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허위조작정보 자율규제 가이드라인, 왜 '자율'에 맡겼나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지난 7월 7일 시행됐다. 불법정보 유형에 혐오표현이 추가됐고, 유통이 금지되는 '허위조작정보'가 신설됐다. 그런데 이 둘의 처리 방식은 결정적으로 다르다. 혐오표현은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라는 공적 기구의 심의 대상이 된 반면, 허위조작정보는 유통을 금지하면서도 그 판단은 플랫폼의 자율에 맡겼다. 이 차이는 중대한 입법적 선택이다.

이유는 개념 자체에 있다. 개정법상 허위조작정보는 단순히 틀린 정보가 아니다. 허위·조작임을 알았을 것, 손해를 끼칠 의도나 부당이익 목적이 있을 것, 타인의 인격권·재산권이나 공공의 이익을 침해할 것이라는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고, 풍자와 패러디는 제외된다. 즉 내용의 진위만이 아니라 게시자의 인식과 목적까지 따져야 한다. 이런 판단을 국가기관이 일률적으로 내리는 순간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험은 급격히 커진다. 입법자가 자율심의를 택한 것은 국가 개입의 비례성을 확보하기 위한 완충장치를 둔 것으로 이해된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는 허위조작정보심의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자율정책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가이드라인의 의미는 세 가지다. 첫째, 예측가능성이다. 개별 사업자가 각자 다른 기준으로 판단하면 이용자는 같은 게시물에 대해 서비스마다 다른 결론을 받게 된다. 공통 기준은 그 불안정을 줄인다. 둘째, 전문성과 절차적 정당성이다. 법학·언론학·기술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정책위원회의 심의와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은 개별 기업의 내부 판단이 갖기 어려운 신뢰의 근거가 된다. 셋째, 과잉차단의 억제다. 가이드라인이 공적 기관이나 공신력 있는 기관의 확인으로 허위조작정보가 아님이 밝혀진 경우 신고를 반려하도록 한 것은, 자율규제가 삭제를 늘리는 장치가 아니라 부당한 삭제를 걸러내는 장치이기도 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앞으로 직면하게될 문제와 과제도 분명하다. 첫째, 기준의 이원화 문제다. 공적 심의와 자율심의의 기준이 똑같을 필요는 없지만, 같은 사안에 다른 결론이 나오면 혼란은 플랫폼과 이용자가 떠안는다. 상호 참조와 조율 체계가 필요하다. 둘째, 실제 규율이 필요한 곳은 대규모 사업자보다 음지의 중소 플랫폼일 수 있다는 역설이다. 이들은 자율기구 참여 유인이 낮다. 법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신고·처리 의무를 자율기구를 통해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뒷받침이 요구된다. 셋째, 조치의 다층화에 걸맞은 절차 보장이다. 플랫폼의 조치는 삭제·차단에 그치지 않는다. 노출 순위 조정, 추천 제외, 경고 표시, 수익화 제한의 조치가 폭넓게적용될 수 있다. 표현물을 남겨둔 채 도달 범위만 줄이므로 침해 정도가 낮아 보이지만, 적용 사실이 적절히 통지되지 않으면 오히려 삭제보다 불투명하고 다투기 어려운 규제가 된다. 개정법이 정한 이의제기 절차는 이런 저가시성 조치에까지 실질적으로 미쳐야 한다. 넷째,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율에 대한 정부의 자제다. 모호한 법률 개념의 구체적 판단 기준을 플랫폼 자율정책에 맡긴 것이 입법의 의도라면, 그 기준에 대한 과도한 간섭은 자율 위임의 취지 자체를 몰각시킨다. 동시에 자율규제기구는 심의 결과와 판단 기준을 정기적으로 공개하고 외부 평가를 받아야 한다. 투명성 없는 자율은 신뢰를 얻지 못하고, 신뢰 없는 자율은 결국 공적 규제로 회수된다.

플랫폼을 정부 제재를 대행하는 대리인으로 보거나, 허위정보 확산으로 이익을 얻는 공동불법행위자로 보는 두 시선 모두 사태를 그르친다. 자율규제 가이드라인은 그 사이에서 만들어진 현실적 합의점이다. 이 합의가 작동하려면 법적 강제력과 자율적 전문성이 서로를 대체하려 들지 않아야 한다. 시행 초기인 지금 필요한 것은 성급한 평가가 아니라, 운영 경과를 관찰하며 기준을 정교하게 다듬어가는 인내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hkyungkim@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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