의미는 매우 크다. 우선, 그동안 비정형 데이터 기반의 초거대 AI, 자율주행, 의료 AI, 로보틱스 등 첨단 기술 분야를 발목 잡았던 법적 위험을 대폭 낮췄다는 점이다. 기존 법 체계하에서는 수집 목적을 벗어난 개인정보 활용이 엄격히 금지돼 있어 기업들이 사법적 리스크 때문에 고성능 학습 데이터 확보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특례는 개보위의 정당한 심의를 거친 데이터 처리에 대해 목적 외 이용 제한이나 민감정보 처리 제한 규정 등의 적용을 배제함으로써 법적 예측 가능성을 확실하게 부여했다. 이는 기업들이 안심하고 미래 기술에 투자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또, 이번 제도는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니라 '책임 있는 AI 혁신'을 위한 사후 관리 감독 체계까지 함께 구축했다는 데 심도 있는 의미가 있다. 민감정보나 고유식별정보처럼 위험도가 높은 데이터를 다룰 경우 사전에 위험요인평가를 실시하고 주요 요약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부정한 방법으로 심의를 통과했거나 심의 의결 후 6개월 이내에 특별한 사유 없이 개발에 착수하지 않는 경우 특례 효력을 전부 제한하는 남용 방지 장치도 마련되었다. 이는 데이터 활용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대신, 기업에 한층 높은 수준의 도덕적·기술적 책임감을 요구하겠다는 국가의 명확한 메시지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이번 개인정보 보호법 특례 신설은 한국 AI 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제도적 기반이다. 기업들은 단순한 데이터 확보에 그칠 것이 아니라, 철저한 내부 통제와 위험 관리 체계를 완성하여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규제 혁신과 안전한 보호가 선순환을 이루는 이번 특례 제도가 대한민국의 AI 선도국가 도약을 이끄는 든든한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경환 법무법인 원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